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암자란 어떤 곳인가?
일삼아 암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쓴 이는 계절마다 발품을 팔았던 암자를 두고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덧없는 부끄러움과 낯선 진실들을 짊어지고 늙은 산길을 따라와 수행자와 눈 맞춤하며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 맑은 바람과 한 뼘 햇살만으로도 충분하게 몸이 씻겨짐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암자다.”
이를테면 암자란 돈오각성(頓悟覺醒)의 경지를 설하는 도량은 아닐지라도 일로정진(一路精進)의 향기가 배어 있어 사람을 편안하게 맞아주는 곳일 성싶다. 설핏 욕심을 부린다면 인생길의 좌표에 대해 물어볼 수도 있는 곳이라는 것.
삼독의 번뇌를 씻어내는 기도와 위로
탐욕(貪欲)과 진에(瞋?)와 우치(愚癡), 곧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의 세 가지 번뇌에서 비롯되는 삼독(三毒)의 습관으로 찌든 일상을 위로받을 길은 없을까? 조곤조곤한 필치로 독자들을 암자로 이끄는 글쓴이는 암자야말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슬며시 귀띔한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고, 소소한 것에 감동할 줄 알고, 스치고 지나가는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미워함과 시기함과 분노마저도 주저 없이 사랑으로 덮을 줄 아는 마음이기를 원하며, 거짓 없는 순진함으로 무장하여 가슴속으로 찌들어오는 모든 잡사(雜事)를 내려놓고자 간절한 기도를 뱉어낸다. 찌들고 거칠어진 마음 한 구석을 위로한다. 붙들고 있는 욕심과 어리석음, 그리고 분노를 삭여낸다.”
내공이 실린 필치로 이끄는 암자행
어린아이가 부모의 손에 이끌려 산보를 하듯 암자를 찾아가는 길이 편안하다. 일부러 화려하게 겉멋을 부리는 필치가 아니라 함께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듯 글의 흐름이 전혀 무리가 없다. 한국문인협회를 비롯한 문인들의 모임에서 활발하게 문학 활동을 펼치는 수필가 유용수(劉蓉守)의 내공이 실린 문체 덕분에 암자행(庵子行)이 더욱 친근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계절을 안배하여 발길 닿는 암자들을 두루 섭렵한 정성도 정성이려니와 사물 하나하나에 정감을 실어 기록한 사진도 암자의 기품을 살리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암자의 풍경 소리에 촛불 하나 켜 놓고 수행자의 내면을 더듬던 날들은 내겐 축복이었다.”고 하던 그 순간이 이제는 독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한다.
작가 소개
저 : 유용수
劉蓉守
전라남도 장흥에서 태어나 자라다. 한울문학 신인문학상 [수필] 등단. 한국문인협회, 전남문인협회, 한국문화 해외교류협회, 한울문학 문인회, 청하문학 광주전남지회, 별곡문학 동인회의 회원으로 문학 활동을 해나감. 현재 전라남도 장흥군청 근무.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 위원.
목 차
책머리에
봄볕에 그을린 암자
남해금산 부소암과 보리암
내장산 내장사 원적암
바위틈에 둥지 튼 무등산 규봉암
무소유 길에 산딸기를 닮은 불일암
산중 호수에 잠긴 운부암
제암산에 묻힌 광불암
조계산 무양 길 천자암
집착의 짐을 내려놓고 싶은 선운사 3암자
천왕산 꽃 등불 은적암
하늘이 감춘 땅 월출산 상견성암
여름 그늘에 묻힌 암자
달마산 땅 끝에 걸린 도솔암
바람마저 전설이 된 승달산 목우암
백암산 명월흉금 천진암
백운산 주천하길지 상백운암
봉두산 동리산문 태안사 성기암
봉명산 다솔사 삼성반월암
산들의 어머니 모악산 불갑사 해불암
삼신산 쌍계사 국사암
조계산 선암사 하심 길 비로암
천봉산 7연지에 피어난 만일암
화왕산 관룡사 청룡암
화중연화 속 중사자암
가을볕에 피멍든 암자
지리산 감로동천 천은사 상선암
능가산 가선봉에 걸린 내소사 청련암
덕룡산 꽃불 일봉암
마음 하나 피어나는 곳 중암암
서리 맞은 바람이 쉬어가는 함양 백운산 상연대
백양사 무문길 운문암
운무가 길을 잃은 두륜산 상원암
지리산 갑 천하길지 상무주암
지리산 벽소명월 원통암
추월산 물매화 마중 길 보리암
사자산 묘덕암 가는 길
겨울바람에 곰삭은 암자
내변산 산상무쟁처 월명암
대흥사 북암과 일지암
부처가 앉은 삼봉산 금대암
성수산 생왕처 상이암
운동산 천장지비 도선암
임금을 낸 어항산 성전암
조계산 병정봉 선암사 대승암
한 뼘 햇볕만으로도 족한 조계산 인월암
화엄사 소신공양 길 구층암
구름 위에 핀 연꽃 남해 망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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