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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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김지윤
출판사항소담출판사, 발행일:2018/03/15
형태사항p.309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60270327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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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왜 말을 못하는가?
싫다고, 화난다고, 슬프다고, 도와달라고
 말을 해야 당신이 산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자기표현의 기회를 잃고 살아왔다. 억울함을 항변하면 말대꾸한다고 더 혼이 났고 그래서 입을 다물고 있으면 꽁하고 있지 말라고 또 야단을 맞았다. 긍정적인 감정과 밝은 말은 언제나 환영받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고, 급기야 화나고 슬프고 섭섭하고 불쾌한 감정 자체를 억압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때그때 표현하지 않으면 화병이 된다. 화산처럼 불시에 폭발하고 만다. 관계가 나빠질까 봐 참았지만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킨다.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면 관계가 나빠질 것 같지만,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의 관계도 한결 편안해진다.

사랑을 할 때도 말을 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상처를 줄이며 자존감을 지킬 수 있다.

이야기가 있어야 사랑이다

연인들은 만나서 돈을 소비하고, 시간을 소비하고, 문화를 소비하고, 섹스를 소비하고, 술과 고기를 소비하고, 커피를 소비한다. 그런데 정작 서로의 존재 자체는 소비하지 않는다. 열심히 맛집을 찾아다니고 예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함께 여행을 떠나지만 자기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는 만나도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걸어 다니기도 귀찮아 모텔에 들어가 습관적인 섹스를 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있어야 사랑이다. 나의 가족, 나의 역사, 나의 꿈, 나의 비밀…….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 서로를 깊이 알게 되고 관계가 견고해진다.

좋은 데이트는 당신 자신이 드러나는 순간이 많은 데이트다. 그렇다면 당신 자신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당신이라는 존재는 이야기, 당신에 대한 이야기로 드러난다. 즉 무엇을 하느냐보다 당신과 당신의 이야기가 어떻게 드러나느냐가 데이트의 질을 결정한다.

당신이 화를 내는 이유, 그 영화를 보기 싫은 이유, 섹스가 달갑지 않은 이유, 오늘은 집에 일찍 가고 싶은 이유,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 아버지와 할 말이 없는 이유, 밥을 빨리 먹는 이유, 눈물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통해 당신을 알려주는 것, 또 상대를 알아가는 것이 당신 자신이 사랑의 콘텐츠가 되는 데이트다. 즉 무엇을 하느냐보다 당신과 당신의 이야기가 어떻게 드러나느냐가 데이트의 질을 결정한다. -본문에서

섹스에는 말이 필요하다

섹스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의외로 섹스 도중에 혹은 하고 난 후에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단지 성욕을 채우는 사이가 아니라 정말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이야기를 해야 한다. 또 섹스를 하는 사이라면 임신에 대한 이야기도 반드시 해야 한다.

교육 주제가 성이다 보니 각자의 성생활에 관한 대화가 자연스레 이어졌는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섹스를 하는 도중에 하고 싶은 말은 하는 부류와 침묵의 섹스를 하는 부류.
‘침묵의 섹스’파는 충격에 빠졌다.
“세상에, 어떻게 섹스를 하면서 말을 해요? 진짜 말을 해요?”
‘말하는 섹스’파도 충격에 빠지긴 마찬가지였다.
“뭐라고요? 말을 안 한다고요? 그럼 서로 원하는 걸 어떻게 알아요?”
그렇게 충격에 빠진 그날, 우리들의 저녁 식사 속도는 느려졌다.

당신은 어떤가? 물론 서로의 감정과 마음의 변화와 흥분되는 곳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기 때문에 입 아프게 말할 필요가 없어서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그런 이유가 아닐 것이다. 섹스를 하기 전에, 섹스를 하면서, 섹스를 하고 나서 대화가 없는 것은 분명 부자연스럽다. (……) “좋아?” “좋았어?”로 표현되는 단세포적이며 전형적인 닫힌 질문으로 스킨십은 침묵의 전진을 한다. 그냥 좋으면 다인가? 스킨십이 진행될 때 “좋아” “싫어” 말고 좀 더 다른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여기는 동물의 왕국이 아니니까. -본문에서

섹스를 하는 사이라면 임신 가능성과 그 후 대책에 관해 항상 대화해야 한다. 그런데 강의 때 어떤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그런 얘기를 어떻게 해요?”
뭐라고……? 그런 얘기를 어떻게 하냐고?
섹스는 해도 임신 얘기는 꺼낼 수 없다고……?
그 학생의 말은…… 섹스는 하는 사이인데, 임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만큼 친하거나 편하지 않다? 아니면 임신 얘기를 할 만큼 신뢰가 쌓이거나 자유롭지 않은 관계인데, 섹스는 한다?
어떤 식으로 해석해도 이해가 안 됐다. 이상하지 않나? 섹스는 되는데 임신 얘기는 안 된다니.
섹스를 하는 사이라면 반드시 임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피임 이야기로 흘러갈 것이다. 이때 말도 안 되는 질외사정을 피임이라고 할 게 아니라 주도면밀하게 피임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여성이 콘돔 사용을 원하면 남자의 낯빛이 어두워지는 경우가 꽤 있는 모양이다. 전체 피임 방법 중 콘돔 사용 비율이 약 10퍼센트에 그친다고 한다. 그 미묘한 느낌의 차이 때문에 남자가 콘돔 착용을 꺼린다고. 만일 경구피임약 복용이나 여성 쪽에서 시도할 수 있는 다른 피임법에 대해 흔쾌히 동의가 된다면 그건 선택의 자유다. 하지만 여성 편에서의 피임법도 싫고 남성 편에서의 피임법도 싫다면, 치열한 대화가 필요하다. - 본문에서

슬프다고, 화났다고 말해도 괜찮다

슬픔은 말리는 게 아니다. 그러니 누군가 슬퍼하면 위로한답시고 슬퍼하라고 말라고, 힘내라고, 울지 말라고 말리지 말자. 우리는 실컷 슬퍼해야 한다. 슬픔은 자신을 알아줄 때에만 우리 곁을 떠난다.
말하지 못한 슬픔은 결국 우리를 제대로 살아있게 하지 못한다. 사랑을 상실했을 때, 상처받았을 때 또 기분이 나쁠 때나 서운할 때도 우리는 말해야 한다. 말할수록 자유로워지고 표현할수록 행복해진다. 나 자신과의 관계도, 타인과의 관계도 훨씬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상대는 기분이 나빴다는 걸 절대 모른다. 왜냐, 내가 웃었으니까. 나조차도 내 감정을 재빨리 눌러 없애버렸으니까.
나처럼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혹은 끝까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알아차린다 해도 감정을 타이밍에 맞게 상대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우린 왜 그럴까? 아마도 말해본 적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말은 하지만 진짜 말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고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받는다고, 서운한 말도 해본 사람이 한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서운한 이야기들이 화석처럼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러다 어쩌다 말을 할 일생의 기회가 생기면 대부분 문제가 생긴다. (……) 절대로 자연스럽게 부드럽고 차분하게 말하기가 어렵다. 쌓아둔 만큼 서러움은 격하다. 화산 폭발이다. 작은 씨앗만 했던 서운한 이야기가 바위를 동강내는 화산 폭발의 스케일로 끝을 맺는다. -본문에서

사람다우면, 나다우면 된다

인생은 마이 웨이. 한 번뿐인 인생, 남의 이목 때문에 하고 싶은 일 못하고 입고 싶은 옷 못 입고 살면 얼마나 억울한가. 특히 여성은 더더욱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외모 평가는 늘 따라다니고, ‘바람직한 여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면 인생이 피곤해진다. 더 이상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말자. 여자다워지려고 애쓰지 말자. 그냥 사람다우면 되는 거고 나다우면 되는 거다. 중요한 건, 나답게 사는 것이다.

일단 예쁘거나 참해야 하고, 옷도 조신하게 입어야 하고, 몸가짐도 정숙해야 한다. 뚱뚱한 모습은 좋지 않다. 야한 것은 품위가 없다. 적당한 시기에 결혼을 해야 하고 출산을 해야 하고 아이를 하나 낳으면 못쓴다. 무엇에 못쓰는지는 모르지만 암튼 못쓴다.
그리고 음식을 잘해야 한다. 집안일도 잘해야 한다. 크린토피아 직원도 아니건만 빨래도 다림질도 잘해야 한다. 친절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하는지는 알 바가 아니다. 여성의 사회적 업적이나 성공에는 관심 없다. 니가 사회적으로 무엇을 이루었든 겸손하게 가족 안에서의 도리를 다 해야 한다.
아름다운 여성의 행복하고 덕이 있는 삶. 이 범주에서 벗어나면 바로 튄다. 세다, 이기적이다, 철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아가 살아 넘치는 여성은 불편한 존재가 된다.
나 또한 이런 시선과 프레임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나이 마흔에도 입고 싶은 레드 하나를 속 시원히 결제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이 두려웠는가 생각해 보면, 그저 타인의 시선인데 말이다. -본문에서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다

남자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여자는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이다, 남자는 강인하고 독립적이며 여자는 나약하고 의존적이다, 남자는 목표 지향적이고 여자는 관계 지향적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숱하게 들어왔고 그래서 내면화한 이야기들이다. 이는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이라고 해서, 여자는 감정적이고 의존적이며 관계 지향적이라고 해서 성숙한 인간이 아니거나 열등한 존재인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성숙한 인간상이 기득권을 가진 서양 남성 학자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런 거였다. 우리가 가진 관점은 프로이트 같은 똑똑한 서양 남자들의 눈을 빌린 것이었다. 그리고 성숙한 인간상은 대개 남성이다. 반쯤은 속은 느낌이었다. (……) 우리가 의심 없이 받아들인 서양의 발달 이론으로 인해, 훌륭한 사람은 독립적이고 이성적이며 감정적이지 않고 민폐를 끼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그러다가 사기나 당한다며 더 강해지도록 요구받았다. 감정을 단련해야 한다고 독려받는 동시에 나약하고 성숙하지 못한 사람으로 평가되었다.
이런 생각이 우리 사회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줄지 몰라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은 것 같다. 결국 인간에게 필요한 의존성과 상호 연결성을 약화시켰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고독하고 힘들었던 것이다. -본문에서

작가 소개

저 : 김지윤

삶의 우여곡절을 겪고 인생의 단맛보다는 쓴맛을 먼저 맛보며 성장했다. 그런 시절을 통해 인간의 자기표현과 관계 맺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수학을 무지하게 못해 구구단 5단마저 헷갈리던 그녀는 대학 문예창작학과에서 소설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가족상담을 공부하며 망하고 꼬이는 관계들이 가지는 패턴을 연구했다.
그녀의 강의는 무거움과 가벼움 그 사이를 잘 다룬다는 평가를 받으며 SNS와 유튜브 누적 조회수 1,500만 뷰를 기록했다. tvn에서 <김지윤의 달콤한 19>를 진행하며 혼자 굴 파는 청춘들에게 위로자가 되었다.
『사랑하기 좋은 날』 『달콤살벌한 연애상담소』 『직장생활도 연애처럼>』 등 그녀의 저서는 강의 못지않게 많은 이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다. 현재 USTORY & 좋은연애연구소를 운영하며 직장 안에서의 감성소통, 부부소통, 연인 간의 소통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목 차

프롤로그 슬픔의 끝을 향하여

CHAPTER 1 사랑은 언어다

01 복잡한 섹스
02 만지고 노 코멘트
03 섹스를 거부할 권리
04 안전한 사랑
05 당신만이 사랑의 콘텐츠
06 사랑한다면 텔 미 모어
07 사랑이 묻는다 Who are you?
08 싸움에 득이 안 되는 말, 말, 말
09 싸움의 기술
10 이유 있는 이별

CHAPTER 2 슬픔을 말해야 당신이 산다

11 슬픔을 말해도 괜찮아
12 엄마의 양말
13 애도, 사랑을 잃다
14 어린 아버지
15 정상 가족
16 경계인
17 잡담, 최고의 기술
18 킬리만자로의 표범, 꼰대
19 어서 말을 해
20 인상적인 위로

CHAPTER 3 사랑인 것과 사랑이 아닌 것

21 운명은 운명, 사랑은 사랑
22 나쁜 남자가 그리 좋더냐
23 사랑과 고통 사이
24 집착 다루기
25 부족한 재회
26 장거리 연애를 한다면
27 돈 워리 권태기
28 스스로 삼겹살이 되는 능력
29 순자 이모

CHAPTER 4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30 봄날은 갔다
31 결혼, 동화에서 실화로
32 강광희 여사
33 50 대 50
34 섹스리스, 우리들의 이야기
35 불륜에 관한 상식
36 선의의 사랑
37 기다린다는 것

CHAPTER 5 누가 뭐래도 소중한 당신

38 나를 무너뜨리는 언어
39 타인의 시선
40 예쁘다는 말
41 침묵하지 않는 한 사람
42 스트리트 파이터
43 유부남에게 끌린다면
44 가족을 떠날 시간
45 혼자의 의미
46 세월의 연인, 친구
47 당신은 인류에 꼭 필요한 사람

에필로그 흙에서 도자기로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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