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인턴에서 대리까지 풍자와 해학으로 견뎌온 어느 신입사원의 회사 욕설기
누구도 이렇게 유쾌하게 정신승리할 수 없다!
입사 21일 차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1장 신입기, 2장 파악기, 3장 권태기, 4장 관성기로 구성돼 있다. “팀장님 말씀하실 때 식물 광합성 하는 소리도 못 나게” 하던 신입이, 상사들 “뒤통수에 대고 소박하게 침 정도 뱉”는 직장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일기마다 촌철살인 개그로 웃음을 주는 것이 특징이지만, 풍자와 해학의 본질이 그렇듯 신입사원을 포함한 월급 노동자 모두의 애환을 돌아보게 한다.
신입사원의 흔한 고민 (1), 업무 실력
- “신입은 정수기에게도 조롱당한다”
팀장의 고민과 마찬가지로 신입사원의 제1의 고민도 ‘일’이다. 뛰어난 업무 실력을 발휘해 상사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업무 영역이란 실로 방대해서 좋은 실적을 내는 것은 기본, 상사들과 유쾌하고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 모든 걸 잘해내기가 쉽지 않다. 홍보대행사 신입 ‘빵떡씨’ 역시 고전의 연속에 있다. 무엇보다 홍보대행사 직원에겐 필수 능력인 ‘말주변’이 없어 고민이 깊다.
>> 나도 회의에서 씩씩하게 의견도 내고, 식당에서 주문도 착착 하고, 빵 터지는 리액션도 하고 싶다. 다른 팀 신입들은 잘하던데 우리 팀장님은 나를 막내로 들여 얼마나 속이 터질까…. 하지만 뭐… 다 자기 팔자 아닐까?_18-19쪽, 「회의는 캥거루 싸움 구경」
하다하다 사무실 비품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괴하기도 한다.
>> 얼음 정수기는 나보다 사무실에 오래 있었고 심지어 나보다 일도 잘한다. 정수기 님이 얼음 만드시느라 가끔 까드득까드득하는 소리를 내시는데 ‘내가 너보다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 신입 나부랭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 종종 시무룩해지곤 한다.”_83-84쪽, 「사무실이 살아 있다」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홍보비용을 잘못 운용하는 실수를 저질렀을 때엔 거의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
>> 생각할수록 ‘망픨’이 또렷이 느껴졌다.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다’. 나는 오히려 겸허한 마음이 되었다. 싯다르타는 죽기 전에 ‘고개 돌리지 말고 너의 무상함을 똑바로 보아라’라고 말했다. 그 가르침에 따라 나는 내가 싼 똥을 똑바로 보기로 마음먹었다.
“팀장님, 제가 좆돼… 아니… 작은 실수를 했습니다….” _ 219-220쪽, 「실수」
이랬던 신입사원에게도 시간이 흘러 정직하고 의욕 넘치던 ‘어제의 나’를 비웃는다. 점차 업무라는 것이 대체로 ‘남이 싼 똥 무더기’ 치우는 일라는 사실을 꿰뚫게 되고, 상사들과 친분을 쌓아가며 모순된 직장의 생리를 인지하기 시작한 것.
>> 사실 내가 얼마나 애썼는지는 결과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게 아닐까. 러시아워나 누군가의 귀찮음 같은 것에 더 크게 좌우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많아지는 입사 7개월 차 사원이었다.._95쪽, 「홍철 없는 홍철팀」
신입사원의 흔한 고민 (2), 상사들
- “나는 우리 팀장님을 참 좋아한다. 하지만…”
이 일기의 가장 큰 매력은 ‘지나가던 남의 회사 팀장’도 멈춰서 읽게 할 만한 관찰력이다. 신입사원 빵떡씨는 팀장이 숙취에 시달리고 있을 때 숙취 해소 음료를 사다 바치기도 하고, 클라이언트에게 호되게 시달리는 대리를 진심으로 측은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원과 직급자 들의 관계가 그렇게 아름답기만 할까.
>> 나는 우리 팀장님을 참 좋아한다. 몇 번 욕을 하긴 했지만 팀장님의 모든 면이 다 좋을 수는 없는 거고 또 왠지 팀장이라는 직급은 ‘숨을 왜 저렇게 쉬냐’는 이유만으로도 욕을 하고 싶기 때문이지 진실로 싫어하는 건 아니다. 욕을 하자는 게 아닌데 자꾸 욕으로 흘러가는 건 다시 한번 말하지만 팀장이란 직급 때문이다. _ 101쪽, 「팀장님의 특이점」
업무상 실수를 저지른 뒤에도 “이게 다 팀장님이 날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그렇다. 내가 실수를 했을 때 팀장님이 빡세게 혼냈다면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텐데!”라고 능청을 부릴 정도. 그럴 법도 하다. 신입에게도 야근을 시키는 상사들의 자세는 어떤가.
>> 대리님은 후배를 사무실에 홀로 두고 갈 수 없다며 옆에서 ‘피파’를 하기 시작했다. (…) 부처를 넘어선 그 어떤 초월적인 힘으로 밤 12시 전에 포토샵을 끝내고, 역으로 대리님이 피파 다할 때까지 기다렸다. 집에 가면서 피파가 개새낀지 대리님이 개새낀지 곰곰이 생각했다._ 70-71쪽, 「대리님과 야근어택」
사실 빵떡씨의 직장 에피소드가 전무후무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자신의 일과 삶을 이만큼 솔직하게 드러내 보이기란 어렵고, 그러면서도 감상에 젖지 않은 채 시종일관 웃음을 주기도 어렵다. 그것은 아마도 일기를 써온 작가의 마음가짐 덕분일 것이다.
저는 ‘일기’를 쓰면서 회사가 제게 끼치는 영향력을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혼난 일은 희화화하고, 실수는 에피소드로 썼습니다. 몸살로 끙끙거릴 때도 ‘이거 일기에 쓰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울다가 웃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일은 좋은 일대로 좋고, 나쁜 일은 글로 쓸 수 있으니 좋다는 ‘정신승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계속 글을 쓰면서 이 성에 안 차는 회사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려고 합니다._ 7-8쪽, 「시작하는 말」
퇴근 후 지친 몸을 끌고 음악, 운동, 글쓰기 등 밥벌이와 무관한 일을 하는 직장인 모두 노동자로서의 삶과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또 다른 빵떡씨들 아닐까. 극비로 쓰였다지만 결국은 출간돼버린 이 회사 욕설기가 많은 직장인에게 큰 즐거움과 위안을 줄 것이다.
추천의 글
자신의 일과 삶을 솔직하게 얘기한다. 그러면서도 건조하거나 감상에 젖지 않고 시종일관 유쾌하다. 그 건강한 관찰력이 좋다! (33세, 매거진 에디터)
이 책에는 책갈피가 필요 없다. 읽는 걸 중간에 멈출 수 없을 테니까. 굳이 책갈피가 있어야 한다면, 사표를 접어서 쓰면 좋을 것이다. (29세, 인턴기자)
연재 초기부터 열렬한 팬으로서 항상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업무 시간에 뜨는 푸시 알림이 제 활력소였죠. 빵떡씨 너무 고마워요. 이런 글을 써줘서, 그리고 제 팀원이 아니라서. (39세, 팀장)
호오옥시나 빵떡씨 일기를 보고 웃는 '팀장, 과장, 차장, 부장, 사장 기타 등등님“들이 계시다면요… 감사하긴 합니다만. 웃지 마세요, 여러분 얘기야. (27세, 사원)
작가 소개
1994년 출생. 고등학교 졸업식 노래에서 '새 나라의 새일꾼이 되겠습니다‘를 엄청 열심히 불렀는데 신께서 소원을 선택적으로 들어주셔서 후자만 당첨된 케이스.
헌 나라의 일꾼이라도 글은 쓰고 싶어서 "대작가가 되겠다"고 주변 사람들을 교란시킨 뒤 진짜로 퇴근 후에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홍보대행사에서 맹활약하며 글 쓸 자금을 벌어들이는 중.
목 차
시작하는 글
1장 신입기: 부디 신참을 긍휼히 여기소서
회의는 캥거루 싸움 구경│회식은 시트콤│흥하는 것에 대한 고찰│야플리 (야근 플레이 리스트)│오전 11시는 두려워│애환│나를 안절부절못하게 만드는 시민들│마당놀이│치킨회의│사무실이 살아 있다
2. 파악기 : 초심 같은 건 전 학년 교과서처럼 불필요한 게 아닐까
대리님과 야근어택│피파가 싫어요│다른 종족│후들후들 수료식│홍철 없는 홍철팀│휴대용 탈부착 자아│팀장님의 특이점│자랑│나의 유일한을│당신이 인성은 안녕하신가요│나의 기자님
3. 권태기 : 쫄린다면 신입사원, 졸리다면 그냥 사원
5-4=?│인턴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양이 왕│사무실의 망령│셰어하우스 괴담│페북지기로 산다는 것│몸살│신입의 기준│제안
4장 관성기 : 이렇게 또 한 명의 천재가 빛을 잃어간다
귀찮아│전세 수난기│실수│희대의 카피라이터│라이츄가 되는 이유│강제 밀덕│노동자의 제주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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