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말과 글, 시와 이야기의 경계를 넘나들며 삶의 속내를 세밀하게 부조한 시들
계간 『한국작가』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석일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연화장 손님들』을 현대시세계 시인선 089번으로 펴냈다. 김석일 시인은 시집 『연화장 손님들』을 통해 ‘시의 영원한 과제는 인생이다’라고 강변하고 있다. 잘나고 특별한 인생이 아니라 시장바닥이나 포장마차에서 만나는 갑남을녀의 일상과 애환이야말로 자신의 주된 관심사라고. 그리하여 이 시집에는 온갖 인생살이와 갖은 삶의 궤적이 세밀하게 부조되어 있다. 연륜이 지극하지 않으면 찾아낼 수 없는 노년의 주름 잡힌 삶의 속내까지 말이다.
김석일 시인은 생활의 구체성에 밀착해 생활로부터 흘러나온 시를 쓴다. 그렇기에 김석일 시인은 일상으로부터 시를 끌어올리는 시인이라 말할 수 있다. 그가 발견하는 삶의 의미나 가치는 일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아니 그에게 삶의 의미나 가치는 일상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무명 시인의 독백」에서 “매우 남성적인 여자 후배가” “김 선생님 시는 너무 쉬워요/ 고민의 흔적이 전혀 없어요”라고 “철학적인 말투로 나를 나무랐”던 것은, 그의 시와 생활 사이의 거리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석일 시집의 표제작인 열여섯 편의 ‘연화장 손님’ 연작은 기억의 기록이다. 아무래도 불행하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 이들에 대한 기억이 마음을 아프게 만들 텐데, 이 ‘연화장 손님’ 연작은 모두 그렇게 불행히 살다 죽은 지인들에 대한 기억으로 채워져 있다. 그는 이 기억의 기록을 통해 지인들에게 마지막 예의를 차리고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김석일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면 ‘문체가 곧 인간이다’라는 고전적인 명제가 저절로 머리에 떠오른다. 시 한 편 한 편이 시인 자신의 삶과 안팎으로 맥이 닿아 있는 탓이다. 그에게는 세상에 시 아닌 것이 없다. 그는 일상과 더불어 무심하게 놀다가도 슬며시 일상의 옷자락을 들춰보고 또 일상 너머로 널리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것이 그에게는 곧 시를 쓰는 행위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시는 일상적이라기보다 총체적인 세계에 가깝다.
그렇게 그는 말과 글의 경계를 넘어서고 시와 이야기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면서, 독자들에게도 자신의 시와 함께 놀고 부대끼고 절망하고 웃고 울기를 권한다. 실제로 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그와 술 한 잔 앞에 놓고 마주앉아 서로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지금 그가 짐짓 상당히 불만족스럽다는 듯, 그러면서도 늘 술자리에서 좌중을 즐겁게 긴장시키는 짓궂은 미소를 띠며 독자들에게 말을 건넨다. 일상의 매순간 생존과 절멸이 횡행하는 이 세상이야말로 곧 ‘연화장’이 아니겠냐고.
작가 소개
저 : 김석일
1949년 수원에서 태어나 자라고 살아왔다.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을 석사 논문 「시(詩)의 순기능」으로 졸업하고, 계간 『한국작가』 제9회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늙은 아들』 『평택항』을 출간했다. 한국광고사업협회 회장, 한국광고단체연합회 이사, 경기도광고물제작협동조합 이사장 등을 역임하였다.
목 차
말대꾸·13
말장난·14
시시한·16
여자 1·18
여자 2·20
여자 3·22
여자 4·24
무제 1·26
무제 2·27
무제 3·28
무제 4·29
무제 5·30
기억 1·31
기억 2·32
기억 3·34
기억 4·35
제2부
모텔 연화장·39
영원한 해병 이 병장·41
바보 안형(安兄)·42
방랑자 서군(徐君)·44
검은 고양이 이(李) 씨·46
가슴앓이 환자·48
꽃미남·50
가난한 손님·52
준비 안 된 이별·54
불편한 이별·56
극성쟁이 김 씨·58
밤사나이 박 선배·60
단양 촌놈·62
웃픈 한 선배·64
말대로 가다·66
어떤 손님·68
제3부
전염·73
그리움·74
거대한 음모·75
안심·76
가을과의 대화·78
임무 교대·79
아들의 가을·80
바보 아들·82
명랑·83
어미·84
늙은 순애보·86
반성·87
때 늦은 귀향·88
밤의 정의·90
불면의 습관·91
새벽길·92
제4부
풍요·97
의문·98
흡혈공룡·100
조는 남자·102
오래된 선물·104
아름다운 거래·106
어느 봄날에·108
짜증스런 일상·110
꽃샘바람 부는 날·112
봄비·113
인기·114
일요일의 비애·116
라오스 소년 알리·118
시(詩)의 위기·120
신호·122
무명 시인의 독백·124
해설 일상으로부터 길어올리는 삶의 진실 / 이성혁·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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