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는 당신에게,
시인이 선물하는 몽글몽글한 시적 풍경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에서는 꽃이 피고 지는 것도 해가 뜨고 지는 것도 다 황홀한 일이다. 모든 것이 당신 것만은 아닌 이 계절에, 시인은 직접 쓰고 그린 시와 그림을 통해 강아지풀, 실비단 안개,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는 마음만큼은 당신 것이라고 다정하게 말해 준다. 다 당신 차지라며 초롱꽃을, 달님을 선물더미처럼 한가득 건네준다.
시인이 머무는 곳에는 이런 시인의 따스한 마음이 깃들어 아름다운 전경이 펼쳐진다. 동네 아낙네는 예쁜 꽃 씨앗이 생겼다며 문학관을 찾아와 화분에 손수 꽃을 심어 주고, 손님들은 시인이 직접 연주하는 풍금에 맞춰 「풀꽃」 노래를 부른다. 또 뒤뜰에는 시인이 직접 가꾸는 고운 꽃들이 얼굴을 내밀고 방긋 웃는다. 거기에 정답게 삐거덕대는 마루소리까지 합세하여, 꽃향기가 날리고, 풍금소리가 울려 퍼져 그야말로 시 같은 풍경이다. 아니, 시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적 풍경을, 세상의 따스함을 모든 이에게 몸소 찾아가 선물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시인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모아 육필시화집으로 엮었다. 시인이 모르는 어딘가에서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이 차가운 계절에 부디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슴을 데워 줄 시적 풍경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꽃장엄이란 말 / 가슴이 벅찹니다 // 꽃송이 하나하나가 / 세상이요 우주라지요 // 아, 아, 아, / 그만 가슴이 열려 // 나도 한 송이 꽃으로 팡! / 터지고 싶습니다.
-「화엄」
아이한테 물었다 // 이담에 나 죽으면 / 찾아와 울어줄 거지? // 대답 대신 아이는 / 눈물 고인 두 눈을 보여주었다.
-「꽃그늘」
바람에게 묻는다 / 지금 그곳에는 여전히 / 꽃이 피었던가 달이 떴던가 // 바람에게 듣는다 / 내 그리운 사람 / 못 잊을 사람 / 아직도 나를 기다려 / 그곳에서 서성이고 있던가
-「바람에게 묻는다 」 중에서
시인의 시와 그림 속에서는 흔하디흔한 꽃송이가 하나의 ‘우주’가 되고 ‘세상’이 된다. 또 시인 앞에 눈물 고인 아이의 두 눈은 ‘꽃그늘’이 되며, 스쳐 부는 바람은 그리운 사람이 있는 곳에 ‘꽃이 피었는지, 달이 떴는지’ 알려주는 소식통이 된다. 시인은 이렇게 시리고 아름다운 일상들을 청아한 언어로 담아 우리를 시적 풍경으로 이끌어 준다. 아찔하고 어지러운 이 하루에 시인이 선사하는 시적 풍경 속을 거닐어 보는 것은 어떨까.
작가 소개
1945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하여 1960년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공주사범학교에 입학하며 운명적으로 시를 만났다. 집안 내력에 문사적 기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사모하는 여학생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궁리하다가 시를 만난 것이다. 그 시절 신석정과 김영랑, 김소월의 시를 읽고 청록파 3인 등 시인들의 시를 만나 많은 도움을 얻었으며, 『한국 전후 문제 시집』은 좋은 교과서가 되었다. 군 제대 후 교사로 복직하면서 다시 한 여성을 만나 호되게 실연의 고배를 마시고 비틀거리다가, 그 비애감을 표현한 시 「대숲 아래서」로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심사위원은 소년 시절 좋아했던 박목월, 박남수 선생 두 분이었다. 첫 시집 『대숲 아래서』 이후,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까지 39권의 창작시집을 출간했으며 산문집, 시화집, 동화집, 선시집 등 100여 권을 출간했다. 받은 문학상으로는 흙의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편운문학상, 시와시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공초문학상, 유심작품상, 난고문학상 등이 있고 공주에서 공주풀꽃문학관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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