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살아 움직이는 것들의 본질은 무엇일까
의식적으로 1960년대 하드보일드 소설처럼, 좀 더 건조하게
“고등학교 1학년 봄 난생처음 참가한 백일장에서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모두 낙방한 가운데 홀로 받은 입선(入選)상으로부터 거의 20년 동안 나는 이른바 등단을 위해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생활을 했다.”는 시인은 한동안 찾아가지 않고 기다려 받아 적는 것으로 시작 활동을 해왔다. 이 점 덕분에 일찍부터 “정밀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았고, 이종섶 시인은 이를 두고 ‘다큐적 보도방식’이라고 이야기했다.
시인은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는 순간”(「자유 혹은 발산하는」), ‘파도가 암벽이 되는 어느 순간’(「암벽, 헤엄치는」), 오토바이 충돌 사고의 순간(「빨간 점퍼를 입은 블랙아웃」), “밤을 가르는 순간의 파열음이 솟구치는 순간”(「소리의 순간」)을 본다. 그리고 “무수한 너의 순간”과 “정신의 순간”과 “영혼의 순간”(「순간을 위하여」)을 생각한다.
시간과 속도 속의 주름, 새로운 황홀경
시인은 “어제와 그제와 내일과 모레 사이에서” “어둠에서 심연에서” “순간과 순간을 잇는 순간”을 본다. 그러면서 “순간은 언제나 우발적이고 영원 또한 우발적이다”(「순간, 우발적인)라고 말한다. 「흐르는 것」에서는 “흐르는 것”의 속도가 순간을 지우고 시간을 지운다고 표현한다. 속도는 인간성을 외면하고 서정성을 무시하는 부정적인 대상이 되기도 하고 움직이는 것을 죽음으로 몰기도 하며 정지된 것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시적 상상력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인의 상상력 속에서 속도는 움직이는 대상에게 굴하지 않는 자유의지를 부여한다.
투수의 손을 떠나는 순간 공의 물리적 초기 값
이탈 시점의 근육 운동의 크기와 속도와 높이 각도
수치화할 수 있는 매개 변수를 추출해
방정식에 입력하면 그 공의 미래는 예측된다
좌표상의 아주 깔끔한 시각화도 가능하다
공의 궤적을 그리는 것은 언제나 수학적이다
그러나 공은 완봉승을 꿈꾸는 투철한 욕망 덩어리가 아니라
타자의 방망이를 부러뜨리거나 회피하겠다는 불굴의 의지가 아니라
임의의 수치로 표백된 추상이거나 기호거나 상징이거나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공포에 떨며 끊임없이 흔들리는
스스로 매개 변수를 대체하며 시시각각 맞바람을 느끼는
자신의 불확실한 자유에 체념하고 운명을 인정하는
외부적 관성이 아니라 자발적 운동을
기계적 분절이 아니라 연속적 자극을
계수적 희망이 아니라 우발적 사건을
순간과 순간의 격렬한 욕망을 향해
어금니를 깨물고 날아간 순연한 운명
자유 혹은 발산하는
-「자유 혹은 발산하는」
주름진 세계의 내력을 위하여, 그리고 주름의 주름을 위하여
“주름, 펼치는”이라는 제목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시인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흔적인 들뢰즈의 ‘주름’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날것으로 내뱉지 않고 사유의 행간에 잘 녹여 놓고 있다. 그런데 해설자 역시 들뢰즈의 사유와 김재홍의 시를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독자와 시 사이의 행간의 사유, 다양한 것들의 마주침을 배려한 것 같다.
시집 초반에서 ‘속도’와 ‘순간’에 집중했다면,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시인 특유의 개성을 녹여 내며 파란만장한 다큐멘터리처럼 야구와 서번트 증후군과 사건과 죽음과 사회와 지구촌 뉴스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마치 순간 포착 카메라로 세상을 뒤지고 다닌 듯 우리가 어디선가 보고 듣고 겪은 듯한, 겪고 있는 듯한 세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시인에게 야구가 시고 다큐멘터리가 시듯이, 시인에게 삶은 다큐멘터리며 시다. “시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스포츠 이외에도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다 시가 될 수 있다”는 시인의 말대로, 시인은 대상과 사물을 따뜻한 감성으로 바라보면서도 감정을 드러내고 비유하는 대신 사실을 전달하려 애쓴다. “나는 진실했는가/내가 보고 들은 것/내가 겪은 것에 나는/나를 바쳤는가”라는 네 줄짜리 「시인의 말」처럼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시를 쓰고 세상을 쓴다. 자신의 전 존재를 낱낱이 해체하고, ‘나를 부정하기 위해 나를 인정’하며 “고백하는 나의 주름을 모두 펼쳐/주름 이전의 주름을 덮고/주름 다음의 주름을 덮고/주름 속의 주름 속의 주름을 끌어안는다”.
시인은 주름을 속도가 인간의 삶에 남긴 금으로 인식한다. 그에게 주름은 생의 순간과 순간이 만든 시간의 골에 다름 아니다. 요컨대 주름은 한 실존이 통과한 세월의 지층인 동시에 그가 앞으로 관통해야 할 미래, 비유하자면 “내일이 겹겹이 쟁여지는 순간들”(「소리의 순간」)이 누적된 장소이다. 그러므로 주름은 자아의 총체적 무늬이다.
- 류신의 작품 해설, 「속도의 시학, 주름의 미학」에서
주름을 펼쳐 지구를 감싼다
지구 위 가득한 주름을 덮고
지구 속 한없는 주름을 덮고
나를 펼쳐 끝없는 나를 끌어안는다
주름 아래 그늘진 주름 아래 다시
주름을 펴는 힘으로 주름을 덮는
나를 펼치는 힘으로 나를 덮는
꿈을 꾼다
꿈을 믿기 위하여 꿈을 꾸지
꿈을 믿지 않기 위하여 꿈을 꾸지
나를 부정하기 위하여
나를 인정하지
주름이 주름 앞에서 솔직해질 때
주름이 주름을 만나 진실해질 때
참다운 구원은 천상에 있고
참다운 운명은 여기에 있다고
고백하는 나의 주름을 모두 펼쳐
주름 이전의 주름을 덮고
주름 다음의 주름을 덮고
주름 속의 주름 속의 주름을 끌어안는다
-「주름, 펼치는」 전문
작가 소개
저 : 김재홍
1968년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성장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이론을 전공했다. 2003년 『중앙일보』에 시 「메히아」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메히아』와 『다큐멘터리의 눈』이 있다. 현재 문화방송(MBC)에 재직 중이다.
목 차
1부
수색, 겹주름
자유 혹은 발산하는
함성, 솟구치는
그 개는 음악적이었다
진동하는 시선
매족이라는 안주
암벽, 헤엄치는
무한, 생각하는
순간, 우발적인
흐르는 것
Greetings of Brussels
주름, 펼치는
2부
유행의 근거
맨도사는 말이야
조 실장
금발
1941년 말라야
체체파리
샤라이 마웨르
오, OH~!
야구 철학
Pillbox fedora
서번트 신드롬
백 쌤
사수도, 물질하는
시공이라는 시공이 있었지
3부
성탄 인사 올립니다
부활절, 다음-남궁찬 선배께
사이-이승재 형께
神이 오지 않는 길목 돌뼈가 되었다
4부
이른 생명
나
느린 시간
시간의 속도
협종(夾鐘)
소리의 순간-건이에게
한 중년이 있다
라헨느CC-강대연 선배
빨간 점퍼를 입은 블랙아웃
오사카-꿈
시간의 증언
거대한 눈
순간을 위하여
다음 생명
해설 | 류신(문학평론가, 중앙대학교 교수)
속도의 시학, 주름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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