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나는 미친 걸까? 아님 아픈 걸까?’
막연한 불안, 공포, 오해에 휘둘리지 않고
우울증과 마주하는 법
평범한 삶을 살아온 중년 남성이 갑작스레 우울증을 진단받고, 자신의 병명을 인정하며, 이를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에세이. 환자로서의 경험을 솔직하게 고백하면서도 기자 특유의 객관적 시선을 유지해, 독자들이 한 걸음 떨어져 우울증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끈다. 우울증 환자가 병원과 가정, 직장, 사회에서 겪게 될 상황들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성실하게 이겨내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그’도 아플 수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중등도(中等度) 우울증을 진단받은 저자는 택시 안에서 약 봉투를 꼭 쥔 채 아내에게 전화를 겁니다. “여보, 나 우울증이래.” 이 장면을 읽을 때마다 주인공 대신 저의 남편을, 아버지를, 직장 동료를, 아는 남자를 대입해봅니다. 상대가 누구든 당혹스럽습니다. 어떤 표정으로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울증을 고백하는 다 큰 남자는 한국 사회에서 매우 생경한 존재니까요.
이 책은 평범한 중년 남성이 겪은 우울증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저자 역시 우울증을 남의 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울증이 찾아왔고, 미치거나 비정상인 사람들이 가는 곳쯤으로 여겼던 정신과 문턱을 어렵사리 넘게 됩니다.
우울증을 인정하고, 약물 치료와 상담을 병행하고, 완치 소견을 받기까지 일 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시간을 고스란히 담은 책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는 누구에게나 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다는 진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동안에도 일상은 계속된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아픔을 마주했을 때, 당사자와 주변인으로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태도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우울증입니다”라는 의사의 말을 실제로 들었을 때, 내가 한 행동은 병원을 나와 회사를 그만둔 것이었다. 체계적 치료는 하지 않았다. 내가 우울증 환자라는 것을 인정하기 두려웠다. 지금도 여전히 우울하지만 병원을 가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이 책은, 그날의 내가 병원을 나서는 대신 정식으로 치료를 했을 때의 이야기다. 내일은 정신과에 가볼 용기가 생겼다.” - 김보통 작가
우울증은 환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처음 정신과에 가는 날, 저자는 그 자체로 비참함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우울증 진단 후 비참함은 불안함으로 바뀌었습니다. 병원 가는 길에 아는 사람을 만날까 도망치듯 병원 건물로 뛰어들었고, 약 봉투에 찍힌 정신과 글자를 누가 볼까 마음 졸이며 약을 삼켜야 했습니다. 그에게 정신과 약은 단순한 약이 아니었습니다. ‘정신과 환자’임을 확인시켜주는 확실한 증거였습니다. 매일 하루 세 번, 구석진 곳에서 황급히 약을 삼키는 이의 마음은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아픈 게 죄는 아니잖아. 뒤에서 약 먹지 마. 당당하게 먹어.” 어느 날, 방 문을 홱 열어젖힌 아내의 한마디가 그를 변화시켰습니다. 그날 이후 회사 서랍 깊은 곳에 넣어둔 약 봉투를 책상 위로 꺼내고, 멀리 떨어진 정수기를 찾아다니는 의미 없는 순례도 그만뒀습니다.
우울증을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변했습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병에 걸렸다고 자책하고 미안해하던 그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말 대신 우울증이 ‘왔다’라고 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중립적인 언어는 우울증을 결과가 아닌 상황으로 바라보게 했고, 더 깊은 우울로 이끄는 죄책감에서 그를 꺼내주었습니다.
“저자는 우울증에 ‘걸리다’, ‘앓다’, ‘생기다’ 대신 ‘오다’라는 동사를 썼다. 내가 부른 게 아니라 우울증이 나에게 왔고, 또 언제든 돌아갈 수도 있다는 믿음이 담겼다.” - 김소영 작가
우리는 ‘여전히’ 우울증을 잘 모릅니다
우리는 우울증을 모릅니다. 정신과를 두려워합니다. 저자에게도 정신과 방문은 놀람의 연속이었습니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에 놀라고, 다른 병원에선 들어본 적 없는 보험 적용 여부 질문(“일반으로 하시나요?”)에 놀라고, 약국이 아닌 병원에서 약을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저자는 지난 일 년 동안 병원에서 받은 약물 치료와 상담 내용, 직접 실천하고 효과를 본 인지행동치료와 호흡 및 명상 기법, 휴직과 복직 이후의 나날, 인간관계에서 느낀 상심과 감동의 순간을 담담하게 기록했습니다. 편집자이기 전에 첫 독자로서, 그의 기록에 기대어 우울증 환자의 하루를 조심스레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우울증과 정신과에 대한 막연한 오해와 공포도 한 꺼풀씩 벗겨낼 수 있었습니다. 우울증을 세상 밖으로 꺼낸 화제작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작가의 추천사로 마무리를 대신합니다.
“나는 언제나 우울증 환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또 본인만의 경험과 자세한 치료 과정, 상담사의 해결책이 담긴 책을 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 저자는 ‘정신병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한 상태에서 우울증을 맞닥뜨리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치료 과정을 아주 민예하고 성실하게 써나간다. 마치 한 권의 소설 같기도 한 이 책은, 정신과에 가기 전 미리 읽어야 할 ‘입문서’로 불러도 좋을 거 같다.” - 백세희 작가
작가 소개
죽기 전 책 두세 권은 쓰고 싶었다. 하지만 우울증으로, 그것도 내가 직접 겪은 우울증으로 첫 책을 쓰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고등학생 때 세상을 바꾸고 싶어 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으나 나 자신 하나 바꾸기도 힘들다는 걸 요즘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영어 일간지 <Korea Times> 기자로 언론계에 비집고 들어온 후 MBN과 JTBC를 거쳐 2019년 현재 MBC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18년 우울증 진단을 받은 후, 너무 애쓰지 않고도 행복해지는 연습을 매일 하면서 살고 있다.
목 차
추천의 말
1부 오늘, 정신과에 갑니다
F 코드의 습격
오늘, 정신과에 갑니다
정신과 약
그녀의 눈물
사모님의 등장
미미 선생
우울증 첩보원
일반으로 하시나요?
성욕 감소 vs 성욕 증가
커밍아웃
2부 우울증이 ‘왔다’
가만히 있으라, 제발
1밀리그램의 기적
그날이 오면
그녀의 3단 고음
두 장수 ‘항우’와 ‘항불’
퇴출 작전
우울증이 ‘왔다’
말 없는 위로
3부 예민한 레이다
예민한 레이다
생각을 생각하다
예민한 레이다 2
생각도 연습이다
복식호흡, 지금 나를 느끼기
생방송 인생
딱 한 모금
너는 몇 점짜리니?
적자생존, 적어야 산다
내 마음의 칭찬 스티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기
마음은 변하는 거야
4부 또라이 총량 불변의 법칙
또라이 총량 불변의 법칙
‘다른’ 사람은 ‘다르다’
다른 ‘사람’은 ‘다르지 않다’
블랙리스트
생존 수영
눈에 뵈는 게 없어
마지막 진료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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