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나는 이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살아냈다.”
수많은 작가들과 편집자를 울린 최고의 에세이
〈이코노미스트〉 〈시카고 트리뷴〉 〈커커스〉 〈인디펜던트〉 올해의 책
타임지 선정 올해 10대 책 · 전미 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
《나의 삶이라는 책》은 인간성의 극치를 담은 책이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웃고, 울고, 생각하다가 자아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헤몬의 책을 아직 읽어본 적 없는 이라면, 더 깊은 세상을 경험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_조너선 사프란 포어(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와 록산 게이, 칼럼 매캔 등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들이 격찬하고 유수의 편집자들이 감동받은 보스니아 출신의 미국 작가 알렉산다르 헤몬의 첫 에세이 《나의 삶이라는 책(The Book of My Lives)》이 은행나무에서 출간되었다.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문화 잡지 편집자로 일하던 헤몬은 27세가 되던 해 우연히 방문하게 된 미국 시카고에 발이 묶인다. 고국에 내전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 갑작스럽게 난민 생활을 시작한 그는 그린피스 운동원, 서점 판매원, 강사 등 생계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하면서 영어를 익힌다. 한동안 모국어로도, 제2외국어인 영어로도 글을 쓸 수 없던 그는 자신을 완전히 잃어가는 것 같아 괴로워한다. 하지만 얼마 후 뉴요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명 잡지에 산문을 발표하면서 평단의 호응을 얻고 서서히 시카고에서의 새로운 삶에 적응해나간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라예보에서 자랐고, 난민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으며,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작가는 자신의 삶 속에서 만난 숱한 ‘다름’의 문제들을 세심하게 꼬집는다. 더 나아가 한 사회 안에 깊고 단단히 뿌리 내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까지 되어버린 이 ‘차이’와 ‘구분 짓기’가 얼마나 의미 없고 부끄러운 것인지 깨닫게 한다. 그는 이 회고록을 통해 타인의 비극이 전염될까 두려워 스스로 쌓아 올린 ‘차이’라는 담장을 허물 수 있는 힘, 바로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감수성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에세이는 출간과 동시에 위에 언급한 유명의 작가들에게 추천사를 받으며 입소문을 탔다. 그들은, 그를 미국 작가로 분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임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아 추천한다.
한 남자의 놀라운 연대기. 포괄적이면서도 친밀하고, 정치적이면서도 개인적이다. 마지막 단편의 가장 최후의 단어까지 집념의 힘으로 능수능란하게 완성시킨 거장의 단편 모음집. 이 책의 지성과 열정은 쉬이 잊히지 않을 것이다._록산 게이(소설가, 에세이스트)
헤몬의 글은 유머와 아이러니, 연민과 인간성으로 피어오른다. 역사상 가장 어두운 갈등 속에서 사라져간 가장 필요한, 친밀하고 감동적인 세상의 자화상이다.
_테이아 오브레트(소설가)
갑작스러운 내전의 발발, 잃어버린 일상과 사라예보의 기억
그 속에서 피어난 삶에 관한 연민과 사랑
알렉산다르 헤몬의 인생 이야기는 사라예보에서 출발한다.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인 만큼 어린 헤몬은 ‘다름’에 대한 고찰을 보다 빨리 시작한다. 첫 번째 글 〈타인들의 삶〉에는 어린 시절 매일 함께 먹고 자고 놀던 친구를 ‘터키인’이라는 단어 하나로 울리는 장면이 나온다. 헤몬은 농담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누구도 웃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 단어를 경멸적 의미로 사용하고 있었다. 너와 나를 구분하고 타자화하는 이 ‘차이’의 얄팍함이 결국 수십만 명을 살상하고 수백만 명을 난민으로 내모는 전쟁을 만들었다.
사라예보에 깊게 드리운 내전의 그림자는 시카고에 머물던 헤몬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가만히 앉아 고통받는 가족들을 지켜봐야 했으며, 연구소에 갇혀 위성 지도로 무너져 내린 건물들을 찾아내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도시에서 홀로 다음 삶을 준비해야 했다. 이 알 수 없는 전쟁에서 그는 마음의 평안을 주던 ‘마의 산’을 잃었고, 포격을 미리 예견하고 가족들의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한 강아지 ‘돈’을 잃었으며, 어릴 때부터 뛰어놀던 골목과 여자 친구를 기다리던 이름 모를 건물을 잃었다. 이뿐 만이겠는가?
그는 삶의 절반을 잃었다. 임박해온 전쟁을 감지하고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작가의 심리를 묘사한 문장들에는 전쟁의 무의미함, 실향한 난민들의 고단한 삶, 그럼에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뜻함이 녹아있다. 각박하고 긴급한 순간에도 사람을 연민하고 삶을 사랑하는 그들의 태도는 불안하고 힘든 삶에도 우리 곁에는 늘 따뜻한 이웃이 있음을, 그래서 그들의 고통에 다시 한번 귀 기울여야 함을 확인시켜준다.
그러나 어떤 차이라도 이를 지적하는 순간 (…) 직접 선택하지도 않은 어떤 정체성들로 짜인 네트워크에 빠져버린다. 누군가를 타자화하는 순간, 타자가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_21p
아름답지만 차가운 도시 시카고,
이방인의 언어로 생명을 불어넣다
후반부에는 타국에 정착한 난민들의 삶, 일상에서 누구나 겪는, 혹은 겪을 수 없는 경험을 다룬다. 노천카페에 앉아 서너 시간만 보내면 동네 소식을 다 접하는 작은 도시에 살던 헤몬은 서로 안전거리를 두고 일부러 떨어져 살게 만든 시카고를 힘들어 한다. 어떻게든 새로운 도시와 친해지기 위해 만보객의 삶을 자처하며 직접 발로 여기저기를 누빈다. 그가 보고 느낀 시카고의 여름과 겨울, 호숫가의 사람들, 길에 울려 퍼지는 노래들에 관한 단상은 잡지 지면에 실렸고 〈시카고를 떠나기 싫은 이유〉에 소개되어 있다.
시카고의 삶에 적응하기 위해 그가 열심히 한 활동은 이민자 축구 모임이다. 모든 스케줄과 빨래를 관리하는, 왜 이토록 희생하는지 알 수 없는 독일인과 올림픽에 계주 선수로 출전했던 나이지리아인, 프레스코화를 복구하다 부자가 된 이탈리아인 등 여러 사연을 가진 이민자들은 그의 선택하지 않은 삶에 새로운 버팀목이 된다. 그는 이들과의 패스에 성공했을 때 느껴지는 발끝의 얼얼함으로 외로움을 견딘다. 그 순간만큼은 누군가와 진정으로 연결된 듯한, 그 무엇보다 강렬한 따뜻함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
그 너머의 날들을 위한 기록
난민이자 이방인으로서의 결핍을 제외하고도 그의 인생에는 다양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 번의 이혼과 재혼을 경험했고, 가장 사랑하는 어린 딸을 희귀병으로 잃는다. 태어난지 9개월 밖에 안 된 아이에게 어느 날 갑자기 암 선고가 내려지고 헤몬 부부의 평화로운 일상은 산산조각 난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병원생활을 하며 아무도 공감해주지 못하는 자신의 일상에 대해 써내려간다. ‘희망을 빌어주는 사람들’과 말하는 게 힘들었고 감히 아름다운 내일을 상상하지도 못했으며, 그저 지금 내뱉는 딸의 한숨 한숨이 계속 이어지기만을 간절히 바랐다고 털어 놓는다. 자신의 품에 안겨 곤히 잠들던 사랑스러운 딸을 어쩔 수 없이 먼저 보내야했던 한 아빠의 가슴 저미는 고통을 표현한 〈수족관〉은 수많은 평단의 찬사를 받았으며 눈물 없이 읽어내기 어렵다.
내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바로 내 품에 안긴 내 딸이 내뱉는 한숨 한숨의 강렬한 현실성이었고, 내가 부르는 자장가 세 곡에 곤히 잠드는 내 딸의 잠이라는 구체성이었다. 나는 바라지도, 감히 상상하지도 않았다. 이사벨의 미소와 웃음 그 이외의 것은. 아이가 살아있는,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삶 그 너머의 것은._236p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수족관에 갇힌 물고기가 아무리 소리쳐도 밖에서는 평온해 보이는 것처럼 어디선가 누군가는 우리가 모르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수족관 안팎을 오가던 누군가의 막연한 삶을 상상하며 공감해주는 것, 그리고 타인의 언어로 된 수족관의 벽을 허물며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살아가는 또 하나의 존재가 되어주는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알렉산다르 헤몬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뒤 문화 잡지 편집자로 일했다. 그러다 27세에 우연히 방문하게 된 미국 시카고에서 그의 운명은 뒤바뀐다. 본국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발발한 내전으로 사라예보가 포위되는 바람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본의 아니게 시카고에 체류하게 된 그는 1992년부터 그린피스 운동원, 서점 판매원, ESL 강사 등 생계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하면서 영어를 익힌다. 1995년에 영어로 쓴 자신의 글을 처음 발표한 이후로 뉴요커, 에스콰이어, 뉴욕타임스, 슬레이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수의 잡지에 수많은 산문을 발표했고, 현재도 일부 잡지의 정기 기고자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 영어로 쓴 첫 단편집 《브루노의 질문(Question of Bruno)》을 발표해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데뷔한 이후로 소설 《어디에도 없는 사람(Nowhere man)》 《라자루스 프로젝트(The Lazarus Project)》 《좀비 전쟁 각본(The Making of Zombie Wars)》뿐만 아니라 단편집 《사랑과 장애물들(Love and Obstacles)》과 회고록 《나의 삶이라는 책(The Book of My Lives)》을 발표해 찬사를 받았다. 구겐하임 펠로십과 맥아더 재단의 펠로십을 수상했으며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 〈센스 8〉의 각본가로도 참여했다. 시카고 노스웨스턴대학교와 뉴욕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쳤다. 2019년 현재는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뉴저지주 프린스턴에서 아내 테리와 두 딸 엘라, 에스터와 함께 살고 있다.
옮긴이 : 이동교
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전공 번역학과를 졸업했다. 2019년 현재는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목 차
타인들의 삶 ― 11
소리와 영상 ― 36
가족 만찬 ― 44
카우더스 사건 ― 54
전시의 삶 ― 78
마의 산 ― 85
있을 수 없는 일을 있게 하라 ― 92
강아지들의 삶 ― 100
나의 삶이라는 책 ― 117
만보객의 삶 ― 123
시카고를 떠나기 싫은 이유: 무작위로 뽑은 미완성 리스트 ― 152
신이 존재한다면 굳센 미드필더리라 ― 158
그랜드마스터들의 삶 ― 173
개집에서의 삶 ― 197
수족관 ― 212
옮긴이의 말 ―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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