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제1부는 시인 자신에 대한 자아의 성찰이 담겨 있다. “볕 좋은 어느 봄날/ 내가 바싹 마르면/ 태우고 날아갈 것 같”은 자신을 발견한다. 작고한 아버지를 입원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나는 없다/ 참말로 나는 없다”고 자신을 부정하기도 한다. “오늘도 하루 빚진” 채무자가 되어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고, “글 한 줄 못 건진 적자”를 한탄하기도 한다.
제2부는 불교 색채가 짙은 시들이 많다. 절터와 명승지 순례기이다. 부처가 제 몸 안에 있음을, 결국 도달해야 할 궁극이 바로 자신임을 깨닫는다. “여기 오는데/ 평생 걸렸다”(「불이문」)고 한 시구처럼 시인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하여 “돌아보면 모든 말들이/ 다 헛소리였다”(「불이문」)고 토로하게 된다. 보원사지, 숭의전, 당신의 부도, 비진암, 서산마애삼존불은 보았으나 보지 않았고, 보지 않았으나 다 보았다고 말한다.
제3부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의 빈 지갑에서 서럽도록 꽃향내를 맡는다. 그래서 ‘꽃지갑’이다. “글을 쓴다는 게/ 억지로 선택한 길도 아니고/ 그만둘 일도 없는데/ 어쩌자고 매화는 피었을까” 하고 눈을 흘기며 우울해하기도 한다.
제4부에선 유랑을 이야기한다. 그 길은 “반짝이는 길”이다. 시인은 무엇을 예감하는 것일까. “한번의 생을 마감하는/ 코끼리 뼈로 가득한 무덤”을 생각하는 것일까. “나는 볼장 다 봤으니/ 달빛에 반짝이는 길이 보인”다라는 시구는 오래 오래 들여다보며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전윤호의 시는 그 어떤 해설도 필요치 않다. 그 어떤 난삽한 시어의 나열도 필요치 않다. 평소 사람이 쓰는, 사람의 평범한 언어를 사용했음에도, 우리는 그의 시를 통해 삶의 고결함을 깨우치게 된다.
작가 소개
저 : 전윤호
1964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났으며 동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순수의 시대』, 『연애소설』, 『늦은 인사』, 『천사들의 나라』가 있다. 시와시학 작품상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목 차
제1부 즐거운 실수
불온한 감자·13
나만 아는 시인·14
고개 숙인 남자·15
대추나무·16
봄날의 서재·17
붉은 볼·18
채무자·19
빨래건조대·20
길치·21
럭셔리 모텔·22
동갑·23
낙인·24
막강한·26
오십·27
입원실·28
즐거운 실수·29
지구공동설·30
패랭이꽃·31
참나무·32
제2부 재인폭포
절터·35
구게 왕국·36
늑도·37
당항성·38
행진·39
안산·40
무덤쟁이 마을·42
왕비·43
보원사지·44
조진을 평전·45
빈대·46
호로고루·48
숭의전·49
불이문·50
당신의 부도·51
비진암·52
서산마애삼존불·53
재인폭포·54
침묵의 탑·55
제3부 지상의 방 한 칸
봄꽃·59
꽃 지갑·60
무게·61
영수증·62
월요 예배·63
오래된 아파트·64
지상의 방 한 칸·65
고수·66
하수·67
미카르디스·68
팔색조·69
당신의 저주·70
오래된 무덤·71
추락의 법칙·72
위조지폐·74
가을비 내릴 때·75
함정·76
하지·77
제4부 방랑시인
검은 나비·81
시마·82
방랑시인·83
슬픔 사용 설명서·84
방문객·85
그날·86
도형의 역사·88
붉은 감옥·90
천식·91
내복을 입으며·92
치통시·93
우산에게·94
자전거 블루스·95
푸닥거리·96
잘 못 온 부고·97
휴가·98
호적·100
객사·102
반짝이는 길·103
발문 전윤호, 저절로 그렇게 되다/ 최돈선·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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