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금세 사라져버리고 마는 ‘지금’
길을 잃은 말들이 놓인 진공 상태
지금 말하라. 나중에 말하면 달라진다. 예전에 말하던 것도 달라진다. 지금 말하라. [……] 지금은 변한다. 지금이 절대적이다. 그것을 말하라. 지금이 되어버린 지금이. 지금이 될 수 없는 지금을 말하라. 지금이 그 순간이다. 지금은 이 순간이다. 그것을 말하라. 지금 말하라.
―「지금」 부분
시집 『한 문장』은 “지금 말하라”는 강력한 목소리로 시작한다. 말은 바로 지금이 지나가기 전에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 말하라’는 말은 가능한가? 지금이 기준이지만, 우리가 ‘지금’이라고 말하는 바로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계속해서 지금은 과거가 된다. 기준이 되는 시점이 달라지는 시간의 운동성 속에 ‘말’이 놓여 있다. 시를 이끄는 이 운동성은 언어로, 말로 점철된 시 세계를 만들면서도 거듭해서 독자를 진공의 상태로 끌어간다. 이를 두고 문학평론가 남승원은 시인이 “승패 여부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대결의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누가 이기고 졌음을 계산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방향으로 시인이 의미 구조를 재편한다는 것이다. 「중」 「균열」 등의 시에서도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이 같은 특징은 “지금의 자리만 차지하고, 더 이상 의미를 축적해나갈 수 없는 독자들을 ‘지금-의미’ 그 자체 안으로 불러들인다”.
손을 씻고 나오는 사람도
그 물에 다시 손을 씻는 사람도 한 문장이다.
나는 얼마나 결백한가 아니면 얼마나 억울한가
아니면 얼마나 우울한가의 싸움 앞에서
앞날이 캄캄한 걱정 스님의 말씀도 한 문장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격정 스님의 말씀도 한 문장이다.
“흥분을 가라앉혀라.”
―「한 문장」 부분
표제작의 제목인 “한 문장”만 놓고 본다면, 절대적 지침으로서의 한 문장으로 나아가는 여정 혹은 하나로 수렴되는 방향성을 예상하기 쉽지만 정작 김언의 시는 그렇게 읽히지 않는다. “자연이 말하는 방식”도 “내가 말하는 방식”도 모두 한 문장이다. 나를 넘어 “이곳의 날씨”와 “저곳의 풍토”도 한 문장이다. 많은 말들을 계속해서 쏟아내고 덮고, 덮은 것들을 다시 덮기 위해 다시 문장을 쏟아내면서, 오히려 ‘한 문장’의 의미는 모호해지고 만다. 너무 많은 것은 사실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을 증명하듯 ‘한 문장’의 의미는 다시 질문을 만드는 방식으로 열려버린다.
이에 더해 흔히 인생의 통찰을 주기 위해 권위를 지닌 자의 한 말씀을 인용한다는 친숙한 원리를 김언의 시와 비교해보자면, 시의 말미에서 ‘스님의 말씀’이 갖는 의외성은 몹시 특징적이다. “앞날이 캄캄한” 스님의 이름은 ‘걱정’이다. “흥분을 가라앉혀라”라고 말하는 스님의 이름은 ‘격정’이다. 시 「한 문장」은 시가 점점 고조되어가는 지점에서 언어유희로 긴장감을 끊어놓으며, ‘한 문장’의 의미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 문장이 중첩되면서 시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향을 잃게 만드는, 알던 길도 놓치게 만드는 방식과 마주할 때 김언의 시를 읽는 재미는 배가된다.
텅 빈 공간을 채우는 끝없는 가능성
아직 도래하지 않은 말을 찾는 시인의 여정
사실상 공백으로 비워진 ‘한 문장’은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지 않은 동시에, 그럼에도 말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나는 내 의지로 거기 있다. 거기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순전히 내 의지로 조종당하고 있다. 순전히 내 의지로 사경을 헤매고 있고 순전히 내 의지로 기적에서 깨어났다.
[……]
순전히 내 의지로 버스는 출발했고 비행기는 멈춰 있다. 순전히 내 의지로 무관하고 무의미하고 무성의하고 어쩐지 축제 같다. 아침마다 오는 발기의 순간도 순전히 내 의지로 감퇴했다. 짜릿하게.
―「자유의지」 부분
이 시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 이를테면 ‘모르는 명단에 내가 껴 있는 것’ ‘기차가 오고 비행기가 멈추는 것’ 등은 누군가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시인은 사건이 모두 “내 의지로” 일어난 일임을 주장한다. 내 의지와 무관한 행위들을 ‘의지’라는 단어와 나란히 놓음으로써, 시 안에서 의지라는 단어는 무력화된다. 나의 의지가 향하는 방향이 비어버린 자리에서 시인은 “어쩐지 축제 같다”고 고백한다. 무(無)가 되어버린 공간은 김언에게 ‘축제’이다. 기존의 정해진 틀 밖으로 나아가는 자유로움과 새로운 언어를 만날 가능성은 답습되는 의식 체계가 사라진 뒤에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말하라’는 김언의 외침은 ‘나를 지배하는 언어’를 벗어나 아직 오지 않은 말을 찾고자 하는 시집의 시적 여정을 알리는 시작과도 같았다.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자유로운 글쓰기에 몸을 맡긴 김언의 시적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작가 소개
저 : 김언
1973년 부산에서 출생하였으며 1998년 〈시와사상〉으로 문단에 등단하였다.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등을 펴냈으며 2009년 미당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목 차
지금 /있다 /있다 /고향 /저것이 가을인가? /결정 /불변 /중 /폭발 /균열 /그 생각 /중지하는 사람
2부
어원 /북방의 말 /내가 말하는 동안 /내가 없다면 /판결 /유리창 /추모식 /자유의지 /인상 /이미지 /한계 /나와 이것 /당신과 그것 /그것 없이도 /나와 저것
3부
고용 /친구 /물 /가족 /부음 /모닥불 /모습 /가족 /응시 /사이 /만남 /방 /참치 /하지 못한 말 /물 한 잔의 시간 /물 한 잔의 시간에 담긴 물 한 잔의 노트
4부
한 문장 /자존 /혀를 통해서 /화근 /색청 /밀실과 털실 /그렇군요 그렇지요 /열매 같은 것들 /등록 /장래희망 /너로 인해 /절망 /불청객 /싸움 /마음 /강철보다 단단한 밤하늘을 별은 어떻게 운행하는가? /어디까지가 자연인가? /왕이 되어가다 /호위견 /완제품
해설
시적 언어 기원론ㆍ남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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