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자작나무 연서는 천년을 간다”
지도 한 장 펼쳐 놓고 번번이 길을 찾아 떠난
강회진 시인의 몽골 포토에세이
“인생에 가이드북은 없다. 나의 여행에도 가이드북은 없다.”
흔히 바람과 초원과 사막의 나라라고 불리는 몽골. 그러나 바람과 초원과 사막보다 먼저 알 수 없는 수많은 길들이 악수를 청하는 곳. 강회진 시인에게 몽골은 그런 곳이었다. 여행은 “단지 지도 한 장 펼쳐 놓고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시인에게 몽골은 “목적지가 없어도 좋고, 길이 없어도 좋”은 곳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곳은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고 믿는 시인에게 여행길은 인생길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시인은 몽골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떠나기를 되풀이해야 했다.
『몽골이 내게 준 말들-했으나 하지 않은 날들이 좋았다』에는 한번쯤 스쳐 지나간 몽골의 그럴싸한 풍경과 이야기가 없다. 흔한 몽골 여행에세이나 여행안내서가 아니라는 얘기다. “나뭇잎을 흔들며 바람이 제 갈 길을 가듯” 시인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찾아 몽골로 떠났다. 길을 찾았다 싶었지만 돌아오면 다시 길을 떠나야만 하는 역마살의 운명. 그러니 그 길은 사랑의 아픈 상처를 다독이는 인고의 길이자 삶의 궁극을 찾아 떠나는 고행의 길과 다르지 않다.
“자작나무 연서는 천년을 간다.” 긴 세월 몽골의 바람과 햇살과 눈과 비를 견뎠을 고귀한 자작나무. 시인은 난로 가에 앉아 자작나무 마른 껍질을 벗긴 후 정성껏 손질하여 그 안에 당신의 이름을 새기지만, “이제 당신이 그립지 않다” “설레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긴긴 세월, 그대와 이웃해서 살아왔으므로. 내 안에 이미 그대가 살고 있으므로.”
이 책은 2004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강회진 시인이 네 차례에 걸쳐 다녀온 몽골의 아름다움을 기록한 포토에세이다. 옥탑방 전세금을 빼고 떠났던 2003년 여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해외작가 파견 프로그램으로 체험한 2011년의 여름·가을·겨울, 그리고 지인들과 함께 호수와 초원에서 쌍무지개를 발견한 2013년, 알타이 산맥에 있다는 암각화를 찾아 떠났으나 결국 찾지 못하고 그 자리에 침낭을 맡겨 놓고 돌아온 2017년 몽골의 여름을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았다.
시인은 “눈물도 없이 고통을 견디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자신의 중심에 “맑은 그 무엇이 있으리라” 믿으며 몽골의 견고한 바람과 계절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날이 풀리면 풀과 야생화와 춤을 추는 초원”으로 떠났고, 밤이 찾아오면 “초원 한가운데에 앉아 별과 대지와 다정한 눈맞춤과 입맞춤”을 했다. 그러나 떠났음에도 다른 초원을 찾아 다시 짐을 꾸려야 하는 몽골의 유목민처럼 “떠나와서도 온통 다시 떠날 생각”뿐이었다.
제1회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한 몽골 시인 담딘수렌 우리앙카이는 “시인이 행복할 때는 포토에세이가 잘 써지려고 모래사막처럼 급하게 울기도 하고, 산등성이의 바람처럼 흘러나오고, 저절로 펜이 움직이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때다. 이렇게 글이 시작되면 무척이나 쉽게 써지고, ‘남이 쓰지 못한 것을 해낸’ 느낌을 갖게 된다. 이처럼 어려움을 이기기는 어려운 법”이라고 말했다.
작가 소개
저 : 강회진
오랫동안 일기장에 몽골 풍경 사진을 품고 다녔다. 2003년 여름, 살고 있던 옥탑방 전세금을 빼서 몽골에 갔다. 호수에 뜬 달을 보고 한참을 울었다. 어린 날들이었다. 2011년 운 좋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해외작가 파견 프로그램에 당첨되어 몽골에서 여름, 가을, 겨울을 살았다. 초원과 호수와 사막을 마구 뛰어다녔다. 2013년 몇몇의 지인들과 호수와 초원에서 쌍무지개를 보았다. 그리고 2017년 여름, 알타이 산맥에 있다는 암각화를 찾아 한 달을 헤맸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다. 대신 그곳에 침낭을 맡겨놓고 왔다. 곧 찾으러 갈 것이다
강회진 시인은 2004년 『문학사상』 시 부문 신인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일요일의 우편배달부』, 『반하다, 홀딱』과 연구서 『아무다리야의 아리랑』을 펴냈다.
목 차
울란바타르 13구역, 게스트 인생
014 너라는 충동
016 그리고 바람은 다시 제 갈 길로 간다
018 부베이 부베이 두려워 말아라
020 자작나무 안부
022 암사슴 같고 늑대 같은
024 어더, 어더, 어더 지금, 지금, 지금
028 염소들의 가족계획
030 구름 그림
032 겨울밤, 모린호르를 켜다
036 그래도 인연
038 똥! 받으세요
042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044 사랑하기 좋은 곳[好愛場], 이별하기 좋은 곳[好別場]
046 Deej urguh, 오롯이 그대의 안녕을 위해
048 기다린다는 것
050 그래서 다행이야
052 하일다스트, 그리고 영원
056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시작되고
058 오늘, 그대 나를 위안 삼아 아프지 말아요
060 누군가 울고 있는 사막에 앉아 휘파람을 불고 있다
062 쉿! 조심하세요
066 당신은 나의 solongo(무지개)!
068 다정
070 붉은 여우
072 슬픈 예감
074 한평생 꽃 지는 일로
078 사쿠라 캠프에서의 아침 식사
080 바람의 색깔
084 가늠할 수 없는
088 나는 지금 국경으로 간다
090 몽골 탐닉
092 잠잠한 속도
096 한 사람을 사랑했네, 한 풍경을 사랑했네
098 그대를 기다리는 일
100 역마, 살
104 아름다운 풍경들
106 물들다
110 당신에게 가는 길
112 날아라 사슴돌
118 호수를 찾아가는 길
124 천상의 화원
126 보드카와 밤
128 홉스골(Hovsgoi)
132 발자국 조드(Dzud)
134 바야르타이 미니 하이르(안녕,내 사랑)
136 하늘과 바람과 별과 게르(Ger)
138 야생 사과처럼
140 등을 내어 준다는 것
142 풍경들
144 비밀의 사원, 옹긴 히드
148 환한 웃음
154 하루
156 볼 빨간 몽골의 아이들
160 맨발의 소년
162 운전기사, 엥케
164 못 씻어도 괜찮아
166 꽃의 주름
168 안부
170 풍경은 하나, 와 순간에서 시작되고 완성된다
172 있다와 없다
174 힘내십시오
176 다짐
178 Epilogue
나는 이제 집으로 가는 길을 알 것 같습니다
180 추천사
읽어서 울 수 있고, 울 수 있기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_ 담딘수렌 우리앙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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