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 앞에 놓인 ‘오늘’을 뛰어난 눈썰미로 조곤조곤 읊어주는 시집!”
“염결한 시선으로 삶의 깊이와 생활의 친연성을 탐색하는 시편들!”
꿈처럼 투명한 삶의 풍경들
모악시인선이 열 번째로 펴낸 <오늘이 달린다>는, 부산지역에서 오랫동안 문화 활동을 해온 김성배 시인의 첫 시집이다. 모든 시인의 첫 시집은 특별하지만, 이 시집이 더욱 각별한 이유는 ‘과연 우리의 삶이 이렇게 투명해도 될까?’라는 물음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김성배 시집 <오늘이 달린다>를 읽다보면, 어느 순간 우리들 삶의 풍경이 투명한 꿈처럼 선명해진다. 오래 전 떠나온 삶의 장소와 그곳에 대한 기억들이 어제 일처럼 뚜렷해진다.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 연결된 감정의 흐름이 보이고, 감추어둔 욕망의 밑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렇게, 우리가 그토록 뒤척여왔던 삶의 비밀을 김성배 시집 <오늘이 달린다>는 조곤조곤 읊어주고 있다.
<오늘이 달린다>에 수록된 56편의 시에서는 삶의 심연이 보인다. 그로 인해 삶의 깊이와 생활의 친연성 사이의 거리감이 무시되기도 한다. 이쯤일 것이다, 라고 짐작하고 발을 내딛었으나 하염없이 허공 속으로 빨려드는 순간처럼, 혹은 그 반대의 경우처럼, <오늘이 달린다>의 시편들은 삶을 수식하거나 왜곡하지 않는 대신 투명해진 삶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문학적 착시 현상을 선사한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을 동원하여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이 왜 특별한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비애나 연민에 오염되지 않은 시간
시집 <오늘이 달린다>는 철저히 ‘오늘’을 사는(달리는) 사람들의 호흡을 담아낸다. ‘오늘’은 지나간 시간도 아니고 다가올 시간도 아니다. 오늘은, 삶이 살아있는 순간이며, 어떤 비애나 연민에도 오염되지 않은 시간이다. 때문에 김성배 시인은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하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어떤 것이 되는 삶을 그려낸다. 그러한 삶은 사유하는 삶이 아니라 생활하는 삶, 성찰하는 삶이 아니라 행동하는 삶, 돌아보는 삶이 아니라 진격하는 삶이다.
주공아파트 입구 기둥 벽을 끼고 종이상자로 만든 노점 과일집은 정원이다
주름진 앞치마가 싱싱한 낯빛으로 먼지를 털고 화단의 물을 뿜는다
좌판은 또래 상자에 놓인 계절의 씨앗을 널고 있다
낯익은 과일에 뾰드득 뾰드득 장갑으로 씻은 가격이 몸통을 쌓고 있다
얼음골사과와 서생배, 진영단감과 서귀포감귤 줄지어 고개를 내민다
어깨를 들추며 늦가을 볕에 시큼한 통증을 베어 먹은 단풍이 말을 붙인다
얼맙니까?
길 위의 물음이
베란다 바람에게
그 바람이 속삭이는 과일에게 옷을 입힌다
종이상자가 해넘이만큼 쌓이는 저녁, 가로등에 익는 계절을 흥정한 주인은
과일을 상자에 담고
옥상의 불빛을 덮는다
상자 속에 오늘 하루치의 종이를 세워 그 무게만큼 달빛을 세고 있다
―「과일가게」 전문
「과일가게」는 “오늘 하루치”의 “무게”를 “세”는 시이다. 삶의 단위는 ‘오늘’이고, ‘오늘’의 ‘무게’는 곧 ‘오늘’의 삶이다. 삶은 오로지 ‘오늘’의 어깨에 올라설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나간 ‘오늘’인 어제나, 아직 오지 않은 ‘오늘’인 내일은 우리의 믿음 속에만 존재한다. 그러한 ‘오늘’의 삶에 의미를 얹어주는 것은 “달빛”처럼 빛나는 대목들이다. 모든 불투명했던 순간들은 ‘달빛’을 통과하면서 여과된다. 그렇게, 달빛 아래 드러난 투명함으로 인해 우리는 또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지도 모른다.
오늘의 삶과, 삶의 오늘 사이
그렇다면 김성배 시인의 ‘오늘’이 놓인 지점은 어디일까? 문학평론가 김경수는 「발문」에서 김성배 시인의 ‘오늘’을 이렇게 짚어낸다.
이번 시집에는 그가 살고 있는 부산의 을숙도며 자갈치시장, 속천항, 국제시장, 중앙동을 포함해서 삼랑진역, 진영, 하동, 감포 등 문학기행을 위해 그가 누볐던 경남의 여러 장소며 그 장소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강과 바다, 산, 그리고 시골 운동장을 누비는 시인의 시선이 어떤 것인가를 나는 풍족하게 엿본 셈인데, 그 깊이가 실로 만만치 않다. 마치 전람회의 그림을 감상하듯, 그는 자신이 마주한 곳의 풍경을 그려냈을 뿐인데, 어쩐 일인지 나는 그 과정에서 그가 겪었을 몸과 마음의 고단을 조금 엿본 듯하다. 그의 시의 풍경 속에는 자신의 유년의 기억이며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이며 표정, 언어에 대한 자신의 느낌과 도시에서의 삶의 치열함이 한데 담아져 마치 용틀임을 하듯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수(문학평론가)
오늘의 삶과 삶의 오늘 사이에서 김성배 시인은 “삶의 치열함”을 선택했다. ‘삶’과 ‘오늘’의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것들의 행보다. “그가 누볐던” 모든 것들이 오늘의 삶이 되었고, “그가 겪었을” 모든 것들이 삶의 오늘이 되었다. 그러므로 시집 <오늘이 달린다>에서 ‘오늘’에 대한 독법은 바로 우리들 삶에 대한 독법인 것이다.
생을 바라보는 염결한 시선
<오늘이 달린다>의 한 축이 ‘오늘’이라면 다른 한 축은 ‘달린다’이다. 달리는 행위가 실현되는 ‘길’은 김성배 시인의 시와 삶이 약동하는 지점이다. 김성배 시인의 ‘오늘’은 거의 예외 없이 ‘길’ 위에 있다. 우리는 삶의 다양한 순간들을 ‘길’에 빗대어 표현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길의 전모를 모른다. 각자의 삶이 다 새로운 것처럼, 각자의 길은 매번 다른 ‘오늘’로 우리를 이끌기 때문이다.
아침에 나간 저녁을 맞으러 간다 별똥별 찾아 겹겹의 봉우리 이어진 산 숲을 오른다 발자국에 떨어지는 들숨을 앞세우고 돌부리와 함께 무릎을 세운다 낮은 걸음으로 만난 산길이 힘주어 기침을 편다 등성이로 몰려오는 산사山寺의 추녀, 덫에 걸린 비탈길 나무를 울린다 텅 빈 가지 끝에 매달린 잎과 잎 사이 열린 바위틈에 잠긴다 허리 꺾인 은은한 계곡 물줄기, 차가운 먼 산을 채우고 있다 숨어버린 안개가 쌓아둔 돌탑 따라 낙엽이 갈라놓은 샛길을 앞지른다 짙은 산맥이 새벽을 덮치고 있다 목탁 소리에 깨어나는 하늘은 목젖 가까이 다가선다 어둠을 쓸어 모은 맨살로 부딪치는 오늘, 저녁에 나간 아침을 깨우러 간다
―「약수터 가는 길」 전문
<오늘이 달린다>의 서시 격인 이 시에서 “산길”을 따라 가는 험로를 보여주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오늘”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저녁에 나간 아침을 깨우”는 일이 새로운 ‘오늘’을 맞이하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김성배 시인은 그러한 ‘오늘’이 쉽게 살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길’에서 맞이하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암시한다. 그리하여 “어둠을 쓸어 모은 맨살로 부딪치는” 지점에서 비로소 ‘오늘’에 닿는다. 그들이 걸어온 길은 주로 ‘산길’, ‘비탈길’, ‘샛길’ 등인데, 이러한 인식을 통해 김성배 시인이 삶을 맞이하는 염결한 자세를 읽어낼 수 있다. 가파르고 굽이지면서도 간신히 살아지는 삶이야말로 ‘오늘’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들의 투명한 모습들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오늘’에 도착한 사람들의 “헝클어진 가슴에/추억이 돋”(「길」)아날 수 있고, “함께 따로 가는 길”(「곧 사랑을 나눈다」)일망정 “길을 걷다 주머니 속의 동전끼리 부딪혀서 엉엉 운”(「눈물을 감추고」) 경험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을 질주하는 사람들
김성배 시인의 시집 <오늘이 달린다>는, “나와의 승부는/지금, 물과 한판 시작이다/거품 빼고 가볍게”(「동네목욕탕 5」)라고 말하면서 ‘오늘’을 질주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물’이라고 하는 불투명한 일상에서 ‘거품’이라는 불순물을 걸려내고 나면 아마도 투명한 삶의 ‘오늘’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김성배 시인이 말하는 그 ‘오늘’이 유토피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잃어버린 세상의 그림자가/판화처럼 찍힌 오늘”(「쨍한 날」)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오늘, 우리 삶에 찍힌 ‘잃어버린 세상’의 풍경은 다 다를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꿈이건, 미래건, 희망이건, 아니면 어떤 욕망이건 간에, 우리의 ‘판화’는 한없이 투명하고 순수한 그 어떤 세계가 아닐까? 그처럼 투명한 순수의 세계와 오늘의 삶이 만나는 지점을, 김성배 시인은 시집 <오늘이 달린다>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 소개
저 : 김성배
시인 김성배는 1964년 충남 조치원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2009년 시전문계간지 『시평』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도서출판 「해성」과 연극 소극장 한결아트홀(구 가마골 소극장)을 운영하면서 지역출판 및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일하고 있다. 저서로 『문학을 찾아서 시비를 찾아서』가 있다.
목 차
1부 애인을 상상하면서
약수터 가는 길
달빛
와이셔츠와 구두
지하철의 힘
과일가게
종이를 만지다 피가 났다
발전論
간 고등어
책의 무덤
도장을 찍으며 1
도장을 찍으며 2
그것을 만지다 1
그것을 만지다 2
철거중입니다
2부 거품 빼고 가볍게
강 따라 강물은 흐른다
이불
아버지의 방
가을운동회 만국기 대신 어머니 얼굴이 펄럭일 때
외풍
동네목욕탕 1
동네목욕탕 2
동네목욕탕 3
동네목욕탕 4
동네목욕탕 5
바다가 보이는 집
곧 사랑을 나눈다
우리말 사전
저녁 무렵
3부 거꾸로 걸린 액자
저녁 길, 늦가을과 함께
전람회에서
쨍한 날
꽃을 사다
길
나루와 다리
중독
막걸리
눈물을 감추고
양말을 구기다
비닐하우스
빨래
4부 깜박이는 등대 위에서
다시 을숙도 1
다시 을숙도 2
다시 을숙도 3
소고기국밥
속천항
장마
다시 속천항
자갈치시장
군산
회를 먹다
미시령 옛길
초읍, 아래
감포에서
헌책과 찹쌀도너츠
국제시장
하동에 들다
발문 성실한 시인, 김성배 |김경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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