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은 오늘 밤 소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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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D.H.로렌스
출판사항민음사, 발행일:2017/08/25
형태사항p.177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7475238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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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자유시는 정신과 육체가 한꺼번에 솟아나는 것이어야 한다.” ―D. H. 로렌스

D. H. 로렌스는 『보라! 우리는 이렇게 이겨 왔다!』, 『새, 짐승, 꽃』, 『팬지 꽃』 등 여섯 권의 시집에 천 편이 넘는 시를 쓴 시인으로서 에드거 앨런 포를 좋아했고, 1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특히 월트 휘트먼의 영향으로 자유롭고 대담한 형식을 지향했다. “소리나 감각에서 타성에 젖은 진부한 결합이나 판에 박은 조합은 걷어내자. 그저 표현한답시고 일그러지게 전달하는 거짓된 경로와 통로들은 엎어 버리자. 그 완고한 버릇을 깨부수자.”

그리고 거짓된 동정심으로 가득 차
일 마일을 걷는 자는 전 인류의 장례식장으로 가느니.
―「휘트먼에게 주는 대답」에서

마치 일기를 써 내려가듯 솔직하게 고백하는 이야기들도 많은데, 자신을 “꼭 쥐고 갖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연인에게는 이렇게 따져 묻는다.

(……)
내가 대답했다. “도구도 기구도 아니고 하느님도 없소!
나를 만지고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저속한 짓이오.
족제비가 그 곧고 하얀 목을 쳐들 때
울타리의 족제비를 만지기 전에 두 번 생각하겠지.
당신 손이 그렇게 가볍고 쉽지는 않겠지.
공주처럼 햇볕 따사로운 곳에서 똬리를 튼 채
머리를 어깨에 얹은 채 잠자는 독사도 쉽게 만지지 못하겠지.
독사가 놀라 정교하게 머리를 쳐들었을 때
그 모습이 드물게 아름다워 보여도
또 엄청난 위엄을 갖추고 정교한 몸짓으로 달아난 것이 기적 같아도
당신은 그 독사를 쓰다듬어 주려고 손을 내밀지는 않지.
또 당신은 저 주름지고 슬픈 얼굴을 한 들판의 황소가
일어나면 무서워하지.
황소는 한자리에 박혀 선 돌기둥처럼 생각에 잠겨 슬프지만.
당신을 주저케 하는 것이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는 거요?
나에게도 이 모든 것이 다 있소.
어째서 당신은 이런 것을 대수롭게 생각하는 거요?”
―「그녀가 또한 말하기를」에서

한편 대학교 은사의 아내였던 여섯 살 연상의 프리다와 사랑에 빠져 결혼에 성공했는데, 그녀에게 바치는 애가도 여러 편 있다.

그녀가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기 위해 서성거린다.
그녀가 창문 아래 목욕 수건을 깔면
햇볕이 그녀를 비쳐
어깨 위에 하얗게 반짝인다.
그녀 옆구리에는 원숙한
금빛 그림자가 빛난다.
그녀가 스펀지를 주우러 몸을 굽히면 그녀의 출렁이는 젖가슴이
활짝 핀 노란 장미처럼 출렁인다.
‘디종의 영광’ 장미꽃처럼.
―「디종의 노래」에서

자연의 생명력에서 인간다움을 찾아 헤매는 시인의 처절한 목소리

D. H. 로렌스는 자신이 직접 시의 화자가 되어 사상을 펼쳐낸다. “세상이 그토록 많은 거짓으로 뒤덮여 있지 않다면, 나는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급격한 산업혁명으로 돈과 명예를 얻은 부르주아들은 또 하나의 계급을 만들며 가식으로 가득 찬 사회를 탄생시켰고, 이 모든 것에 환멸을 느끼는 예민한 작가는 인위적인 것으로부터 탈피하여 자연이 갖는 본연의 힘을 찾고자 했다. 그리하여 그의 시에는 “저주스러운 인간 교육”에 대한 반발만큼이나 생명력에 대한 종교적인 경외감이 짖게 드러나고 있다.

(……)
나를 가르친 목소리는
그를 죽여야 한다고 속삭인다.
시칠리아에선 까만, 까만 뱀은 해(害)가 없지만 금빛은 독이 있기 때문에.

내 속에서 목소리는 말한다. 네가 만일 사내거든
몽둥이를 들어 지금 그를 쳐서 죽이라고.

그러나 손님처럼 조용히 내 홈통에 와서 물을 마시고는
만족해서 고마운 표정 하나 없이 평화롭게
대지의 이글거리는 창자 속으로 가 버린
그가 몹시도 좋았다고 나는 고백할까?
(……)
맞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미처 구멍 속에 들어가지 않은 꼬리 부분이 갑자기 체통
없이 꿈틀거리며
번개처럼 꿈틀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까만 구멍, 담 정면의 갈라진 틈 속으로
나는 홀린 듯 그쪽을 지켜보았다. 이 강렬하고 조용한 정오에.

나는 곧 후회스러웠다
얼마나 무가치하고 야비하고 비열한 짓인가!
나를 경멸하고, 저주스런 인간 교육의 목소리를 멸시하였다.

나는 알바트로스를 생각했다.
그리고 내 뱀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랐다.

내게는 그가 왕처럼 보였기에,
추방당한 왕, 지하에서 왕관을 쓰지 못했으나
곧 다시 왕관을 쓸 왕처럼.

이리하여 나는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생명의 왕과의 기회를,
나는 이제 속죄해야 하느니,
나의 비루한 짓을.
―「뱀」에서

영시 문학사에서 형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은 주로 죽음 같은 진지한 주제를 다룬 시들이다. 로렌스의 시들은 그 자체로도 세계시인선에 들어갈 만큼 의미 있는 작품들이지만, 그의 철학뿐만 아니라 소설을 이해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텍스트가 된다.

(……)
지금은 가을, 과일이 떨어진다.
망각을 향해 먼 여행을 떠날 때.
커다란 이슬방울처럼 사과가 떨어진다.
스스로를 깨는 것은 스스로를 떠나는 것.
지금은 떠나야 할 시간. 자신에게
작별을 고하고, 떨어진 자신으로부터
출구를 찾을 시간.
―「죽음의 배」에서

로렌스는 거친 광부의 아버지와 교양 있는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가난과 불화를 겪으며 자라난 예민한 문학소년이었다.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집착과 그로 인한 아들의 방황과 어머니를 향한 아들의 애정이 특히 자전적 소설 『아들과 연인』에 잘 나타나 있다. 「신부」라는 시는 이 소설의 17장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장의 제목은 ‘해방’이다.

나의 사랑은 오늘 밤 소녀 같다.
그러나 그녀는 늙었다.
베개에 놓인 머리카락은
금빛이 아니고,
섬세한 은빛과 섬뜩한 냉기로
꼬여 있다.

그녀는 젊은 처녀 같다. 눈썹은
부드럽고 아름답다.
뺨이 아주 부드러운데 두 눈을 감아
귀하고 귀여운
잠을 잔다. 조용하고 편안하게.

아니 신부처럼 잠을 잔다.
완전한 것을 꿈꾸며.
내 사랑은 꿈의 형태로, 마침내 누워
그리고 죽은 입이 노래한다.
맑은 저녁의 지빠귀 새 같은 입 모양을 하고.
―「신부」에서

 

작가 소개

저 :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David Herbert Lawrence

 『채털리 부인의 사랑』의 저자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는 영국 소설가이다. 1885년 노팅엄셔의 이스트우드에서 광부인 아서 존과 교사이자 시인이었던 리디아 로렌스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약한 몸과 가난한 성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1898년 장학생으로 노팅엄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졸업 후에는 회사의 서기와 초등학교 임시 교사를 거쳐 21세에 노팅엄의 유니버시티 칼리지에 진학했다. 1908년 이스트우드를 떠나 크로이든의 데이비드슨로드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교사 생활 중에도 틈틈이 시와 단편소설을 썼다.

첫 번째 소설 『하얀 공작』이 1911년에 출간되었으나 이 시기에 폐렴에 걸린 이후 평생 동안 폐질환으로 고통을 받았다. 1912년 그가 공부했던 노팅엄셔 칼리지 교수의 부인이자 여섯 살 연상의 독일인 여인 프리다 위클리와 사랑에 빠져 함께 독일과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1914년 영국으로 돌아와 결혼식을 올렸다. 1913년 『아들과 연인』을 출간했고 1915년에 출판한 『무지개』가 노골적인 성(性) 묘사를 이유로 발매가 금지되면서 1917년에 완성한 『사랑하는 여인들』도 이후 3년간 출판사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 전역과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멕시코 등지를 여행했고, 1922년에 『아론의 지팡이』, 1923년에는 『여우』, 『대위의 인형』, 『무당벌레』가 출판되었다. 1924년 아버지가 사망하고 프리다와 함께 멕시코에서 지내는 동안 말라리아와 이질에 걸려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후 다시 폐결핵 진단을 받았다.

태어날 때부터 허약했던 체질과 폐렴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성(性)의 신비를 통해 병든 현대문명을 고발하고자 끝없는 방랑생활을 감수하면서 작품을 추구한 천재 작가 로렌스. 그의 부모님은 계급과 지적 수준 차이로 인한 불화가 끊이지 않았고, 그의 어머니는 이에 대한 보상심리로 아들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퍼부었다. 이러한 그의 가정환경은 그의 자전소설 『아들과 연인』에 자세히 담겨 있다.

1928년 로렌스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출판사에서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자비로 펴냈다. 영어를 모르는 이탈리아 조판공은 이 소설이 섹스에 관한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그런 건 매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초판 100부를 찍은 후 로렌스는 이 책을 가까운 친구들에게 2파운드씩 받고 팔았다. 그러나 점차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퍼지자 수요와 공급에 문제가 생겼고, 이 때 해적판 출판업자들이 해결사로 나섰다. 런던뿐만 아니라 대서양 건너 뉴욕에서도 해적판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 15달러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단속을 나온 경관에게 이 책을 선물로 주고 무마했다는 서점 주인도 있을 정도였다.

1925년에 유럽으로 돌아온 이후에는 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지냈다.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1928년에 제3판이 완성된 그의 마지막 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완성 직후 이탈리아에서 자비로 출판하여 친구들을 통해 배포했지만 많은 부수가 미국과 영국에서 행정당국에 의해 몰수되었고, 영국에서는 외설 시비로 인해 오랜 재판을 거친 후 1960년에야 비로소 최초의 무삭제판이 펭귄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1930년 폐결핵으로 프랑스 남부의 방스에서 44세의 젊은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역 : 정종화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맨체스터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런던대학교 펠로,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한국 D. H. 로렌스 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옮긴 책으로 토머스 하디의 『이름 없는 주드』, 『테스』, D. H. 로렌스의 『역사, 위대한 떨림』 등이 있으며, 이문열의 소설 『시인』을 비롯한 다수의 한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했다. 외무부장관 표창장, 대한민국 문학상, 대산문학상, 대영제국 훈장(OBE) 등을 받았다.  

 

목 차

피아노 PIANO
버찌 도둑 CHERRY ROBBERS
집시 GIPSY
신부 THE BRIDE
헤네프 강가에서 BEI HENNEF
첫 아침 FIRST MORNING
디종의 영광 GLOIRE DE DIJON
되찾은 낙원 PARADISE RE-ENTERED
그녀가 또한 말하기를 “SHE SAID AS WELL TO ME”
석류 POMEGRANATE
모기 THE MOSQUITO
뱀 SNAKE
모기는 안다 THE MOSQUITO KNOWS
천만에 로렌스 씨! NO! MR LAWRENCE!
급료 WAGES
인간의 마음 THE HEART OF MAN
현대의 기도 MODERN PRAYER
신의 이름! NAME THE GODS!
휘트먼에게 주는 대답 RETORT TO WHITMAN
예수에게 주는 대답 RETORT TO JESUS
신의 형체 THE BODY OF GOD
바바리아의 용담 꽃 BAVARIAN GENTIANS
죽음의 배 THE SHIP OF DEATH
아몬드 꽃 ALMOND BLOSSOM
캥거루 KANGAROO
부르주아는 얼마나 짐승 같은가 HOW BEASTLY THE BOURGEOIS IS
박쥐 BAT
겨울 이야기 A WINTER’S TALE
가을비 AUTUMN RAIN
젊은 아내 A YOUNG WIFE
결혼식 아침 WEDDING MORN
저녁의 암사슴 A DOE AT EVENING
그림자 SHADOWS
성체축일 FROHNLEICHNAM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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