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끝에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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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임성민
출판사항웨일북, 발행일:2018/03/14
형태사항p.223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824817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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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청소, ‘새롭게 되돌리는’ 역설의 미학
변화와 유지를 반복하는 인생이, 청소에 있다

 청소는 삶을 닮았다. 모든 일은 시작과 끝의 반복이며, 인간은 변화와 유지를 동시에 원한다. 굳이 힘과 시간을 들여 ‘전처럼 새롭게’ 만드는 청소는, 반복과 변화와 유지를 동시에 가로지르는 행위다.

먼지를 떨고 걸레질을 하는 ‘삶’ 속에서 인문학적 사유가 시작된다. 각기 다른 환경의 사람들이 자신의 공간을 보존하는 일이므로 청소에는 문화가 있다. ‘빗자루 탄 마녀’라는 여성 차별의 역사가 있고, 상처를 다루는 프로이트의 심리학도 있다. 비움으로써 충만해진다는 붓다의 철학은 물론이다.

평생을 일곱 살 아이처럼 그리려고 노력한 피카소가 즐겨 사용한 단어는 ‘naive(순진한)’나 ‘pure(순수한)’가 아니라, 배운 것을 고의적으로 잊는다는 뜻의 ‘unlearn’이었다. 살아가는 일이 문득 무겁게 느껴질 때 집 안 구석구석 묵은 때를 벗겨내고 쓰레기를 모아 버리고 나면, 마음속 우울과 슬픔도 조금 덜어진다. 그 자리에 에너지를 채워 다시 새날을 시작하는 우리는 그렇게 삶의 모든 순간, 청소를 한다.


사유와 지성의 청소
 청소한 자국마다, 세상 모든 공부 

‘과자 부스러기가 더러운가, 엎질러진 우유가 더러운가.’ 이것은 청결에 대한 개인적 기준이나 선호도를 묻는 질문이 아니다. 바닥에 앉고 눕는 생활 습관과 집 안에서도 신발을 신는 생활 습관의 차이가 ‘공간을 통제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다. 특정 지역의 사람들이 ‘더러움’을 인식하는 과정, 그리고 이를 깨끗하게 만드는 기술은 그들이 오랫동안 구축해온 문화를 반영한다. 즉, 청소라는 행위를 뜯어보면, 가구를 놓는 위치에서부터 난방을 하는 시점까지, 인간이 자신의 ‘둥지’를 어떻게 만들고 보존해왔는지 조망할 수 있다.

또 청소를 통해 더러움을 치워 없애는 ‘사람’에 대한 역사적·사회적 차별을 짚어볼 수도 있다. 저자는 오래전 사회생활을 갓 시작하면서 사무실의 ‘청소 담당’이 되었을 때, 그 공간에서 일하는 모두에게 자신이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사무용품이 어디에 있는지, 우편물이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등을 하루에도 몇 번씩 물어보는 직원들에게 저자는 ‘대답’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공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그만한 대우를 받지는 못한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엄마! 내 신발주머니 어디 갔어?”라고 물어보면서도 “내 스케치북 왜 버렸어!”라고 쉽게 화를 내었던 것과 같다.

청소에 대한 사유는 결벽증이나 저장강박증 같은 심리학적 탐구로도 나아간다. 또 본질적으로 현대인의 청소가 쓰레기를 ‘내 담장’ 안에서 밖으로 옮기는 일이라는 점에서, 소유의 개념과 자연의 의미를 되짚어보기도 한다.


청소를 합니다, 삶이 설레지 않으면

 한참 실의에 빠졌던 사람이 극복의 신호를 보이는 순간은, 방치해두었던 자신의 공간을 청소하는 때다. 단순히 공간을 깨끗하게 만들고 싶어서가 아니라, 에너지를 느끼고 싶어서다. 저자는 무기력할 때 나를 위한 공간을 청소하다 보면, ‘한번 해보자!’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말한다. 내가 주체가 되어 주변을 깨끗하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나의 힘을 실감하게 한다.

이와 함께 저자는 인간의 생활에서 더러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는 것을 강조한다. 먼지가 ‘생긴’ 것을 불편하게 느끼는 것과 먼지가 ‘생길까 봐’ 불편해하는 것은 다르다. 청소가 주는 자유를 아는 사람은 언제든지 다시 깨끗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공간을 자연스레 더럽히는 행동을 오히려 구속하지 않는다. 다시 지저분해지면 그때 또 치우면 된다. 삶도 그렇다. 힘든 일이나 무거운 감정 자체를 두려워하기보다 그것들을 한번씩 ‘청소한’ 자리에 다시 에너지를 채우면 된다고, 저자는 청소의 즐거움을 삶에 빗댄다.

작가 소개

저 : 임성민

무슨 운동을 하느냐는 질문에 ‘숨쉬기 운동’이라고 우스갯소리처럼 대답한다. 하지만 숨 쉬는 것을 운동으로 생각하면 운동이고, 또 진짜 운동하듯 숨을 쉴 수도 있다. 어떤 질문에 대답하려 할 때 뭔가 대단한 것을 떠올리려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매일 꾸려가는 일상과 그 일상이 모인 삶 자체가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경희대학교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화의상 스타일리스트, 홍보회사 아트디렉터, 패션가방전문회사 대표 등을 거쳐 현재 패션컨설팅회사 객원연구원으로 있으며 겸임으로 경희대학교 의상학과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에 《지식인의 옷장》이 있다. 하루를 마치고 자기 전에 유튜브로 샤넬 패션쇼나 <나는 자연인이다>를 본다.
 

목 차

Prologue
청소가 끝난 자리에서

01. 청소 끝에 공간을 알다 : 청소와 문화
바닥, 그리고 걸레
물은 가장 오래된 약
과자 부스러기가 더러운가, 엎질러진 우유가 더러운가
태양의 살균력
마녀의 빗자루
청소의 기준

02. 청소 끝에 내려놓다 : 청소와 무(無)
비어 있었음을 인식하다
이미 채운 것을 돌아보는 힘
비움으로써 다시 채우는 힘
‘없음’이 있다
가치를 키우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식상한 말

03. 청소 끝에 자아를 찾다 : 청소와 존재
내가 나를 나로 생각하면 내가 된다
누가 천지를 창조하는가
오점이냐 무늬이냐
알 수 없어 흥미로운 삶
자취를 치우는 이유
‘나’라는 기막힌 존재

04. 청소 끝에 아물다 : 청소와 상처
끝이 있는 이야기
상처를 위한 시간
기억은 다르게 적힌다
더러워야 깨끗해진다
왜 버리지 못하나
걱정을 저장하는 인간

05. 청소 끝에 사회를 읽다 : 청소와 노동
계획을 위한 계획
'열심히' 하는 것 중에 예외적으로 폄하되는 일
혼자서, 다수를 위하다
공간을 지배하는 자
청소를 돈으로 환산해보기
익숙해서 몰랐던 고마움

06. 청소 끝에 자유롭다 : 청소와 유목
새것 같은 집
터전으로서의 집
담장 안의 청소와 담 너머의 청소
‘카페’라는 자연
언제까지 행복을 미룰 것인가
누가 행복에 점수를 매기나

07. 청소 끝에 엄마를 보다 : 청소와 어머니
익숙해진다고 안 아픈 것은 아니지만
일상의 초능력
반짝거리는 순간
엄마니까, 엄마라서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

08. 청소 끝에 인생을 만나다 : 청소와 나
사소한 것들의 사소함
자꾸 일이 꼬이면 당장 청소부터
방 정리, 생각 정리
‘그때’의 내가 아니다
잊히는 것들
낡은 것이 좋다

Epilogue
걸레를 짜며, 다시 시작하다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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