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바닷길을 따라 시의 집으로 가다
정영주 시인의 시집 『바당 봉봉』이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정영주 시인은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문학박사)하였다. 199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아버지의 도시』,『말향고래』,『달에서 지구를 보듯』을 출간한 바 있다.
지붕 위에 누워 바다가 하는 말을 듣는다
똑같은 소리 같아도 뱉고 삼키는 말,
올 때 갈 때가 다르다
반복의 언어일수록 비밀이 깊다
저 멀리 우도의 산호도
이따금 소리를 따라 하도리까지 온다
나도 바다가 내준 길이다
어둠이 내준 길도 때론 황홀임을
바다에게서 배운다
기다릴 수 있다면, 나직이
내려놓는 가난한 무릎이 있다면
바다가 쓸어주는 노래를 들을 수 있구나
목마른 날, 자작자작 비 내리듯이
바다는 봉봉, 지붕 앞까지 차오르고
나는 무연히 낮은 돌집 난간에 올라
간이의자에 눕는다
눈은 편히 바다에 내주고
납작한 지붕에 몸 다 주고
통째로 불러주는 바다 제 살 깨무는
소리에 한참 아득해진다
비로소 어제까지의 어둠이 어둠만이 아니구나
바다 끝에서 오는 푸른 한기를 노래로 받는다
그래, 나를 찢는 어둠이 바다 만큼일까
키를 높여 달려오는 파도는 내 앞에서 스러지고
바당 봉봉, 나는 더 크게 일어선다,
춤추듯이
* 바당 봉봉: 바다가 한껏 차오를 때를 말하는 제주 방언
―「바당 봉봉」 전문
이 시집의 주된 배경은 제주 바다이다. “바다”는 나에게 “올 때 갈 때”마다 다른 “언어”를 전한다. 그 언어는 “반복의 언어”이다. 그런데 “반복의 언어”라고 해서 항상 똑같은 것이 아니라 조금씩은 다르다. 그런 “언어”는 다양한 인생의 국면들마다 그에 어울리는 위안을 제공해 주었다. “반복의 언어일수록 비밀이 깊다”는 것은 시기에 맞는 위로의 뜻을 지닌다. 특히 “바다”는 가난한 삶을 위로한다.
또 “바다”는 “어둠”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파도처럼, “가난”과 같은 삶의 어두운 국면에서도 삶의 의지를 갖도록 가르쳐준 존재이다. “나”는 어둠 속에서 “바다”와 마음의 공감을 위해 “돌집 난간에 올라/간이의자에 눕는다”
마치 어두울수록 선명한 파도 소리, 어두울수록 빛나는 별빛처럼, “나”는 가난과 고통이 클수록 그 극복의 보람이 큰 인생의 가치를 생각해 보고 있다. “나”는 밤바다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비로소 “푸른 한기를 노래로 받는” 역설적 삶의 지혜를 얻은 것이다. 그리하여 “키를 높여 달려오는 파도는 내 앞에서 스러지고/바당 봉봉, 나는 더 크게 일어선다”고 말한다. 정영주 시인에게 바다는 운명이다. “바다”는 그녀에게 하나 된 삶이자 스승이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문학박사)하였다. 199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아버지의 도시』, 『말향고래』, 『달에서 지구를 보듯』이 있다.
목 차
제1부
밥이 멀다·11
돌집 풍경들·12
늙지 않는 바다·14
세반고리반·16
물속에 알을 낳는다·18
소금 같은 비명·20
서툰 책방·22
겨울 산·24
수상한 시(詩)·26
제주 일기·28
베스트셀러·31
러빙, 빈센트 반 고흐·32
수평선의 시간·34
물속에서 차 한잔·35
늙은 은행나무의 방·36
제2부
바다와 겸상하다·39
먹빛 시력·40
문득, 잠에서 깬다·42
다섯 평의 움막·44
내가 또 있다·46
공중 노숙·48
헝그리 정신·50
이정표·52
구름 주머니·53
91게스트·54
불가마·55
접근금지구역·56
쇠 발목·58
가만히 귀를 댄다·60
북극성·62
제3부
눈물도 이젠 춤이다·65
느티나무의 걸음으로·66
내비게이션·67
매 맞은 아이처럼·68
허구 한 마리·69
사라의 정원·70
한라봉·71
바당 봉봉·72
산이 나를 넘긴다·74
골목 없는 7번 국도·76
마음의 거리·77
아직도 공사 중·78
고양이, 야생화·80
서로의 벽·82
상추·84
제4부
배후·87
측백나무 그늘을 끌고·88
백색 그림자·90
문장은 중립·92
고작 3%?·94
베두인·96
밟혀서 좋은 것들·98
그늘 서너 평·100
뚱뚱한 고양이·101
산고래 아가리에·102
머릿속을 뒤진다·104
쪽빛으로 물들여지다·106
벽과 벽 사이·108
대패질·110
해설·113
시인의 말·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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