책 소개
▣ 출판사서평
넘어지기 달인의 반창고 인생, 그래도 삶은 소중하다
《별 다섯 인생》은 물만두라는 이름으로 10년간 활동한 서평 블로거 홍윤의 비공개 일기를 모은 에세이다. 스물다섯의 나이에 진행성 근육병을 판정받은 그녀는 마흔둘에 세상을 뜨기 전까지 방대한 양의 독서를 하면서 꾸준히 서평을 올려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고인의 1주기를 기리며 출간된 이 책에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 가족 이야기, 바깥세상과의 소통 통로였던 서평 활동 이야기, 인터넷을 통해 맺은 인연 이야기 등을 비롯해 그녀의 단상과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느 날 등장한 낯선 이름, 물만두
2010년 12월의 어느 겨울, 한 인터넷 블로거의 죽음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의 죽음을 알리는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의 슬픔과 그리움이 그녀의 블로그를 가득 메웠다.
“2010년 12월 13일 아침 저희 언니 물만두가 하늘로 갔습니다.” 15일 저녁부터 트위터를 통해 이 메시지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물만두’라는 필명으로 온라인서점 알라딘의 블로그에서 추리소설, SF 등 장르문학 서평을 쓰던 홍윤 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향년 42세인 홍 씨의 부고를 접한 사람들의 추모 댓글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동아일보〉 2010.12.17
장례식장에는 출판사와 서점에서 보낸 화환이 늘어섰고, 블로그에서 그의 글을 읽었던 사람들이 전국에서 찾아와 문상했다. 그의 블로그에도 추모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알라딘 측은 그의 블로그를 영구 보존하기로 했고, 그가 지난 10년간 써온 리뷰를 묶어 책으로 내겠다고 발표했다. 장르문학 편집자들도 모임을 갖고 추모행사를 논의하고 있다.〈국민일보〉 2010.12.26
물만두 홍윤. 스물다섯의 나이에 진행성 근육병을 판정받고 20여 년간 투병 생활을 했던 그녀. 가족들이 출근 준비로 바빴던 2010년 12월 13일 아침, “엄마.” 라고 부르는 소리에 가족들이 가보니 그녀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독자와 출판사가 주목했던 서평 블로거
그녀는 한 인터넷 서점에서 꽤 유명한 블로거였다. 독자들은 책을 사기 전에 꼭 그녀의 서평을 참고했고, 출판사들도 그녀의 서평에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였다. 투병 중이던 2000년 3월 2일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시작으로 2010년 11월 17일까지 3,913일간 1,838편의 서평을 올렸고, 그 양은 200자 원고지로 15,000매에 이른다. ‘만두의 추리 책방’이라는 이름으로 10년간 운영해 온 그녀의 블로그에는 장르 문학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넘쳐나고 있었다.
변해가는 목소리와 여섯 손가락
대학 졸업 후 입사 시험을 보러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다 힘에 부쳐 병원을 찾은 그녀는 ‘봉입체근염’이란 근육병을 진단받는다. 면역세포의 공격 때문에 근육이 점점 없어지는 희귀병으로 적합한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 병원 저 병원을 오가며 양방과 한방을 비롯해 온갖 민간요법을 다 해봤지만 그녀의 근육은 점점 힘을 잃어 갔다.
그녀는 자신의 불치병 앞에서 좌절하는 대신 남은 인생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그녀는 책에 대한 애정과 약이 되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병이 진행되면서 그녀는 남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야 했고 급기야 목소리까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변해갔다. 마지막에는 손가락 여섯 개만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그녀는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까지 그 손가락으로 책을 읽고 서평을 올렸다.
비공개 일기를 펼치면서
그녀의 블로그에는 방대한 양의 서평 외에 따로 비공개 일기가 있었다. 200자 원고지 4,300매에 달하는 그 일기에는 꿈 많던 아가씨에서 불치병 환자로 그리고 유명 서평 블로거로 살아 온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일기가 모여 원고의 형태로 왔을 때 이미 고인이 된 그녀의 이야기를 펼치기가 조심스러웠다. 눈물을 멈추지 못하던 유족 앞에서 책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던 편집자였기에 한없이 죄송스러웠다. 때론 울컥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때론 그녀의 웃음에 같이 웃으며, 그녀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글로 만난 물만두에게 누가 되지 않는 책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마음을 다잡아 왔다. 그리고 이제 그녀의 1주기를 앞두고 있다. 각자의 삶이 다르고 사는 방식이 다르듯 물만두 홍윤은 자신의 위치에서 나름대로의 삶을 충실히 살다 갔다. 이제 그 속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인생의 메시지를 찾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일 것이다.
부를수록 아픈 이름, 엄마
그녀의 곁에는 항상 엄마가 있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딸을 위해 계절마다 밖에 나가 사진을 찍어 보여 주던 엄마는 그녀에게 한없이 고맙고 아픈 존재다.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엄마의 뜨거운 팔을 잡고 걸을 수밖에 없었던 딸의 마음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점점 말라 굳어가는 딸의 몸을 하루에 열 번도 더 뒤집어 주느라 자신의 허리가 망가지는 것도 감춘 채 혹시 딸이 걱정할까 항상 웃던 엄마의 마음에 무슨 수로 보답을 할 수 있을까?
가족들은 그녀의 병을 특별하게 생각하지도, 짐이라고 여기지도 않았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살아가는 게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묵묵하게 딸의 아픔을 위로하는 아버지, 언제나 언니를 웃게 하는 말괄량이 여동생, 주방으로 욕실로 거실로 누나의 발이 되어 준 듬직한 남동생까지, 그들의 끈끈한 사랑이 있어 물만두의 삶이 행복할 수 있었다.
사람 사는 정이 넘쳤던 그곳
그녀는 인터넷을 자기 인생의 축복이라고 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그녀에게 인터넷 공간은 바깥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인터넷 속 그녀의 공간에는 사람 사는 정이 넘쳐났다. 그들의 교류는 따뜻하고 은근했다. 물만두와 각별했던 파란여우는 다음과 같이 추모의 글을 남겼다.
당신의 목소리가 조금씩 불투명해지고 둔탁해지고 나중에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이 되었을 때도 이별이 가까움을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당신에게 추모편지를 쓰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요. 이 글을 쓰는 동안 손이 시리고 가슴이 서늘해서 몇 번이나 중단했어요. 당신을 먼저 보낸 그리움과 아쉬움으로 희뿌연 내 가슴은 안개 바다가 되었습니다. ‘당신 삶의 리뷰인 당신의 책’이 세상에 나온 날, 나는 술을 진탕 마실 것 같군요. 그날, 함박눈이 펄펄 내릴까요.
▣ 작가 소개
저 : 홍윤(물만두)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블로거에서 ‘물만두’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10년 간 1838편의 리뷰를 올린 전설적인 서평 블로거이다. 특히 추리소설을 중심으로 공상과학, 미스터리 소설 등 장르문학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2000년 3월 2일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시작으로, 2010년 11월 17일까지 3913일간 1838편의 리뷰를 올렸고, 그 양은 200자 원고지로 15,000매에 이른다. 방대한 독서와 양질의 리뷰 덕에 추리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 그녀가 올린 리뷰는 책을 구입하기 전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인생도 미스터리, 책도 미스터리”라는 블로그 소개글대로, 그는 추리소설 속에서 삶의 문제를 읽었다. 추리소설은 그가 살아가는 또 다른 삶이었다. 책 안에서 그는 탐정과 함께 범인을 추리하고 형사와 함께 범인을 검거했다.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이기도 했고, 뼛조각 하나로 피해자의 신원과 살인범의 흔적을 찾기도 했다. 때로는 가해자를 벌했고, 피해자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했다. 배드 앤딩도 받아들일 수 있기에 추리소설을 읽는다는 그에게 추리소설은 살아가면서 잃고 있는 것, 잊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열쇠였다.
대학 졸업 직후 입사 시험을 보러 가던 중 계단을 올라가다 힘에 부쳐 병원을 찾았고, ‘봉입체근염’ 진단을 받았다. 근육이 점점 약해져서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희귀병으로 흔히 ‘근육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거의 20여 년간 투병 생활을 하다 2010년 12월 13일 세상을 떠났다. 이제는 동생 ‘만순’이 운영하고 있는 그의 블로그에서, 이 책에 싣지 못한 리뷰와 그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http://blog.aladin.co.kr/mulmandu
▣ 주요 목차
프롤로그: 만두의 진실 또는 고백
1부 내 인생의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첫눈이 오면 | 책만 봐야 하는 인생 | 발가락도 닮는다 | 어김없이 또 사고 | 너무 다른 자매
2부 세상을 향해 웃어 본다, 잘 살았노라고
잡초 인생 | 사랑합니다 |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 엄마, 미안해 | 맏이와 막내 | 최면이 풀릴 때
3부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그 남자 | 소중한 것 | 살아 있기 때문에 | 아버지의 라디오 | 당신이 장애인이라면 | 세상에서 제일 좋은 냄새
4부 그래도 잘했다고
진정한 친구 | 기억은 사라지고 | 엉뚱한 동생들 | 나이 든다는 것 | 반창고 인생 | 누가 꽉 껴안아 주었으면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5부 항상 잊지 않으면 언젠가 만나겠지
엄마, 고마워요 | 아파도 읽는다 | 빛바랜 사진 | 우리가 잃어버린 그 무엇 | 약해지지 않겠다
에필로그: 내일 또 보아요
부록 1: 만순이의 편지
부록 2: 추모의 글
넘어지기 달인의 반창고 인생, 그래도 삶은 소중하다
《별 다섯 인생》은 물만두라는 이름으로 10년간 활동한 서평 블로거 홍윤의 비공개 일기를 모은 에세이다. 스물다섯의 나이에 진행성 근육병을 판정받은 그녀는 마흔둘에 세상을 뜨기 전까지 방대한 양의 독서를 하면서 꾸준히 서평을 올려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고인의 1주기를 기리며 출간된 이 책에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 가족 이야기, 바깥세상과의 소통 통로였던 서평 활동 이야기, 인터넷을 통해 맺은 인연 이야기 등을 비롯해 그녀의 단상과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느 날 등장한 낯선 이름, 물만두
2010년 12월의 어느 겨울, 한 인터넷 블로거의 죽음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의 죽음을 알리는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의 슬픔과 그리움이 그녀의 블로그를 가득 메웠다.
“2010년 12월 13일 아침 저희 언니 물만두가 하늘로 갔습니다.” 15일 저녁부터 트위터를 통해 이 메시지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물만두’라는 필명으로 온라인서점 알라딘의 블로그에서 추리소설, SF 등 장르문학 서평을 쓰던 홍윤 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향년 42세인 홍 씨의 부고를 접한 사람들의 추모 댓글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동아일보〉 2010.12.17
장례식장에는 출판사와 서점에서 보낸 화환이 늘어섰고, 블로그에서 그의 글을 읽었던 사람들이 전국에서 찾아와 문상했다. 그의 블로그에도 추모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알라딘 측은 그의 블로그를 영구 보존하기로 했고, 그가 지난 10년간 써온 리뷰를 묶어 책으로 내겠다고 발표했다. 장르문학 편집자들도 모임을 갖고 추모행사를 논의하고 있다.〈국민일보〉 2010.12.26
물만두 홍윤. 스물다섯의 나이에 진행성 근육병을 판정받고 20여 년간 투병 생활을 했던 그녀. 가족들이 출근 준비로 바빴던 2010년 12월 13일 아침, “엄마.” 라고 부르는 소리에 가족들이 가보니 그녀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독자와 출판사가 주목했던 서평 블로거
그녀는 한 인터넷 서점에서 꽤 유명한 블로거였다. 독자들은 책을 사기 전에 꼭 그녀의 서평을 참고했고, 출판사들도 그녀의 서평에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였다. 투병 중이던 2000년 3월 2일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시작으로 2010년 11월 17일까지 3,913일간 1,838편의 서평을 올렸고, 그 양은 200자 원고지로 15,000매에 이른다. ‘만두의 추리 책방’이라는 이름으로 10년간 운영해 온 그녀의 블로그에는 장르 문학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넘쳐나고 있었다.
변해가는 목소리와 여섯 손가락
대학 졸업 후 입사 시험을 보러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다 힘에 부쳐 병원을 찾은 그녀는 ‘봉입체근염’이란 근육병을 진단받는다. 면역세포의 공격 때문에 근육이 점점 없어지는 희귀병으로 적합한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 병원 저 병원을 오가며 양방과 한방을 비롯해 온갖 민간요법을 다 해봤지만 그녀의 근육은 점점 힘을 잃어 갔다.
그녀는 자신의 불치병 앞에서 좌절하는 대신 남은 인생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그녀는 책에 대한 애정과 약이 되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병이 진행되면서 그녀는 남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야 했고 급기야 목소리까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변해갔다. 마지막에는 손가락 여섯 개만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그녀는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까지 그 손가락으로 책을 읽고 서평을 올렸다.
비공개 일기를 펼치면서
그녀의 블로그에는 방대한 양의 서평 외에 따로 비공개 일기가 있었다. 200자 원고지 4,300매에 달하는 그 일기에는 꿈 많던 아가씨에서 불치병 환자로 그리고 유명 서평 블로거로 살아 온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일기가 모여 원고의 형태로 왔을 때 이미 고인이 된 그녀의 이야기를 펼치기가 조심스러웠다. 눈물을 멈추지 못하던 유족 앞에서 책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던 편집자였기에 한없이 죄송스러웠다. 때론 울컥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때론 그녀의 웃음에 같이 웃으며, 그녀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글로 만난 물만두에게 누가 되지 않는 책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마음을 다잡아 왔다. 그리고 이제 그녀의 1주기를 앞두고 있다. 각자의 삶이 다르고 사는 방식이 다르듯 물만두 홍윤은 자신의 위치에서 나름대로의 삶을 충실히 살다 갔다. 이제 그 속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인생의 메시지를 찾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일 것이다.
부를수록 아픈 이름, 엄마
그녀의 곁에는 항상 엄마가 있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딸을 위해 계절마다 밖에 나가 사진을 찍어 보여 주던 엄마는 그녀에게 한없이 고맙고 아픈 존재다.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엄마의 뜨거운 팔을 잡고 걸을 수밖에 없었던 딸의 마음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점점 말라 굳어가는 딸의 몸을 하루에 열 번도 더 뒤집어 주느라 자신의 허리가 망가지는 것도 감춘 채 혹시 딸이 걱정할까 항상 웃던 엄마의 마음에 무슨 수로 보답을 할 수 있을까?
가족들은 그녀의 병을 특별하게 생각하지도, 짐이라고 여기지도 않았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살아가는 게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묵묵하게 딸의 아픔을 위로하는 아버지, 언제나 언니를 웃게 하는 말괄량이 여동생, 주방으로 욕실로 거실로 누나의 발이 되어 준 듬직한 남동생까지, 그들의 끈끈한 사랑이 있어 물만두의 삶이 행복할 수 있었다.
사람 사는 정이 넘쳤던 그곳
그녀는 인터넷을 자기 인생의 축복이라고 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그녀에게 인터넷 공간은 바깥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인터넷 속 그녀의 공간에는 사람 사는 정이 넘쳐났다. 그들의 교류는 따뜻하고 은근했다. 물만두와 각별했던 파란여우는 다음과 같이 추모의 글을 남겼다.
당신의 목소리가 조금씩 불투명해지고 둔탁해지고 나중에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이 되었을 때도 이별이 가까움을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당신에게 추모편지를 쓰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요. 이 글을 쓰는 동안 손이 시리고 가슴이 서늘해서 몇 번이나 중단했어요. 당신을 먼저 보낸 그리움과 아쉬움으로 희뿌연 내 가슴은 안개 바다가 되었습니다. ‘당신 삶의 리뷰인 당신의 책’이 세상에 나온 날, 나는 술을 진탕 마실 것 같군요. 그날, 함박눈이 펄펄 내릴까요.
▣ 작가 소개
저 : 홍윤(물만두)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블로거에서 ‘물만두’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10년 간 1838편의 리뷰를 올린 전설적인 서평 블로거이다. 특히 추리소설을 중심으로 공상과학, 미스터리 소설 등 장르문학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2000년 3월 2일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시작으로, 2010년 11월 17일까지 3913일간 1838편의 리뷰를 올렸고, 그 양은 200자 원고지로 15,000매에 이른다. 방대한 독서와 양질의 리뷰 덕에 추리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 그녀가 올린 리뷰는 책을 구입하기 전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인생도 미스터리, 책도 미스터리”라는 블로그 소개글대로, 그는 추리소설 속에서 삶의 문제를 읽었다. 추리소설은 그가 살아가는 또 다른 삶이었다. 책 안에서 그는 탐정과 함께 범인을 추리하고 형사와 함께 범인을 검거했다.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이기도 했고, 뼛조각 하나로 피해자의 신원과 살인범의 흔적을 찾기도 했다. 때로는 가해자를 벌했고, 피해자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했다. 배드 앤딩도 받아들일 수 있기에 추리소설을 읽는다는 그에게 추리소설은 살아가면서 잃고 있는 것, 잊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열쇠였다.
대학 졸업 직후 입사 시험을 보러 가던 중 계단을 올라가다 힘에 부쳐 병원을 찾았고, ‘봉입체근염’ 진단을 받았다. 근육이 점점 약해져서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희귀병으로 흔히 ‘근육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거의 20여 년간 투병 생활을 하다 2010년 12월 13일 세상을 떠났다. 이제는 동생 ‘만순’이 운영하고 있는 그의 블로그에서, 이 책에 싣지 못한 리뷰와 그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http://blog.aladin.co.kr/mulmandu
▣ 주요 목차
프롤로그: 만두의 진실 또는 고백
1부 내 인생의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첫눈이 오면 | 책만 봐야 하는 인생 | 발가락도 닮는다 | 어김없이 또 사고 | 너무 다른 자매
2부 세상을 향해 웃어 본다, 잘 살았노라고
잡초 인생 | 사랑합니다 |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 엄마, 미안해 | 맏이와 막내 | 최면이 풀릴 때
3부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그 남자 | 소중한 것 | 살아 있기 때문에 | 아버지의 라디오 | 당신이 장애인이라면 | 세상에서 제일 좋은 냄새
4부 그래도 잘했다고
진정한 친구 | 기억은 사라지고 | 엉뚱한 동생들 | 나이 든다는 것 | 반창고 인생 | 누가 꽉 껴안아 주었으면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5부 항상 잊지 않으면 언젠가 만나겠지
엄마, 고마워요 | 아파도 읽는다 | 빛바랜 사진 | 우리가 잃어버린 그 무엇 | 약해지지 않겠다
에필로그: 내일 또 보아요
부록 1: 만순이의 편지
부록 2: 추모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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