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크하지만 섬세하게 삶을 이야기하는 작가 사노 요코,
그녀의 친구와 우정에 관한 진심 어린 고백
《쓸데없어도 친구니까》는 베스트셀러 《백만 번을 산 고양이》,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의 작가 사노 요코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 친구와 우정에 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이다. 이 책은 두 사람의 대화 형식으로 우정, 연애, 부모와 자식, 사회에서의 관계 등 우리가 일상에서 겪게 되는 모든 인간관계에 대해 예리하게 통찰하고 있다.
작가는 베이징에서 살던 유년 시절부터 소학교, 중고등학교를 거쳐 성인이 되고 노년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친구들을 만나며 겪었던 여러 일들과 우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정이라기보다는 살아 있는 장난감으로서 친구가 필요했던 대여섯 살 무렵부터 부모님을 적으로 여기고 친구에게 푹 빠져 살았던 청소년 시절, 그리고 노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에서 만났던 여러 친구들을 통해 담담하면서도 예리하게 우정에 관해 이야기하고 인생을 성찰한다. 그러면서 친구란 쓸모없는 일을 하며 쓸모없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존재이고, 역설적으로 쓸모없기 때문에 오히려 꼭 필요하다며 간결한 문장 속에 깊은 철학을 담고 있다.
우정이 우정을 불러들이는 거야!
《쓸데없어도 친구니까》는 친구와 우정에 관한 신선하면서도 깊이 있는 통찰로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친구는 돈이나 출세 등과 관계없이 ‘쓸모없는’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기에 믿을 수 있고 삶의 의지가 된다는 역설이 마음에 와 닿는다. 유명 작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사노 요코라는 유쾌하고 매력적인 사람을 알 수 있는 책이다. 편안한 대담 형식이라 더욱 재미있고, 친구라는 존재가 절대적인 시기인 청소년들에게 특별히 더욱 권할 만한 책이다.
태어날 때는 누구나 혼자잖아. 당장 주위에는 어머니나 아버지 같은 어른만 있고. 그러니까 산부인과 병원에 똑같은 모습으로 줄줄이 누워 있는 아기 때 아기들 사이에 우정이 있다고는 할 수 없어. 대체로 우정이란 어린 시절에 시작된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본문 <친구가 필요 없는 사람도 있다> 중에서
아버지의 죽음은 내 자신에게 커다란 사건이었고, 그것은 나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개인적인 일이었다. 나는 기대하지 않았던 친구들이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 준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정말 행복했다. 인간은 모두 선량하다는 신뢰감을 갖게 된 것은 열아홉 살의 겨울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평생 변하지 않을 삶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태도가 되었다. “홀부모면 평범한 결혼은 힘들다”며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어른도 있었지만, 나는 그런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도 어렵다”고 말하는 어른도 있었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내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많은 친구가 있었다. 당시의 어른들 말처럼 세상은 내게 가혹하게 대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 이렇게 내가 태평하고, 뻔뻔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친구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본문 <조금씩 인생이 시작되었다> 중에서
생각해 보면 친구란 것은 쓸모없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존재다. 나는 친구와 함께 아무 말 없이 돌계단에 앉아서 바람을 맞으며 몇 시간이나 멍하니 있었다. 실연한 친구에게 그저 이불을 덮어 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날도 있었다. 그날 나는 이불 속에서 울고 있는 친구 옆에서 가쓰오부시를 자르고 있었다.
습관처럼 늦는 친구에게 익숙해져 친구를 마냥 기다리며 찻집에서 책을 읽으며 쓸모없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파리가 끈질기게 내 주변을 붕붕 날아다녀서 나는 짜증이 났다. 파리를 노려보다가 책을 다시 읽다 보면 이미 읽은 부분을 몇 번이나 다시 읽기도 했다.
친구란 것은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지위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혹시 그런 것에 친구를 이용하면 그것은 우정과는 다른 것이다. 결과적으로 친구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결코 그것이 목적은 아니다.
-<후기>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사노 요코
일본의 작가, 에세이스트, 그림책 작가. 중국의 베이징에서 7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유년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불화, 병으로 일찍 죽은 오빠에 관한 추억은 작가의 삶과 창작에 평생에 걸쳐 짙게 영향을 끼쳤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백화점의 홍보부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1966년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1971년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 일본 그림책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100만 번 산 고양이』를 비롯해 『아저씨 우산』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등 수많은 그림책과 창작집, 에세이집을 발표했다. 그림책으로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고단샤 출판문화상, 일본 그림책상, 쇼가쿠간 아동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어렸을 적 병으로 죽은 오빠를 다룬 단편집 『내가 여동생이었을 때』로 제1회 니미 난키치 아동문학상, 만년에 발표한 에세이집 『어쩌면 좋아』로 고바야시 히데오상을 수상했다. 2003년 일본 황실로부터 자수포장을 받았고, 2008년 장년에 걸친 그림책 작가 활동의 공로로 이와야사자나미 문예상을 받았다. 2004년 유방암에 걸렸으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하고도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시즈코 씨』 등 말년까지 에세이집을 왕성하게 발표했다. 2010년 11월 5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만 72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옮긴이 : 이민연
일본 루테르학원대학을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셰일가스 혁명》(공역), 《아들러와 프로이트의 대결》 등이 있다.
목 차
아이는 괴로워
친구가 필요 없는 사람도 있다
삼각관계의 균형을 배웠을 무렵
부모가 아닌 타인을 향할 때
괴롭힘을 당해서 잘됐다고 생각해요
우정을 쌓기 위해 노는 것이 아니야
중학생이 되면 알게 돼
각자의 인생이 시작되다
좋아하는 아이
조금씩 인생이 시작되었다
자연스럽게 우정이 우정을 불러들이는 거야
위선도 배울 필요가 있다
여자 친구들
다툼과 화해
의미 없는 일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우정은 지속되는 것이다
어른이 된 나는 여자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모두가 나를 오해하는 것 같아
타인에게 상처를 준 아픔
인간에 익숙해지다
모든 걸 제멋대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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