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동재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인 {파주}는 유랑민도 정착민도 아닌, 탈영토화와 영토화 사이, 또는 자유와 구속 사이에서 한 지식인으로서의 삶의 애환과 고뇌를 노래하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지금 우리의 삶의 양식에서 한 곳에서 오래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어딘가로 흘러가다 지금 여기 잠시 머물러 있는 존재로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어딘가에서 정착하고 살며 안정을 꿈꾼다. 그것이 우리를 구속하고 부자유하게 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 모두는 그 안온한 그러나 쉽지 않은 정주를 꿈꾼다. 시인 역시 그러한 정주를 위해 새집을 마련한다.
새 집에선 소리가 난다
모든 게 낯설어
벽과 벽
벽과 천정
가구와 가구
그리고 바닥이 만나는 부분에서
자기 자리를 잡느라 삐걱거리는 소리
밤새 수인사 하는 소리
새 집에선 냄새가 난다
미처 마르지 않은 나무
그 나무가 살던 숲과 공기
새들과 계곡의 물이끼
산짐승들의 발정난 냄새와 진달래 철쭉
이름 모를 약초 냄새까지
채석장의 화약 냄새와
골재 트럭이 훑고 간 강바닥의 기름 냄새마저
이합과 집산 고통과 환희
이 모든 것의 접합 부분에선
밤새 소리가 난다
냄새가 난다
-- 「새집」 전문
새집을 짓거나 산다는 것은 이주와 정착의 경계에서 하게 되는 경험이다. 그것은 새로운 희망과 안정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두려움과 어색함을 수반하기도 한다. 시인은 그것을 소리가 나고 냄새가 난다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소리와 냄새는 시인이 꿈꾸는 새집에서의 안정을 뒤흔드는 것들이다. 그것들은 새집을 마련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시인에게 은근히 가하는 압력과 거부이기도 하다. 시인은 새집을 마련했지만 스스로 거기에 들어가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러니를 경험한다. 집이 주는 안정이 곧 억압과 구속으로 변하리라는 것을 시인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나의 정주를 위해 만든 이 집 하나를 위해 많은 것들이 희생되었다는 사실도 시인을 예민하게 만든다. 집을 위해 산짐승의 터전을 망가뜨렸기에 시인은 집에서 “채석장의 화약 냄새”를 맡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그래서 이 모든 냄새와 소리들을 “이합과 집산 고통과 환희”의 접합 부분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외박이 잦아
마당에 매화꽃이 폈다
지는 줄도 몰랐네
외박이 잦아
늙은 노부모 지친 어깨가 기진해 가고
다 자란 자식들 집 밖을
헤매고 있는지도 몰랐네
외박이 잦아
내 영혼이 나가서 돌아오지 않고
계절이 또 지나가는 것도
아주 몰랐네
외박이 잦은 어느 날
봄꽃이 마당에 왔다가고
사람들이 왔다가고
먼 산이 짙어져 눈앞에 또 다가온 것을
객지를 떠돌다 우연히 알았네
-- 「황폐한 날들의 봄」 전문
외박은 집을 두고 밖에서 자는 행위이다. 그것은 정주가 주는 안정을 거부하고 스스로 방랑을 택하는 상징적인 행위이다. 파주에 집을 마련했다는 것은 스스로 방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이기도 하다. 술을 핑계로 교통수단이 끊김을 기회로 시인은 많은 외박을 했을 것이다. 시인이 이렇게 헤매고 다닐 때 안정을 꿈꾸고 지켜오고자 한 가족들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 노부모는 병들어 가고 아이들 역시 집 밖을 헤매고 있다. 그런데 시인은 이런 방랑 중에도 자신의 집에 피어있을 봄꽃과 매화를 생각한다. 거기에 행복과 기쁨이 남아 있으리라는 기대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다음 시는 이런 파주의 삶을 아주 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파주에서 산다는 건/ 어디 멀리도 못 가고/ 주말이면 임진강 물빛이나/ 보러 가는 것// 나이 들어가며 여기에서 산다는 건/ 아주 멀리 달아나지도 못하고/ 돌아와 오랜 아내와/ 철따라 임진강 물빛이나/ 보러 가는 것// 그 물 매운탕에 끓는 속이나 푸는 것/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 「파주」 전문
파주에서의 삶은 유랑도 정착도 아닌, 탈영토화와 영토화 사이 또는 자유와 구속 사이의 모호한 지점에 놓여있다. 이렇게 방랑과 안정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시인은 다음 시에서 자신의 삶의 위치를 이주와 정주 사이의 갈등하고 모순으로 규정한다.
서울 오가는 데 두 시간 삼십 분/ 혹은 세 시간/ 왕복 다섯 시간은 예사/ 아 이래서 사람들이 기를 쓰고/ 서울에 살려고 하는구나/ 알게 되는 시간/ 유배도 전원생활도 아닌/ 원주민도 이주민도 되지 못한/ 농부도 제대로 된 월급쟁이도 아닌/ 참 거시기한 세월/ 애매한 서울 변두리/ 국경 아닌 국경
-- 「시골생활」 전문
시인은 이렇게 파주에서의 삶을 정주와 이주, 안정과 방랑 사이에서의 아이러니로 파악하고 있다. “원주민도 이주민도 되지 못하고” “유배도 전원생활도 아닌” 이 애매하고 모순적인 입장이 바로 파주의 삶이다. 하지만 이는 시인 자신의 특수한 경험만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 모두는 지금 여기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의식을 비유적으로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사실 이주민이거나 이주민이었거나 이주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조금 먼저 정착하여 이주민들을 배척하고 차별하고 더러 내쫓는다. 파주는 이렇게 정착할 수 없는 이주민, 아니면 정착에 실패한 이주민 그것도 아니면 접경에 놓여있어 더 이상 이주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정착에 들어간 사람들이 사는 이상한 곳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는 파주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곳이 다 파주이다. 우리 모두는 따져보면 이주도 정착도 하지 못한 채 어설픈 삶을 살고 있다. 뿌리도 없고 그렇다고 자유도 없다. 이것은 지금 이곳의 현실이고 또한 정착 생활을 택한 이후 인간의 운명이기도 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동재
강화 교동도에서 태어나 화동국민학교와 교동중학교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민통선 망둥어 낚시』『세상의 빈집』『포르노 배우 문상기』『분단시대의 사소한 너무나 사소한』 등이 있으며, 산문집 『작가를 스치다』 『침묵의 시와 소설의 수다』, 저서에 『20세기의 한국소설사』 등이 있다. 여러 학교에서 강의를 했으며, 현재 파주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이동재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인 {파주}는 유랑민도 정착민도 아닌, 탈영토화와 영토화 사이, 또는 자유와 구속 사이에서 한 지식인으로서의 삶의 애환과 고뇌를 노래하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목 차
시인의 말 5
1부
창만리 겨울 소묘 12
새 집 13
신묘년 식목 행사 15
마당 16
알고나 있으라고 17
개구리 18
어머니의 콩밭 19
기적 20
시골생활 21
국제시골 22
낙상, 반비상 24
앵두 25
황폐한 날들의 봄 26
저녁의 숲 27
2부
전원생활 30
독백 수다 31
세기의 숲 32
자화상, 쉰하나 34
반성 35
어떤 정신 36
장례의 미학 37
마을 인심 38
동네 한 바퀴 ―심상현 형 39
청안淸眼 ―잡농雜農 박순례(1931∼ ) 여사 40
두근두근 네 인생 41
살다보면 42
찰나 43
파주 적군묘지 44
오후의 소묘 45
좋은 친구들 46
파주 47
이쯤 48
우주적 고독 49
그건 50
3부
SEPTEMBER 52
가을배추 53
왜 54
헐거워지면 56
저녁 거미 57
들꽃 58
도토리의 심사숙고 59
가을밤 60
벌초 61
마당의 저녁 62
저녁시 63
가을이 왔다 갔다 64
추석 이후 66
마당별곡 68
마당 농사 69
4부
분리 독립을 꿈꾸다 72
시골 버스 73
자본주의 74
분비물糞飛物 75
우리 동네 76
구제역 방역 77
나무 주치의 78
봄마중 79
마당에서 서성이다 81
다시 변방의 마당에서 82
해설 뿌리 내리지 못한 것들의 노래황정산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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