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편집자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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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윤동주(1917. 12. 30~1945. 2. 16) 시인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무언가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복각본을 펴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미 다른 데서 복각본을 내기도 했고, 원 모습 그대로 재현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아직 세상에 없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에 고민이 거듭되던 어느 날, 전형근 작가가 떠올랐다. 그가 지난 수년 동안 그래픽 포엠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그의 그래픽 포엠 작업은 시와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아니다. 시를 만화로 옮기는 작업도 아니다. 그의 그래픽 포엠은 시에 대한 해석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나는 시를 이렇게 읽었다. 이렇게 느꼈다. 말로 글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그만의 독특한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일찍이 그의 그래픽 포엠 작업을 보면서 언젠가 한번 같이 작업을 해봐야겠다 하고는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전형근 형에게 전화했다. “형, 윤동주 시로 그래픽 포엠 작업 한번 합시다.”
2
윤동주 시인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10편의 시를 골랐다.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시와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알려졌으면 하는 시, 그렇게 10편을 골랐다. 그리고 전형근 형은 골방이 틀어박힌 채 삼 개월을 윤동주 시와 씨름했다.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지만 마침내 형의 그래픽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윤동주의 시 10편이 74장의 그림으로 탈바꿈한 순간이었다.
이번 그래픽 포엠을 기획한 나로서는 이번 작업의 결과물에 100% 만족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아쉬움이 더 컸다. 작업 기간이 짧았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형근 형의 평소 역량을 알기에 이번 작품에 형의 예술적 감각과 상상력이 100% 녹아들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그래픽 포엠의 실험은 우리나라 출판계에 한 획을 그었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와 가치를 지녔음은 분명하다. 문자로 된 시를 그림으로 해석하는 새로운 실험이기 때문이다.
3
100년 전의 윤동주 시인도 오늘 이 그래픽 포엠 실험을 기뻐해줄 것이라 믿는다. 윤동주와 윤동주의 시를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도 함께 기뻐해줄 것이라 믿는다.
동주는 죽었다 / 아니다, 단지 / 사라졌다 저 광할한 우주 속으로 / 아니다, 영원히 / 살아있다 저 광활한 우주 속에서, 별이 되고 유성이 되고 // 동주는 / 수억 년 죽어서도 빛으로 남을 것이니 / 지상에 잠시 유배되었던 별이었으니 // 동주가 쓰고 전형근이 그린 이 시집이 / 당신 먹먹한 가슴에 유성우로 내릴 수만 있다면 // 마침내 소멸이라도 좋으리
- 본문 중에서
전형근의 그래픽 포엠 실험은 이번 『동주, 별 헤는 밤』을 시작으로 매년 계속될 예정이다. 다음 번 작업은 백석 시인의 시가 될 예정이다. 기대해주시기 바란다.
■ 발문 「시를 그린다」
“형근이 형, 윤동주 탄생 100주년인데, 윤동주 시집 하나 새롭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뭔 소리야?”
“윤동주의 시를 형이 좀 그려보란 얘기야.”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것도 아니고, 뜬금없이 시를 그리라니?”
“일단 사무실로 좀 나와. 만나서 얘기해.”
지난 9월 초, 그러니까 석 달 전의 일이다. 형이 지난 몇 년 여러 프로젝트를 벌이면서도 틈틈이 그래픽 포엠 작업을 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던 터라 이참에 윤동주의 시로 제대로 된 그래픽 포엠 시집을 한 권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여유가 별로 없어서, 한 달 안에 끝낼 수 있겠냐고, 한 달 안에 끝내야 한다고, 짧게 덧붙였다.
늘 그랬듯이, 형은 쉽게 대답했다. “그러지 머.”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열 편의 시를 추려서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 달쯤 되었을까, 형에게 전화가 왔다.
“제영아, 내가 미쳤나 보다. 시놉 짜는 것도 아직 다 못 끝냈다. 한 달은 죽었다 깨도 못 하겠다. 어쩌냐?”
“천하의 전형근도 이제 맛이 갔나 보다. 형은 할 수 있어. 내가 형을 하루이틀 본 것도 아니고. 두 달 더 줄 테니까 11월 말까지만 끝냅시다. 파이팅!”
한 달은 처음부터 무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해야 짧은 시간 안에 형이 에너지를 뽑아낼 거라는 계산이 서 있던 터였다. 이제 와서 얘기지만 처음부터 석 달을 얘기했으면 아마도 올해 안에 끝내지 못했을 거다. 그렇게 석 달 만에 형의 작품이 내 손에 들어왔다. 역시 천하의 전형근이었다. 윤동주의 시가 전형근의 그림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하늘에서 윤동주 시인도 기뻐할 줄 믿는다.
형은 이번 작품에 미진한 게 많아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정말로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또 제안했다. “형, 그럼 내년에는 백석을 제대로 한 번 만들어 봅시다.”
이번 전형근의 그래픽 포엠 『동주, 별 헤는 밤』에 이어 내년에 나올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가제)도 기대하셔도 좋겠다.
- 박제영 시인
■ 달아실출판사는…
달아실은 달의 계곡(月谷)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문화예술 전문잡지 월간 『태백』을 만들고 있는 “달아실출판사”는 인문 예술 문화 분야 전문 출판사입니다. 어둠을 비추는 달빛 같은 책을 만들겠습니다. 달빛이 천 개의 강을 비추듯, 책으로 세상을 비추겠습니다.
작가 소개
저 : 전형근
1963년 화천에서 태어나 5살 때 춘천으로 이사했다. 어린 시절부터 실험적인 놀이를 탐닉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실험적인 예술을 하고 있다. 장르의 구분 없이 생활 속의 예술을 실천하고 있으며 이 사회가 예술로 변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목 차
별 헤는 밤
참회록
또 다른 고향
눈 오는 지도
병원
또 태초의 아침
바람이 불어
서시
자화상
소년
발문
시를 그린다 / 박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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