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객석

고객평점
저자강병철
출판사항삶창, 발행일:2017/04/10
형태사항p.218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6655076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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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기억한다는 것은 대상을 깨워 숨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그런 작업에 있어 강병철은 가히 장인이다. 그는 누가 언제 무엇을 했으며 무슨 말을 했는가를 기억하고, 그것을 두고두고 곱씹는 사람이다. 기억의 재현, 그것이 사람을 사랑하는 강병철의 방식이다. 췌장암쯤이야 아무것도 아닌 양하던 시인 윤중호, 외로워서 반가워서 밤새워 마시고 또 해장술을 하자던 소설가 김성동, 엄동설한 한밤중에 취한 몸으로 혼자 걸어서 집에 가겠다던 스승 조재훈, 그리고 그 앞에서 속수무책 겁을 내며 돌아와서는 그들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작가. 이 책은, 시대의 격랑을 한 몸으로 버텨왔거나 격랑 속을 걸어온 문단의 선배와 친구에서부터 두 발 단단히 변두리를 딛고 서 있는 지역 작가에 이르기까지, 서해안 작가의 입심으로 재현된 서해안 지역 시인 작가들의 이야기이다. 그것들은 고통스럽고 외롭고 통렬하고 유쾌하고 심지어 아름답다. 작가의 다정한 눈길이 촘촘히 그물을 짜고 그들을 삶의 현장으로 건져내고 있는 까닭이다.
_김미영(세명대학교 교수, 소설가)

작가들의 사(事)생활

시인이자 소설가인 강병철이 쓴 작가들의 사소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인 윤중호, 이정록, 조재훈, 나태주, 황재학, 이순이 등과 소설가 김성동, 이문구, 한창훈, 정낙추, 동시인 안학수 등과 교유한 기억들을 끄집어내고 있다. 저자의 삶터와 일터 중심으로 만났던 작가들이라 대체적으로 충청남도 서해안 지방 일대에서 거주하거나 인연이 있는 작가들의 모습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문단 야사’류인 것은 아니다. 첫 번째로는 이 책은 위 작가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우정의 편지이기 때문이며, 한편으로는 그들의 작품 세계로 진입하는 데 필요한 단초들이 사금파리처럼 깔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소설가 한창훈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좋은 예이다.

21세기 스마트폰처럼 잘 마사지된 것처럼 보이는 그 이름자의 유래는 ‘써니’나 ‘푸르메’처럼 세련된 기호의 조합이 전혀 아니다. 그저 잠뱅이 할아부지들이 숫자를 꼽을 때 흔히 나오는 ‘하나, 둘, 서이, 너
이…’ 할 때의 그 ‘서이’일 뿐이다. 그냥 ‘서이’라고 작명한 것으로 모두 빈천한 집 갑남을녀의 딸내미들 순번일 뿐이다. 백사장이건 갯펄이건 그런 식의 ‘서이 잔치’가 쓸쓸한 배경으로 널려 있었다.
갯바위 따개비 유년을 보냈던 서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돌부리 거친 섬 사내를 만나 고초를 연장시킨다. 당장이 고달프니 미래의 고달픔은 예단할 틈이 없다. 스무 살에 산골 깊숙한 곳으로 시집 간 서이
와 마산공단 산업계 야간 학교로 떠난 서이가, 조금이라도 섬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던 방직공장 서이가… 도시의 웬 사내와 불현듯 사랑을 나눴다가 뱃속에 아이만 잉태시키고 도망친 남자 부르며 옥상에서떨어졌던 가발공장 서이들이 등장한다. 그게 보릿고개 보내던 우리의 어머니요, 누이다.
_「한창훈의, 서이가 아름다운 진짜 이유는」 중

작가들의 사(私)생활을 조금 안다고 해서 그 작가의 내면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짧지 않은 교유는 단순히 사생활을 안다는 차원하고는 다르다. 작품과 삶의 결을 함께 느낄 수 있기에 작가와 작품을 연결해서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것이 작품을 대하는 최상의 방법이 아닌 것은 당연하다. 저자가 책의 제목을 ‘작가의 객석’이라고 붙인 것은 아마도 작가들을 ‘책’이라는 무대 위에 등장시키고 저자 자신은 ‘객석’에서 느긋이 바라보고 있다는 장난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시종일관 여유롭고, 유머러스하고, 따뜻하다.
시인 이정록에 대한 이야기이다.

뽕짝을 듣고 블루스를 추려면 엄니의 굽은 등 때문에 가오리만한 허공이 생기지만 그네들은 마음이 합체된 찰떡 궁합 모자(母子)다. 장발에 파마로 변한 시인이 고향 사립문을 열면,
“왜 검불을 지고 다니냐”
다시 머리를 깎고 등장하면,
“농사채 팔아먹었냐”
불퉁, 떨어지는 말씀마다 은유요, 알레고리요, 민초성 해학이다. 그 엄니의 화법에서 몸의 시를 체화시켰으니 그게 모태 시인이다.
_「이정록, 글자 조련사」 중

1980년대에 대한 비망록

시인과 소설가가 직업이 될 수 없는 오늘날, 저자에게 생계를 이어가게 해주는 주업은 학교 ‘교사’이다. 그것도 해직교사 출신이며, 전교조 교사들의 대량해직의 시발점이 된 ‘민중교육지’ 사건의 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1985년 그해 여름 민중교육지 사건.
18명의 교사가 해직된 홍두깨 필화 사태.
기실 터질 게 터진 것이다. 서울의 유상덕, 김진경, 윤재철 선생님이 국가보안법으로 수감되었고 심성보, 고광헌, 이철국, 심임섭, 홍선웅 선생님이 우르르 해직되었고 충청도에서도 송대헌, 조재도, 전인순, 황재학, 전무용, 유도혁이 쫓겨났고 첫 원고료를 달콤하게 받고 단편소설을 쓴 순수 문학청년 강병철도 쫓겨났다.
나중 얘기지만, 그 시국의 여파가 끝이 없어서―전인순과 조재도 선생은 두 차례 해직당했고(도합 10년) 송대헌과 ‘최’는 세 번 이상 짤렸으니 헤아릴 수 없고 그 후로도 영원히 칠판 앞에 서지 못했다. 김진경, 유상덕, 윤재철 역시 한 차례의 해직으로 강산이 바뀌도록 긴 세월을 감수해야 했으니 어디 하나 순탄한 팔자를 기대할 수 없었다.
_「최교진의 벗들」 중

특히 이 책에는 ‘민중교육지’ 사건부터 전교조 교사 해직 사건에 대한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드문드문 박혀 있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역사의 어느 귀퉁이를 돌아가게 만든다. 물론 저자와 교유했던 교사들과 얽힌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교조 운동 전체를 조망하지는 못한다. 또 그럴 의도로 씌어지지도 않았다. 작가들을 저자가 마련한 무대에 등장시키다 보니 자연스레 전교조의 몸통(?)들이 드러나고 만 꼴이랄까. 어쨌든 지난날에는 문학이 감당한 시대의 몫이 자못 컸던 것은 사실이다.

내가 마지막까지 ‘설마…’ 하고 의심했던 것이 현실로 드러났고 전국적으로 1500여명이 해직되는 믿을 수 없는 사태가 터진 것이다.
충남에서도 당장 김지철, 최교진, 이우경, 고재순 선생님 등이 철창에 끌려갔고 벗 전인순, 이인호, 박경희, 현종갑, 고충환, 김대열, 장진원, 김창태, 김억환, 홍성희, 황금성, 길준용, 연재흠, 장지병, 황성선, 이영래, 정양희, 김성수, 김인규, 김억한, 임병조 등 50여 명이 단두대에 목을 우르르 넣었다. 3년 8개월 만에 복직한 나는 울멍울멍 가슴을 쓰다듬으며 술을 마시고 글을 썼지만 출옥 후 그는 지역 순회로 강연을 했고, 나는 생존의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_「객석에서 그를 보며, 김지철」 중

작고 선한 삶들

이 책에 진지하고 무거운 비사만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이를테면 안학수의 『하늘에서 75센티』에서 안학수 시인의 삶을 얼핏 봐버린 다음 대목은 저자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을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모두들 떠나간 텅 빈 운동장,
“…내가 잘못했어. 수나야, 선생님을 절대로 용서하지 마라.”
선생님이 무릎 꿇은 채 머리카락이 바닥에 닿도록 숙인 채 흐느끼는 중이다.
“분이 풀릴 때까지 원망하렴.”
오히려 수나가 해맑은 눈빛으로 운동장을 바라보며,
“선생님, 지금 너무 행복해요. 선생님이 저를 사랑해주시니까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때 행복이 온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어요.”
오히려 다독다독 달래주는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은 아이의 먹머루 화사한 눈빛을 보며 수나가 장차 눈빛 맑은 시인이 될 거라고 상상만 해보았다.
_「바보천사 안학수가 전쟁터에」 중

도대체 강병철의 눈은 몇 겹인 걸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이 책을 일독을 해본 독자라면 누구나 빠지는 물음일 것이다. 그게 연극이 되었든 문학이 되었든 깊이가 있는 작품은 거느린 맥락이 복잡하기 마련이기에 그런 물음은 당연한 것이다.

머리말

인연의 끈으로 글을 묶는다.
뜨악했던 관계망들은 거리를 벌리며 조심스레 엮었고 가까운 벗들은 방심한 채 덧칠하기도 했다. 그 벗들의 그늘에서 멍든 상처 삭히다가 등이 굽고 몸이 허물어졌다.
언제부터였나, 난세에 익숙해졌다.
벼랑 끝 스크린을 의연한 척 지켜보다가 밤이 되면 비로소 나 홀로 주전자 뚜껑 굴리며 새가슴 쓸어 담는 스크린이 그것이다. 등짐 진 계단에 서서 耳順의 사연들을 가랑이 사이로 흘려보내다가 술이 없는 날을 골라 컴퓨터 자막에 빠졌다. 수렁에 빠질 때마다 글이 나를 버티게 해주는 무기가 되었음은 따로 밝혀야 할 것 같다.
무심했던 이웃의 수맥 같은 은총에 새도록 사무치기도 했고 가까운벗들의 송곳에 섬 하면서 대나무 속처럼 고독했음도 밝힌다. 만남의 깊이만큼 두려움이 깊어지는 것이니 그게 이별 연습일까, 가끔은 어둠에 파묻힐 때가 가장 편안했음도 따로 밝힌다. 시베리아 눈보라 순식간에 걷히더니 어느새 생강나무 꽃 피는 봄날이다.
---「책을 펴내며」전문

▣ 작가 소개

저자 : 강병철
1983년 ‘삶의 문학’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유년일기』『하이에나는 썩은 고기를 찾는다』『꽃이 눈물이다』, 소설집 『비늘눈』『엄마의 장롱』『초뻬이는 죽었다』, 성장소설 『닭니』『꽃 피는 부지깽이』『토메이토와 포테이토』, 산문집 『선생님 울지 마세요』『쓰뭉 선생의 좌충우돌기』『선생님이 먼저 때렸는데요』『우리들의 일그러진 성적표』가 있고, 함께 쓴 교육산문집 『넌, 아름다운 나비야』『난 너의 바람이고 싶어』가 있다. 청소년 잡지 『미루』를 10년간 발행했고, 2001~2004년 한국작가회의 대전충남지회장 역임했다.

▣ 주요 목차

책을 펴내며 / 4

중호야 인나, 녹두꽃이 폈어야 / 9
만다라 그 전설의 외로움, 김성동 / 25
소설가 이문구를 만나지 못한 사연 / 45
한창훈의, 서이가 아름다운 진짜 이유는? / 59
이정록, 글자 조련사 / 69
바보 천사 안학수가 전쟁터에 / 83
선생님 울지 마세요, 조재훈 / 99
최교진의 벗들 / 113
나태주 시인은 야무진 울보다 / 127
정낙추, 그 기억력의 우물 / 139
로망이여, 황재학의 벗들이여 / 149
객석에서 그를 보며, 김지철 / 167
세상의 아픔, 김충권 목자의 기쁨 / 183
흥부 시인 이순이, 거시담론과 미시담론 / 197
꿈꾸는 유토피아, 이문복의 밥상 / 207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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