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문학평론가 고봉준의 해설 요점
“이재연의 시는 이 폐허의 비(非)세계에
바쳐진 비가(悲歌)이다.”
“이재연의 시는 특유의 종교적 지향과 도시의 불모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중첩에서 발생하는 도시-세계에
대한 비판을 내장하고 있다. 내면에서 상연되는 심리적?감각적 드라마에 초점을 두는 최근의 시적 경향과 달리, 그녀의 시는 희망이 사라져버린,
모든 관계를 단절시킴으로써 우리에게 쓸쓸함을 강제하는 세계의 부조리를 향해 언어의 날을 세우고 있다.”
“이재연의 근작들, 특히
시집의 도처에 흩뿌려져 있는 세계에 대한 관심이 증명하듯이 그녀의 시는 자기 구원에서 시작하여 불현듯 ‘세계’를 향해 확장된 듯하다.”
“이재연의 시에서 지금-이곳, 즉 세계는 ‘천사’가 부재하는 곳으로 그려진다. 신의 옥좌 앞에서 한순간 신을 찬송해야 하는 운명을
지닌 천사도 이곳에서는 ‘부재(不在)’와 ‘침묵’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녀의 시에서 천사는 이미-항상 ‘부재’와 ‘침묵’으로 등장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속도시가 실상 구원의 가능성을 잃어버린 폐허라는 쓰라린 진실을 고지(告知)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녀의 시에 등장하는
‘천사’를 종교적 기호나 알레고리로 읽어도 좋다. 하지만 이재연의 시가 지닌 강렬한 현실주의적 성격은 우리가 ‘천사’를 몰락을 향해 치닫고 있는
세속도시의 불모성을 환기시키는 폐허의 상징으로 읽도록 강요한다.”
“이재연의 시에서 천사의 ‘침묵’은 인간들 사이의 관계 단절로
이어진다. 천사가 ‘침묵’하는 도시에서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독하다.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너의 집에/없는 것처럼 앉아 있”(「식탁의
주인」)는 여성 화자,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쳤으나 “손을 씻고 각자 흩어져 가는 우리”(「별별 무늬의 담요와 냄비」), “계단의 모서리처럼
예민해진 얼굴을 감추고 가족사진을 찍으며 비로소 가족을 이해하려고”(「다정의 세계」) 생각하는 가족들 등은 모두 고독한 도시적 인간형들이다.”
“이재연의 시에서 도시적 삶의 비극성과 불모성은 모든 관계의 상실과 죽음, 특히 아이들의 죽음으로 구체화된다. 도시는 거대한
증발의 공간으로 경험된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사라진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오래 들었다」)처럼 생(生)의 방향이 사라진다.
10월에 “잎이 무성한 목련나무에/계절의 차이를 잃은 꽃봉오리”(「착란」)가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자연의 질서가 사라지고, 무엇보다도 인간적인
가치가 사라진다. 그리고 아이들이 사라진다.“
“이재연의 시편들 가운데에는 직?간접적으로 ‘세월호’를 다룬 작품들이 여럿 있다. 이
작품들 가운데 일부는 세월호 사건을 직접적인 모티프로 삼고 있고, 나머지 작품들은 우울과 허무가 중첩된 집단적 심리상태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
비극성을 환기하고 있다. 사라지는 것과 사라지지 않는 것, 아니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없는 것으로 간주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심리적 애착은
이재연의 시에서 도시적 삶의 우울함과 전망 부재의 부조리한 현실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압사한 추억 끝에 여름이 서 있다/모든
것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면 원소가 될까 구석이 될까”(「별별 무늬의 담요와 냄비」)와 “이사를 해도 살던 동네는 떠나지 못했다”(「새와 공구와
스웨터」) 같은 진술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조정인 시인의 단평
“이 시집은 “존재를 흔들어 깨우는 또
다른 존재의 부딪”혀 오는 순간들에 대한 기록이다. “이제 아무도 바람과 싸우지 않는” 무감한 시절에 고요한 격정을 풀어놓는 시인이
있다.“
“거개의 첫 시집이 개인적 고백에 기우는 데 비해, 이재연의 경우는 나를 벗어나 타자에 합류하여 타자의 기원을 바라보는
거대 구조를 담았다. 묵시록적인 정조가 깔린, 쓸쓸한 듯 낯선 언어의 배 한 척이 물살을 가르고 미끄러져 들어온다. 타자들의
발현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이재연
1963년 전남 장흥에서 출생했다.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2012년 실천문학사에서 주관하는 제1회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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