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오광수 시인의 첫 시집. <이제 와서 사랑을 말하는 건 미친 짓이야>에는 ‘꽃‘과 ‘땅’ 으로 상징되는 아름다움과 덧없음, 오램과 깊음이 모두 녹아 있다. 지난 시간의 빛과 어둠, 사랑이 가지는 매혹과 불안 등 우리 삶의 다층적 차원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근원적 힘임을 노래한다. 이 땅에 사는 ‘목숨의 뿌리’가 들려주는 실존적 아름다움을 역동적 에너지가 가득한 언어를 통해 황홀하고도 처연하게 그려낸다.
해설을 쓴 유성호 평론가는 이번 시집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착과 새롭게 다가오는 신생의 기운을 이채롭게 결속한 세계”이며 “삶의 성찰과 역설적 희망의 시간을 구축해가는 오광수의 시는 고통에 대한 자기 위안과 치유의 속성을 강하게 견지하면서, 어둑한 추억과 진정성 있는 고백을 통해, 사랑과 그리움의 언어를 통해, 삶의 성찰적 담론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표제는 역설이다. “이제 와서 사랑을 말하는 게 미친 짓이긴 해도 다시 한번 사랑을 말하고 싶다”는 시인의 간절함을 담고 있다. 시인은 뜨겁고 저릿한 ‘첫사랑’과도 같은 시의 복원을 꿈꾼다. 중앙대 문창과 시절 후배들의 사랑과 질투를 받으며 ‘전설’로 회자되던 시인은 이후 오랜 기간 신문사 문화부에서 일해왔다. 그동안 ‘비동인’ 동인 활동을 하며 꾸준히 시를 발표해왔고, 대중문화 관련 산문집과 시해설집을 낸 바 있지만 첫 시집이 늦어진 이유를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신문사 문화부 풍경은 늘 책과 함께입니다. 누군가는 공짜(?)로 많은 책을 받으니 좋겠다고 얘기합니다. 일주일이면 수백 권의 책들이 쌓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책에 멀미를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책에 대한 경외심이 사라졌다고 할까? 변명하자면 미디어 글쓰기를 하면서 제 시쓰기를 게을리 했습니다.”
“봄에 홀려 늙는 줄도 몰랐”다는 시인은 이번 시집이 ‘왜 사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자 자각의 소산이라고 말한다. “숨죽여 우리들의 남루를 감춰야 하는”(?서울의 우울?) 도시적 삶의 어둠과 슬픔을 배후로 사라져가는 농경의 서정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우리들 삶이/ 갈증과 갈증의 화답”(?마른 풀들에게?)이며 “지나온 삶의 발자국이/ 하늘의 별로 뜰 것”(?황야의 늑대?)임을 역설적으로 예감하기도 한다. ?우리도 꽃처럼?에서는 “단 한번 피었다가 지는 사람꽃”을 응시하며 인간도 꽃처럼 해마다 다른 꽃으로 피고 질 수 없을까? 하고 사유한다.
대중문화 아티스트들, 즉 조영남, 조용필, 한영애, 이소라 가수들을 소재로 쓴 시편들도 이채롭다. 쓸쓸하지만 살 만한 세상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가인의 세계와 언어로 존재 갱신의 활력과 현재를 재구성해가는 시인의 세계가 다르지 않을 듯하다.
“시인은 좋은 시를 쓰기 위해 죽을 때까지 시를 써야 하는, 그러나 결국 좋은 시를 못 쓰는 프로메테우스적인 인종이 아닐까요. 늦었지만 청년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쓰겠습니다. 스무 살 때 좋은 시를 썼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이제는 스무 살의 시와 또 다른 시를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시집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파고드는 테마형 시집을 내고 싶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것을 믿어본다. “설움도 붉음도 겹”인 시인의 사랑과 그리움의 노래가 바람과 만나 포옹하면서 두 번째, 세 번째 시집이 속속 나오리라 기대한다.
작가 소개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동인지 <대중시>로 데뷔했으며 ‘비동인’ 동인시집 <그들은 다만 걸었다> 등에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2018년 12월 월간 ≪시인동네≫에 발굴시인 특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에세이집 『가수 이야기> 와 『낭만광대 전성시대>, 시해설집 『시는 아름답다> 를 펴냈다. 오랫동안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일해왔다.
2019년 현재는 경향신문 경향플러스 콘텐츠팀장으로 일하며 새로운 문화콘텐츠 생산을 모색하고 단행본도 기획한다. 또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한다. 대외적으로는 조용필, 정태춘 등 대중문화분야의 아티스트들과 친분이 있어 50주년, 40주년 행사의 자문역을 하기도 한다.
목 차
제1부 우리도 꽃처럼
맨 처음의 봄/ 봄눈/ 이른 봄 강구에서/ 우리도 꽃처럼/ 이중섭 1 - 가족들에게/ 이중섭 2 - 달과 까마귀/ 겹동백/ 황야의 늑대 - H에게/ 해금강/ 해녀/ 빗살무늬 토기/ 이 땅에 살면서 1 - 목숨의 뿌리/ 이 땅에 살면서 2 - 사랑 몇 소절/ 그 여름의 내 감꽃/ 파로호의 봄/ 시인
제2부 엉거주춤
섬목에 와서/ 엉거주춤/ 사람 풍경 1 - 갠 날 저녁/ 사람 풍경 2 - 초록 나귀/ 사람 풍경 3 - 해변 마을의 밤/ 탈을 위하여/ 호박/ 봉숭아물/ 봄 탓/ 할머니/ 까치밥/ 화전민의 꿈/ 서울의 우울/ 마른 풀들에게/ 눈의 무게/ 다산의 말
제3부 봄날의 애인들
봄날의 애인들/ 꿈/ 보리밟기/ 묻혀져가는 것들을 위하여 - 대청댐 수몰 지구/ 멸치/ 해탈/ 남한강에서/ 갈매기/ 가을의 야윈 어깨 너머/ 박용래/ 눈 쌓인 놀이터/ 봄에 홀려 늙는 줄도 몰랐네/ 시시한 시
제4부 가을은 늙지 않는다
것들/ 담쟁이넝쿨의 꿈/ 아름답군/ 고요하고 투명한/ 가을은 늙지 않는다/ 가을의 눈썹/ 가을밤, 외로운 밤/ 어쩌라고, 이 가을/ 갠지스 강가에서/ 황산벌에서/ 저승의 강/ 카멜레온에게/ 구두수선공 삼식이/ 돌아가는 저녁길/ 둥근 마음 모아 당신을 부를 때/ 나는 꽃, 너는 별/ 아픈 별 하나가/ 비닐우산/ 한 사내 - 가수 조영남/ 킬리만자로 - 가수 조용필/ 세상에 건널 수 없는 강은 없다 - 가수 한영애/ 구월의 장미 - 가수 이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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