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환해지다

고객평점
저자김수복
출판사항모악, 발행일:2018/04/05
형태사항p.110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8071111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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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슬픔의 숙명을 직관하는 맑고 투명한 시집!”
 “세상과 교감하고 길항하는 무애의 시편들!”

얼굴을 씻고 싶을 만큼 맑은 시편들
 김수복 시인의 신작 시집 <슬픔이 환해지다>에는 우리 시대의 따뜻한 서정이 담겨 있다. 시 말고는 어떤 첨가물도 들어 있지 않다는 것, 감정의 넘침도 언어의 비틀림도 세상을 향한 질시도 없다는 것, 그런 것이 시집 <슬픔이 환해지다>의 미덕이다. 언어와 이미지가 난무하는 삶의 처처에서, 말을 줄이고 생각을 함축함으로써 새로운 각성과 화두를 독자에게 선사하고 있다.
 <슬픔이 환해지다>에 수록된 시 한편 한편에는 소우주가 존재한다. 풀잎이 가지런하고, 꽃잎이 분분하며, 크고 작은 나무들이 서로의 간격으로 서 있다. 해가 뜨고 달이 기울며 때로 새가 찾아와 울기도 한다. 나이를 먹은 사람과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 풍경 사이로 시간이 꼼꼼하게 흘러간다. 이 모든 것들이 시인의 눈에 환하게 다가온다. 환하게 보이는 것들 사이로 한 생애가 놓여 있다. 시인에게 그 생애는 ‘슬픔’이다. 인생의 의미나 삶의 비의를 넘어서는, 세속적 슬픔을 시적 미학으로 승화시킨 시편들이 <슬픔이 환해지다>에 담겨 있는 것이다.

슬퍼질수록 더욱 환해지는 존재의 숙명
 시집 <슬픔이 환해지다>를 읽다 보면 ‘슬픔’은 더 이상 감정이 아니다. 슬픔은 몸 안에서 출렁거리는 파동이 아니라 시인의 눈길을 매혹하는 어떤 것이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기울기가 슬픔을 만든다. 눈에 눈물이 고이듯, 슬픔은 시선 안쪽으로 들어와 그렁거린다. “흰나비 아주 오랜만에/무덤을 빠져나온다/그 먼 길/어떻게/어디서/굽이굽이 돌아왔을까//아직도/발이 차구나”(「춘신」 전문)에서 보듯, 슬픔의 시선은 낮고 어두운 곳을 응시한다. 그곳에서 발견한 “흰나비”를 두고 “아직도”를 반복하는 눈길 속에 ‘환한 슬픔’이 들어 있다. 거듭 들여다봄으로써 시인의 “눈망울도 순해졌고”(「율포 편지」), “복사꽃 피는 깊은 눈동자들에/밤하늘이 눈을 뜨”(「복사꽃 눈 뜰 때」)게 된 것이다. 바라봄으로써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사물의 그늘이 환한 슬픔인 것이다.

길들이 순탄치 않구나
 곡진한 직선도
 다 아롱거리는 뜨거운 골목들이었구나
 미안하다 모두에게 미안하다
 꼭꼭 채워져 걸어온 슬픔들이여
 밥알이 불어터진 동지들이여
 비 오는 날이면 순한 이야기들
 이곳저곳에서 흘러들어온 소문을 듣고
 냇물들은 서로 소란스러울 때가 있는 법
 이 고난의 종점을 한 시간쯤 터벅터벅 내려와서
 순댓국을 먹는 저녁이 되었다
-「순댓국을 먹으며」 전문

 시인은 “순댓국을 먹는 저녁”에 문득 “슬픔들”을 바라보았다. ‘순대’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길이다. 시인은 한 그릇 순댓국을 놓고 그 안에서 “길들이 순탄치 않구나/곡진한 직선도/다 아롱거리는 뜨거운 골목들”을 발견한다. 그 길은 ‘꽉 찬 슬픔’으로 전환되는데, 시인은 슬픔은 느끼는 게 아니라 바라보는 것임을 강조한다. 시인은 이미 “눈을 뜨고 살 것인지/눈을 감고 살 것인지/녹아 사라지는 제 눈도 모르고/(……)/흘러가는 제 눈동자를 내려다보”(「눈동자」)면서 “그 어디쯤/한평생 함께 살다 죽고 싶은 슬픔의 정원이 있다”(「슬픔의 정원」)는 깨달음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비어 있음으로써 드러나는 세상의 아름다움
 여백의 아름다움은 시집 <슬픔이 환해지다>의 또 다른 미덕이다. 그 여백을 찾는 것은 이 시집을 새롭게 읽는 방법이다. 비어 있음으로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여백은 독자에게 색다른 감동과 시적 호흡을 선사한다.

저 저녁 하늘 잔잔한 그물에
 새들도 빠져나가고
 연분홍 구름도
 천둥 번개와 함께 빠져나가고
 영혼도
 초승달도
 흠모했던 먼동도 빠져나가고
 헐벗은 석양의 육신만 걸려 있구나
 걸려서
 걸려서
 빠져나갈 수 없구나
 그물에 걸려
 빠져나갈 수 없구나
-「몸」 전문

 삶의 여백이란 소유한 것을 내려놓음으로써 발견하는 여유이다. “젊을 때/손을 놓지 않으려고 애를 태우”(「겨울 담벼락」)던 시기를 지나면, “사랑한다는 엽서를 몰래 두고/슬며시 골목을 빠져나오는”(「첫사랑」) 여유에 닿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삶의 곡절이 부드러워지는 것은 여백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40여 년 동안 이어져온 김수복 시인의 시력(詩歷)이 닿은 곳은 여백의 여유를 통한 성찰이다. 「몸」에서 시인이 바라보는 것은 “영혼도/초승달도/흠모했던 먼동도 빠져나가고/헐벗은 석양의 육신만 걸려 있”는 풍경이다. 그동안 욕망해왔던 “흠모”의 대상들을 버리고 “그물에 걸려/빠져나갈 수 없”는 “헐벗은” 것들만 남은 삶의 풍경은 슬픔 그 자체이다. 시인은 그 슬픔을 환하게 밝히기 위해 무심(無心)의 시선으로 서정의 본질을 읽어낸다.

눈이 맑은 시인이 부르는 서정의 노래
 김수복 시인으로 하여금 여백의 순정함을 슬픔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은 동화적 상상력이다. 시인은 삶의 갈피에 깃든 희로애락의 정점에서 숭고함과 만난다. 그리하여 슬픔은 이제 슬픔으로만 남아 있지 않는다.

이젠
 새소리에도 눈을 맞춰야지
 울고 싶어도 울지 말아야지
 물소리도 공평해졌으니
 귀가 맑아지고
 눈이 맑아진 하늘을
 가슴에 가두어 두어야지
-「감옥」 전문

 시인에게 슬픔 없는 세상은 “공평”한 세상이다. 공평하다는 것은 “귀가 맑아지고/눈이 맑아”지는 세상과 대면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무구한 눈으로 순진한 마음을 드러내듯이, 시인은 동화적 상상력으로 삶의 본질에 다가간다. “읽지 않았던 시집들/쓰다가 남은 공책들”(「하늘의 책장」)을 발견한 시인은 “맑아진 하늘을/가슴에 가두어 두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이것은 슬픔 없는 세상에서 공평한 마음으로 맑은 세상을 만나겠다는 시인의 의지인 것이다.
김수복 시인의 신작 시집 <슬픔이 환해지다>는 ‘슬픔’이 ‘환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이다. ‘슬픔’의 시로부터 ‘환해지’는 시로 이행하는 시적 여정인 것이다. 세상의 비밀을 들추기 위해 부릅뜬 눈이 아니라, 세상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맑은 눈으로 쓰여진 이 시집을 통해 독자들은 한 계절쯤 슬픔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수복 
1953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단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5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지리산 타령』 『낮에 나온 반달』 『새를 기다리며』 『기도하는 나무』(시선집) 『또 다른 사월』 『모든 길들은 노래를 부른다』 『사라진 폭포』 『우물의 눈동자』 『붉은머리학의 사랑 노래』(영상시집) 『달을 따라 걷다』 『외박』 『하늘 우체국』『밤하늘이 시를 쓰다』, 그 외 저서로 『별의 노래; 윤동주의 삶과 시』 『우리 시의 상징과 표정』 『상징의 숲』 『문학공간과 문화콘텐츠』(편저) 등이 있다. 편운문학상, 서정시학 작품상, 풀꽃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했으며, 한국문예창작학회 회장(2001년~2006년)을 역임하고, 한국카톨릭문인회 회장(2018년~현재)을 맡고 있다. 2018년 현재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목 차

시인의 말 5

1부 오래 서 있던 나무

 그늘이 들어오네 12
빈 의자 13
일기 14
복사꽃 눈 뜰 때 15
뒷소문 16
새벽밥 17
입춘을 기다리며 18
춘신 19
율포 편지 20
흐린 겨울날 21
강아지풀 22
오솔길 23
운명처럼 24
몸 25
일몰 26
나무들 곁에 서다 27
단풍이 초록에게 28
물소리가 크게 들릴 때 29
쌍계사 30
겨울 담벼락 31
동짓날 32
밀애 33
한 34

2부 길을 잃은 여행자들

 시라는 숙명 36
동트는 저녁 37
만다라 38
순댓국을 먹으며 39
남북우체통 40
왜 뒤돌아보나 41
보리가 익어갈 때 42
달무리 43
태몽 44
슬픔이 환해지다 45
노년 46
그물 47
섬진강 48
말을 찾아서 49
봄바람 50
함박눈 51
천지 52
무덤이 열리다 54
봄꽃을 위하여 55
눈동자 56

3부 멀리 있는 당신에게서

 편지 58
슬픔의 정원 59
거리 60
풍경 61
관계 62
앵두꽃 필 때 63
상강에 64
첫사랑 65
목어 66
감옥 67
놀다 68
칠불사 69
비탈길 70
가을 이야기 71
첫눈 72
나무 두 그루 73
입춘 74
거울에게 75

4부 비를 받아먹는 바다

8월 78
담쟁이 79
구름 주먹 80
천둥소리 81
접시꽃 골목 82
여름 한낮 83
탯줄 84
입 85
늦잠 86
모닥불 87
목화꽃 88
도시락 89
구름학교 90
애기똥풀 91
수화 92
순례자 93
깜빡 눈 94
하늘의 책장 95

해설 비밀의 입에서 나는 소리 | 고명철 96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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