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시집 『깊어지는 집』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약간 어둡고 애조를 띄고 있다. 가족의 와병과 죽음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투병 중인 아버지, 시인과 동갑내기인 이모의 부음訃音, 큰집 숙모의 부음, 그리고 가장 큰 상실감을 주는 것은 남동생의 부음이다.
눈 내리는 마당에
막장을 푼 미역국이 끓고 있었다
끓일수록 깊어지는 집
사나흘 눈이 내려 대관령은 고립되고
승윤이는 갔는데
눈발은 아흔 아홉 구비를 돌아서 오는
저녁기차 같다
작게 움츠러든
올케의 상복 입은 어깨
씨는 남겼는가
집안 어른들 소리 장국 냄새에 스미고
산그늘 속에서 올케는
하얀 달거리를 시작하고 있었다
--‘대설 1-깊어지는 집’ 전문
시의 초입에 큰 눈이 내리고, 마당에는 솥에 앉힌 국이 끓고 있다. 상갓집이다. 노인이 세상을 뜨면 간혹 호상이라는 말도 나오게 마련이지만, 오늘의 주인공인 ‘승윤’은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나이이다. 젊은 나이에 젊은 반려인 올케를 남기고 왜 그가 세상을 떠났는가는 이 작품 속에 나오지 않는다. 단지 남겨진 가족과 그들을 둘러싼 풍경을 담담히 기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절제가 더욱 비극적인 상황을 돋보이게 한다. 며칠 동안 끊임없이 큰 눈이 내리고, 첩첩산중에 길마저 끊겼는데, 마당엔 상갓집의 국이 끓는다. 이것은 삶과 죽음 사이의 단절을 대비해 보여준다. 간 사람은 흔적이 없고, 살아 있는 사람은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불문율이다. “끓일수록 깊어지는 집”이란 구절은, 이승과 저승의 단절을 더욱 깊어지게 한다.
집안 어른들은 “씨는 남겼는가”라고 작은 소리로 묻는다. 세상 떠난 젊은 사람이 후세는 남기고 갔는가 하는 걱정이다. 시원한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다른 시 ‘시차’에서도 동생의 육성으로 “어린이날 아이는 없고 혼자 낚시하러 왔어...”하는 귀절이 있는 걸 보아, 후세를 남기지 못한 듯하다.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문상 온 사람들의 대화를 잇지 못하게 한다.
출생→ 삶→ 죽음에 대한 명상은 백순옥 시인의 시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생의 순환에서 불임不姙은 번뇌의 근원이 된다. 백순옥 시인은 시 ‘둿뚜루 댁’에서 아이를 갖지 못한 친척 여인의 일생을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큰집 숙모는 늘 새댁이었어요
꽃잎 지듯 울곤 했어요
홀시아버지와 남편을 보내도록
마당 가득 뭉게구름 같은 목단만 가꿨어요
나무마다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들
이름을 지어 줬어요
둿뚜루 댁
혼자 죽은 지 삼일 만에 발견됐어요
식은 몸 위에
수의를 입히며 떨어지는 꽃잎들
숙모가 머물던 자리
햇살이 노란 꽃가루를 뿌려요
-- ‘둿뚜루1)댁’ 전문
큰집 숙모인 ‘둿뚜루댁’은 평생을 ‘새댁’으로 불린다. 아이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으면 누구 엄마가 되었겠지만, 아이를 갖지 못했기에 그녀는 온전한 그 집 안주인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나이가 먹어도 ‘새댁’에 머문다. 모성애가 충만한 기혼여성이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지극한 슬픔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둿뚜루댁은 정원 가득 ‘뭉게구름 같은 목단’을 가꾸며, 그 나무 한 그루마다 자신이 낳고 싶었던 아이들의 이름을 붙여준다. 그리고 마침내 가족을 보내고 혼자 남아 살던 집 정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불임이었던 여인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연을 담은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마치 옛 동양미인의 초상화를 보는 것 같고, 일본 설화 겐지 모노가타리2)의 세계를 보는 듯한 애잔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
사실, 백순옥 시인의 시의 특별한 장점은 이처럼 비극적인 가족사를 설화적 세계로 승화시키는 기법에 있다. 이 시집 속에서 우리는 시인의 가족이 맞닥뜨린 질병과 우환을 마주친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을 잃을 위기에 처했을 때 최선을 다하여 함께 투쟁한다. 시 ‘들숨 날숨’, ‘고욤나무가 있는 마당’, ‘간병의 계절’, ‘청주의료원 502호’ 등에서 그러한 투쟁을 볼 수 있다. 소중한 가족에게 닥친 노쇠와 질병의 영향력은 질기고 그악스럽다. 때문에 그와 맞싸우는 환자와 가족의 투쟁 또한 영웅적이다. 하지만 때로 죽음은 불가항력적이다.
길고양이가
강아지 집에 새끼를 낳았다
털끝이라도 건드릴까 날 선 숨소리
엉겨있는 새끼 고양이들
작은 웅덩이 같다
죽은 새끼의 입을 핥아주는 어미 고양이
선홍빛 혓바닥에서 새어 나오는 물소리
물소리, 물소리
배롱나무 마른 가지에 작은 꽃이 피었다
반짝
나무를 타고 오르는
새끼 고양이 울음
---[곁이라는 말 전문]
작가 소개
저자 : 백순옥
백순옥 시인은 강원도 동해에서 태어났고, 2011년 {딩하돌하} 여름호로 등단했으며, ‘여름강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백순옥 시인의 첫 시집 『깊어지는 집』 에 담긴 작품들은 슬프고 아름답다. 그녀가 보는 세상이 슬프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상실과 이별을 겪으면서도 담담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슬프고 아름다운 이 세상이 살아갈 만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백순옥 시인은 그녀의 집과 가족을 둘러싼 세상을 전세계全世界로 파악하고 있고, 따라서 그녀의 시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풍경과 사연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목 차
1부
귀 좀 빌려주세요 12
어두워질 때 13
막장 14
만두채반이 쌓이는 풍경 15
젖을 떼다 16
양버즘나무를 읽다 17
칡넝쿨 가계도 18
시집 19
여적암 가는 길 20
일신관 배달원 21
보름사리 22
심장초음파 23
Time 아이스크림 가게 24
빗방울 전주곡 25
명암지의 저녁 26
속도계 27
ON 28
2부
뜻밖의 선물 30
오동나무 부부 31
안녕, 소나무 32
대설 1 ―깊어지는 집 33
복작노루 34
봄, 코를 빠뜨리다 35
들숨 날숨 36
버스 50-1 37
긴 잠 38
고욤나무가 있는 마당 39
영동 가는 길 40
개똥벌레 41
괭이밥 42
무허가 집 1 43
주문을 걸다 44
능소화 1 45
한 차례 비 46
정하연립 47
3부
여우비 50
마들에서 쓰는 편지 51
대설 2 52
간병의 계절 53
둿뚜루 댁 54
곁이라는 말 55
탑동로 67-1 56
터널 57
아메드의 휴일 58
살구꽃 지다 59
잃어버린 장갑 60
뿌리뜸 승강장 61
한의원을 나오며 62
능소화 2 63
꽈리가 익는다 64
산수유떡국 65
틈새 66
목련공원 67
4부
신문 70
뚱딴지 71
청주의료원 502호 72
무허가 집 2 73
민들레 산업 74
모란꽃, 달다 75
시차 76
먹벙이순대집에서 77
오래된 걸음마 79
봄날은 간다 80
곰취 81
뿌리혹박테리아 82
14너 478234 83
엄마의 핸드백 84
고슴도치선인장 85
쉐마미술관에서 만난 그녀 86
늦은 점심 87
비 그친 잠시 88
나무는 외롭지 않고 다만 단독했다 89
해설삶과 죽음 사이에 꽃이 피고양애경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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