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의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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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백민석
출판사항작가정신, 발행일:2017/07/17
형태사항p.337 46판:20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60260533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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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태양 아래 아바나는
모든 것이 뜨겁고 눈부시다”
불가항력적으로 압도되는 눈부신 풍경, 쿠바 아바나

독자들이 ‘소설가 백민석’이라는 키워드에서 느끼는 기대감은,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던 무렵 보여주었던 세기말적 위악 내지 중후하면서 신선한 서사 같은 것이었다. 그 이후로 백민석은 소설 바깥으로도 자신의 글쓰기 영역을 조금씩 넓히고 있는 바, 이번 여행 에세이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아바나의 시민들』은 작가가 처음으로 사진을 찍고 글을 쓴 여행 에세이다. 자신의 기억을 과장 혹은 과대포장하지 않고 여행 경험에 다가가려 한 덕분에, 부풀려진 깨달음의 문구와 거짓된 자기애가 한 점 섞이지 않은 채 액면 그대로의 백민석 자체가 그대로 담겨 있다.

여행을 시간 순서로 구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찍은 사진들을 무작위로 배열함으로써 비선형의 글쓰기를 시도한 이번 여행 에세이는 작가에게 그 자체로 도전이기도 한다. 이 에세이에서 그는 현지에서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그 안에 자기 사유를 투과함으로써, 소설에서의 번뜩이는 블랙위트와 다른 영역을 개척해낸다.
작가의 쿠바 여행기는 잃어버린 나만의 속도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싶은 독자에게 삶을 새롭게 읽어내는 방법을 가만히 들려주며 대화를 시도한다. 마치 자신에게 들려주는 듯한 작가의 화법과 쿠바라는 나라가 지닌 본연의 원시적인 생명력 속에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매료될 것이다.

보통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쓰고 나면 소모된 느낌을 받게 된다. 언제나 그랬다. 안 그랬던 적이 없었다. 『아바나의 시민들』을 쓰고 나서는 오히려 충만한 감정을 가졌다. 내 안에서 무언가 샘솟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우울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글을 쓰면서 무언가 내 안에서 생산된 느낌이었다.
작가가 되고 나서 처음 경험한 신기한 느낌이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아바나에서 끝없이 걷는다는 것은,
독서 행위와 같다”
길 위에서 만난 아바나의 시민들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는, 방파제라는 뜻의 ‘말레콘’이 있다.

작가는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처럼 끊임없이 말레콘을 걸으면서 작열하는 태양빛을 맞기도 하고,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기도 한다. 그 속에서 바다가 얼굴색을 바꾸는 것을 관찰하며, 불가항력적으로 그 풍경에 압도되어 노상 카메라를 쥐고 그곳을 거듭 새로이 포착한다. 아바나에서 카메라가 든 백팩을 열어둔 채 빗속의 산책을 즐기다 카메라를 고장내기도 하고, 우아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올드카라든가, 카메라 A/S센터가 없어 만능수리기사를 찾아야 하는 현실을 날것 그대로 겪어낸다. 쿠바의 다양한 인종들만큼 다채로운 시민들의 표정에 매료되고, 길을 잃고 헤맨 낯선 구시가지의 주택가 골목에서 여러 인간 군상들을 보며 정겨운 평화를 읽기도 한다. 그러면서 아바나에서의 삶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작가에게 아바나에서 끝없이 걷는다는 것은, 독서 행위와 같고, 그가 끊임없이 읽은 텍스트는 수없이 만난 사람들이다.

그리고 독서 끝에 알게 된 것은 바로 아바나의 진정한 볼거리가 자연경관이나 유적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길거리를 다니는, 아바나의 현재를 구성하는, 과거를 짊어지고 미래를 향해가는 시민들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아바나의 시민들 역시 자신이 관광자원임을 안다는 것이다. 피부색이 다채로운 것만큼이나 다채로운 표정에서 충만한 육체미를 발견하는 것은 아바나에서 맛볼 수 있는 잊지 못할 즐거움의 하나다. 아바나의 어느 집 마당 풍경은 어떤 관광명소보다 기억에 뚜렷하게 남는데 그 이유는 오로지 사람들의 표정 때문이다. 여행객의 기억에 오래도록 생명의 불씨를 살려주는 것은 바로 이런 삶의 현장이다.

“무채색 배경을 부정하는 듯한 강렬한 원색,
생명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햇빛의 눈 시린 은유들”

아바나의 시민들은 역동적이다.

거실에 캔버스를 놓고 그림을 그리고, 플로리다 해협을 등지고 앉아 트럼펫을 불고, 광장에 이천 명씩 모여 살사 춤을 추고, 프라도 거리에서 시민 노래 경연을 한다. 이런 역동성은 스마트폰의 활용이 높은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작가는 쿠바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도 그 이유를 알아채는데, 볼거리가 없는 나라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스스로 볼거리가 되기 위해 바깥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이란 작은 나라는 볼거리가 많지만 쿠바 시민에 비하면 엉덩이가 아주 무거운 편이라는 유머도 잊지 않는다.

이질적인 것들이 섞여 있는 쿠바의 낯선 풍경을 읽어내는 인간 백민석과 소설가 백민석의 시선이 떼려야 뗄 수 없는 멋진 묘사와 문장들로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무채색 배경을 부정하는 듯한 강렬한 원색, 생명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햇빛의 눈 시린 은유들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빨래들에서 발견해내는 점은 이 여행 에세이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미덕이다. 예를 들어 ‘덥고 습하다.’는 표현은 후텁지근하다거나 찜통더위라기보다는 ‘미친 태양이 내리쬐는 동시에 미친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는 뜻에 가깝다는 식이다.

작가는 쿠바의 다양한 색깔을 표현할 만한 단어를 찾지 못해 좌절하기도 한다.

소설가인 자신의 빈약한 어휘력을 깨닫고 카메라의 눈에 의지해 최선을 다해 쿠바의 모습을 담으려고 한 그의 행동이 역설적으로 쿠바의 날것을 그대로 노출시키며 생생한 질감을 부여한다. 작가를 지치게 하는 단 한 가지는 기후도 습도도 아니고 오로지 작열하는 눈부신 태양뿐이다. 그런데 그 태양 덕분에 사진이 잘 나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실제로 작가가 찍은 쿠바 시내의 모습은 원색과 더불어 채도 높은 질감을 자랑한다. 쿠바의 태양이 강렬한 이유는 햇볕이 강하고 대기오염이 적은 탓인데, 피사체를 겨냥할 때마다 명암의 멋진 대비를 맛볼 수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셔터만 눌러도 사진이 되어 나오는 것이다.

“영혼의 족쇄를 벗어던질 수만 있다면
아바나에서의 여행이 즐거울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미치도록 떠나고 싶은 당신에게

쿠바의 새맑은 하늘에서 작가는 빈곤과 축복을 동시에 읽어낸다.

쿠바의 대기가 미치도록 맑은 데에는 미국의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60년대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하면서 미국은 쿠바에 경제봉쇄를 가했고 ‘쿠바 민주주의 법’까지 제정해 쿠바를 고립시켰다. 그런 탓에 아무리 쿠바를 쏘다녀도 공장 굴뚝은 좀처럼 만나기 어렵고, 어쩌다 만나더라도 연기는 나오지 않는다. 쿠바는 서구 문명과 여러 방면에서 교집합을 공유하고 있지만, 중남미 사회주의 국가라는 고독한 입지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라틴재즈의 활기 같은 것이랄지 카메라를 피하지 않는 아이들의 생기 같은 것들도 또한 함께 있다. 작가는 그런 낙천성이 쿠바를 춤추게 한다고 생각한다. 말레콘에서 똑같은 포즈로 줄지어 앉은 학생들의 천진함처럼, 아바나는 풍경 자체로 생동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한국에서 오래전에 잃어버린 것을, 그 힘에서 되찾아낸다.

쿠바는 한국보다 가난하다. 인구는 한국의 5분의 1이고, 경제는 저개발 국가에 가깝다.

쿠바는 지리적으로는 중남미에 속하고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 국가다. 그럼에도 아바나의 시민들은 행복해 보인다. 작가는 그 이유를 쿠바의 허술하고 빈약한 도시 환경에서 대비되는 풍요롭고 활력 넘치는 사람들의 표정을 통해 말하고 있다. 아바나의 시민들은 생산의 실천에 익숙하다. 그들은 우연히도 대중매체가 시원찮은 아바나에서 태어나 살게 되었고, 필연적으로 스스로 문화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어야 했던 것이다. 작가는 소비가 행복한 것이 아니라 생산의 행위 자체가 행복이라는 것을 아바나의 시민들을 통해 깨닫는다.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는 생산의 행위이고 실천이라는, 당연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실현하기 힘든 명제를 먼 나라 쿠바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소비할 때가 아니라 생산할 때 양질의 만족을 느낀다는 것을.

백화점에 가서 한도까지 카드를 긁으면서도 허전한 건 그 때문이다. 그 공허함은 견딜 수가 없다. 앙리 르페브르의 말처럼 “소비는 행복이 아니다. 부유와 안락은 기쁨을 가져다주기에 충분치 않다.”
끝으로 작가는 변화를 즐길 것. 습관과 규범을 벗어날 것. 통념에 휘둘리지 않을 것을 넌지시 독자들에게 당부한다. 영혼의 족쇄를 벗어던질 수만 있다면 아바나에서의 여행이 즐거울 것이라고. 쿠바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슬로북(SLOW BOOK), 마음의 속도로 읽는 책
작가정신의 에세이 시리즈

작가정신의 새로운 산문집 시리즈 ‘슬로북’은 백민석의 쿠바 여행 에세이『아바나의 시민들』을 필두로 동시대와 호흡하는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슬로북’은 속도지상주의 시대에 ‘느려질 수 있음’의 가능성을 누리면서,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내는 발상의 전환을 꾀할 것을 권한다. ‘빠름’과 ‘느림’ 모두를 자유자재로 구가할 수 있는 과정, 그것이 책을 통해 ‘느림’을 향유하는 능동적인 진화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슬로북’은 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의 말

보통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쓰고 나면 소모된 느낌을 받게 된다. 단편을 쓰고도 그 공허한 감정을 며칠이나 추슬러야 하고, 좀 긴 글을 마치고 나면 실제로 욕지기질을 하기도 한다. 언제나 그랬다. 안 그랬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아바나의 시민들』을 쓰고 나서는 오히려 충만한 감정을 가졌다. 믿기지 않게도 내 안에서 무언가 샘솟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우울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소모된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무언가 내 안에서 생산된 느낌이었다. 작가가 되고 나서 처음 경험한 신기한 느낌이었다.

원인은 모르겠다. 즐겁게 썼고, 여행 에세이가 원래 쓰고 싶었던 것이어서 그랬을 수 있다. 아마 내가 찍은 사진을 원료로, 그에 어울리는 글을 덧붙이는 2차적인 과정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이번 경험은 오래 기억날 것이다.

(…중략…)

여행 에세이는 첫 도전이고, 내가 찍은 사진을 책으로 묶는 일도 첫 도전이다. 『아바나의 시민들』은 여러모로 내게 신선한 경험이었다.

 

 

작가 소개


저 : 백민석

 '엽기'라는 우리 시대 문화 코드의 한 대표적 사례로 여겨졌고, 충격적인 언어와 기괴한 상상력으로 일찌감치 문단과 독자들에게 충격을 준 작가이다.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문학과사회』 여름호에 「내가 사랑한 캔디」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르도 스타일도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매번 바꾸어 가면서 쓸”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피비린내 나는 살인과 유혈 낭자한 이미지로 상징되었던 ‘엽기’라는 문화적 코드도 작가에게는 하나의 경향이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장편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내가 사랑한 캔디』, 『불쌍한 꼬마 한스』, 『목화밭 엽기전』, 소설집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러셔』등이 있다.

그의 작품에는 대부분 소년이 등장한다. 어른인 등장인물 역시 심리적으로는 소년인 상태의 어른들로 보인다. 현실의 인물을 기준으로 볼 때 기괴한 인물을 등장시킨다고 평가받는 그는, 스스로의 표현대로 ‘반사회적’ 경험으로 인해 날렵하면서도 냉소적인 문체를 구사한다. 이러한 문체는 힘 또는 권력에 대한 비판의 의미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는 최근 절필을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작품을 들여다보자.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는 유치함을 가장한 대담한 글쓰기로 주목을 받고 있는 백민석의 연작소설집이다. 작가는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생산해내기 시작한 인류의 신상품들을 만화처럼 그리고 있으며, 사회에 대한 음산한 해학과 통찰을 보여준다. 『내가 사랑한 캔디』는 백민석의 미혹과 파격의 소설로 평가받는다. 다양한 이미지와 비현실적인 시공간을 가진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발기부전에 시달리거나 동성애에 빠지거나 지강헌과 같은 총잡이를 꿈꾸는 '90년대 낙오자들'의 절망과 허기를 그려 내고 있다. 새로운 감성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창조한 이 소설은 90년대식 소설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죽은 올빼미 농장』의 주인공은 도심에서만 성장한 전형적인 '아파트먼트 키드'로, 이미 서른이 넘긴 나이임에도 '인형하고만' 대화를 나누며 어린 시절 들었던 자장가 가사에 집착하기도 한다. 작가의 전유물인 ‘인형’과 ‘복화술’을 기반으로 ‘아파트먼트 키드’라는 기형적 인간의 내면을 탐사해나가는 작가의 상상력에는 보다 순화된 ‘인간적 순정’이 느껴진다. 저자는 “아파트에서 태어나 유년을 보낸 아이들을 두고 내가 한 주장은 확신이 실린 것이 아니다. 아마도 소설 내적 원리에 충실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그 주장들은 틀렸거나, 아니면 옳다 하더라도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힌다.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에는 시종일관 유령이 출현한다. 그 유령은 동화적이거나 환상적인 귀신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그 자체다. 여기에 백민석이 말하는 공포가 있다. 그가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은 그 공포로부터의 탈주이며 그 공포의 탈신비화 작업이다. 이 책에 대하여 평론가 손정수는 “백민석의 최근 소설들은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의 한 극단을 보여준다. 곧 "직사광선 아래 놓아둔 빠닥빠닥한 알루미늄 포일처럼 쿨하면서도 조금은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이 그것이다. 일상화된 주체로서의 '나'에게 '무어라 불러야 할지 알 수 없는 전조'처럼 다가오는 이 타자들의 세계, 그것은 텍스트화된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필사의 도정 끝에서 백민석이 발견해낸 환각과도 같은 출구를 표상한다.”라고 평한다.

『목화밭 엽기전』는 납치, 린치, 강간, 살상, 포르노그라피... 시종 주위를 떠도는 언어들이 단말마의 비명 소리에 섞여 몸과 마음을 옭아매고 더 이상 달아날 곳이 없는 곳까지 철저하게 몰아세우는 충격적 소설이다. 문학평론가 황종연씨는 “『목화밭 엽기전』은 윤리가 부재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생활의 윤리적 가능성 자체를 조롱한다. 이를테면 인간이 야수의 상태를 넘어선 윤리적 존재라는 믿음은 작중인물들이 신랄하게 비웃고 있는 미신이다.”라는 평을 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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