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비판적 방법으로서의 속도
박일환의 『등 뒤의 시간』은 속도감 있는 시집이다. 박일환 시에 내재된 속도는 효율과 이윤을 위한 속도가 아니다. 반대로 효율과 이윤을 위한 체제를 향해 돌진하는 속도이다. 시인은 그 체제를 내파하기 위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진한다. 그 방법으로는 ‘시인의 말’에 시인이 직접 썼듯이 언어의 결합을 통해서이다. 박일환 시인은 이 방법론이 효율과 이윤을 위한 자본주의 체제를 패러디했다고 고백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결합이 아니라 분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박일환 시에서 속도를 느끼자면 다음과 같은 작품이면 될 것이다.
악어가 신발을 물고 도망간다
악어가 가방을 물고 도망간다
도망가는 악어는 눈물을 흘린다
악어의 눈물을 비웃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래도 악어는 신발을 물고 도망간다
그래도 악어는 가방을 물고 도망간다
도망가는 악어를 잡으러 사람들이 달려간다
악어를 잡아라!
저 악어를 잡아라!
저 악어를 잡으면 상금을 주겠다!
_「악어의 질문」 부분
위 시는 인간이 자신의 사용가치를 위해서는 다른 생명체도 서슴없이 취하는 현상을 비판하고 있는데, 박일환 시인은 그에 대해 도덕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도망가는 악어와 그 악어를 쫓는 세태를 짧은 언술의 조합을 통해 속도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아예 악어의 입에 “신발”과 “가방”을 물림으로써 악어를 “신발”이나 “가방” 자체로 인간이 인식하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이 작품은 방법적으로 속도를 차용하고 있는 경우이지만, “속도는 반복과 재생 사이에서 반성을 모르고” 질주 중이라는 「스피드광을 위하여」 같은 작품은 자본주의의 속도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다.
시인이 ‘시인의 말’에서 “앞으로 계속 시를 쓴다면/ 결합이 아니라 분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자신이 방법론적으로 속도를 택했다는 고백이기도 하며, 반대로 정지를 함께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도 함축한다.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박일환의 이번 시집은 속도와 정지를 씨줄과 날줄로 삼아 직조했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여러 사건과 상황을 두루 관통하고 있는데, 이 ‘두루 관통함’이 시집 전체에 무거움과 경쾌함, 속도와 정지라는 일면 대립되는 듯 보이는 속성을 부여하고 있다.
일단 멈춰서 되돌아보기
죄 있는 자 와서 씻어라
죄 없는 자도 와서 씻어라
부르한 바위 아래
씻은 심장을 널어놓아라
바람만이 세상의 주인이었던
태곳적 전설을 떠올리며
잠시 눈을 감으면
바람이 너를 데려가리라
_「후지르 마을 언덕에서」 부분
이렇듯 어떤 시들은 전혀 속도를 갖지 않기도 하다. 위 시에서는 도리어 “바이칼의 바람”처럼 “부르한 바위 아래”에 멈춰서 “떠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있다. 되돌아보는 일은 빠르게 움직이면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단 멈춰야 되돌아보는 행위가 가능한 법이다. 비록 그것을 비판하기 위해 방법적으로 빌려 썼다지만 시인에게 들러붙어 있는 자본주의의 속도를 떼어놓기 위해서는 일단 멈춰야 한다. 그랬을 때만이, 주위의 작은 것에 새로운 의미가 충전되며 그 새로운 의미가 비판과 창조의 힘이 된다.
보라마을 개울가에서 정리 집회를 하는 동안
그 아래 무심한 듯 헤엄쳐 다니는
작은 물고기들
국가를 굴복시킬 수 있는 건 어쩌면
나부끼는 깃발과 웅웅대는 확성기가 아니라
저 어린 물고기들일 수도 있겠다
_「밀양의 친구들」 부분
시인에게는 밀양 송전탑 싸움에 임하는 ‘밀양의 친구’가 다름 아닌 밀양의 “개울”이고, 거기에 사는 “물고기”이고 “바람과 햇볕과 눈보라”인 것이다. 이렇게 자본주의적 속도에 태연한 또는 그것과 관계 맺지 않는 (비)존재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충전시키는 것은 속도가 아닌 것이다. 돌려 말하면, 이번 시집에 실린 작품들 중에서 속도를 갖는 비판적 서정시들은 자본주의를 가격하긴 하지만 자본주의를 시적으로 지워버리지 못한다. 하지만 속도를 내려놓은 작품들은 자본주의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지만 다른 세계를 구축하면서 독자의 내면에서 자본주의를 삭제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존재의 기쁨을 퍼 올려주기
박일환 시인이 죽임당하거나 버려진 존재들 즉 세상의 “언저리”에 가 닿을 수 있는 것은 속도를 채택하면서 속도의 그늘을 느끼는 역설을 통해서이다. 다시, 속도를 내려놓음으로써 “언저리”의 심연을 재생하려는 고투를 보여주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때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며 40일 동안 단식을 한 김영오 씨를 노래한 시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언니 잃은 동생은 앙상한 아빠에게 묻는다”. “아빠 팔이 왜 이렇게 얇아?”(「아빠 팔이 왜 이렇게 얇아?」) 시인은 이 한마디로 “언저리”의 심연에 도달하고야 만 것이다. 그런데 눈여겨봐야 할 것은 “언저리”의 심연에 도달하는 방법이 시를 현실 아래에 두는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위 질문은 시인의 받아쓰기에 지나지 않지만, 어떤 미학적 수사보다 더 깊이 “언저리”의 심연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언저리”의 심연이 비극적인 파토스로 일렁인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거기에는 분명히 다른 기쁨이 있다. 어쩌면 자본주의의 속도를 물리치고 다른 세계를 구축하는 일은, 물리치는 과정에서는 비극적 파토스가 불가피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존재의 기쁨을 지상으로 퍼 올리는 일일 것이다. 예컨대 다음 시처럼 말이다.
숲과 길이 만나
숲길이 되는 경이로움을
누구에게 속삭여주어야 할까?
두려움을 내려놓으라며
당신이 내 어깨를 짚어주었을 때
나는 이제 막 숲길로 접어들던 참이었어
이제 내가 누군가의 어깨를 짚어줄 차례라는 걸
숲속의 새가 일러주고는
작은 깃털 하나 떨구고 갔지
깃털을 들어 뺨에 대보니
따스하구나
숲에서 길을 잃더라도 외롭지 않겠구나
_「숲길」 부분
작가 소개
1997년 『내일을 여는 작가』에 시 추천을 받았다. 시집 『끊어진 현』, 『지는 싸움』, 『살구꽃 그림자』, 『덮지 못한 출석부』와 동시집 『엄마한테 빗자루로 맞은 날』, 청소년 시집 『학교는 입이 크다』, 장편소설 『바다로 간 별들』, 시 해설서 『진달래꽃에 갇힌 김소월 구하기』와 『청소년을 위한 시 쓰기 공부』 등을 펴냈다.
목 차
시인의 말_5
제1부
핥아주는 혀•12
하얀 갈대•14
먹태들•16
갑질 시대•18
달과 껌•20
달의 힘•22
너훈아가 죽었다•24
산다이 한판•26
식탁에 수저를 올리는 일•28
보이지 않는 손•30
사랑이 시작되는 자리•32
패스워드 시대의 사랑•34
올혼섬의 밤•36
후지르 마을 언덕에서•38
등 뒤의 시간•40
2월이 짧은 이유•42
씨방•44
덤•46
제2부
정글 시대 약사略史1•50
정글 시대 약사略史2•52
정글 시대 약사略史3•54
정글 시대 약사略史4•56
정글 시대 약사略史5•58
사릉역의 추억•60
자두맛사탕•62
토끼풀 군락지•66
악어의 질문•68
실선과 점선•70
위하여•72
우는토끼•74
능소화•76
신장개업•80
양파 망에 담긴 양파•82
국가라는 임대주택•84
스피드광을 위하여•86
내 사랑 민주노조•88
제3부
풍경을 접다•92
내일의 예감•94
밀양의 친구들•96
책상다리가 어느 날•98
팽목항에서•100
아빠 팔이 왜 이렇게 얇아?•104
수많은 금요일이 지나갔다•106
안산에서 안산까지, 그리고•108
봄꽃 지던 날•110
가여운 지방방송•112
왕국을 위하여•114
비포 앤 애프터•116
슬픈 현대사•118
가을을 보내며•122
유턴보다는 피턴•124
살구잼 만드는 남자•126
고려엉겅퀴•128
제4부
시의 바깥을 거닐다•132
기도의 힘•134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던 날•136
매발톱•138
부메랑•140
김밥을 위한 연가•142
겨울 우금티•144
블랙리스트•146
외다리 도요•148
군상群像•150
상강霜降무렵•152
숲길•154
언저리문학상•156
어떤 수업•158
문의와 안의 사이•160
신혼부부를 위한 슬픈 발라드•162
해설
혀와 시 | 노지영•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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