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인이라는 존재는 직업일까 상황일까. 많은 시인들이 관공서나 공적인 일의 신상명세서를 기재할 때 망설이는 부분이다. 나의 경우는 학교기관이라는 별도의 생계수단을 갖고 창작활동을 해오며 겸업 시인이었다가 지금은 전업 시인이라는 환경이 되었다. 나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의과대학 연구소의 전자현미경을 통한 미세구조 연구를 통해 삶을 해결했으며, 망원경으로 밤하늘의 별을 보며 거울과 렌즈(유리알)에 각별한 인연을 가졌다.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와 정채봉의 '망원경과 현미경'은 나의 삶과 밀접하다. 상상력에 의존하거나 이론적으로만 인지한 게 아니라 직접 현장의 광학기기 활용으로 생생하게 일해 온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미시적, 거시적 세계에 육안과 마음으로 바라보는 인문학적 철학적 사유는 시 쓰기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대시는 1908년 최남선의 시를 시작으로 110년이 흐르는 동안 변화가 거듭되었다.
시는 노래가 되어 독자들과 친숙하게 눈물이 되고 감동이 되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의 현대시는 어렵다. 첨단정보통신 시대가 열리면서 난해한 시와 소통이 어려운 시는 읽지 않는다. 지하철이나 공원벤치나 찻집에서 책 읽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모두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 조영래 디카시집 『구름의 연비』는 시집을 좋아하던 독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명쾌한 그의 디카시는 복잡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절묘한 이미지와 함께 깨달음이 있고 가슴 찡한 감동이 있다.
작가 소개
조영래
1958년에 태어나 1985년에 사진가로 데뷔했으며 2013년에 계간 『시현실』 시 부문으로 등단했다. 부경대학교 대학원 이미지시스템학과를 졸업했으며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사진을 통하여 개인전 「cityscape in mind, 2004」와 미술관, 갤러리에서 84회의 단체전을 가졌다.
「조영래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를 해설과 함께 신문에 연재했으며, 『계간 디카시』기획위원이다.
목 차
시인의 말
제1부
바람의 행로
번개
푸른 달무리
봉인된 시간
계절의 속도
사선의 속도
허공을 견디다
접점(接點)
간이역
터미널 비둘기
폭설 2
비꽃
걸어둔 시간
꽃 피는 계단
목련 훌라후프
바람의 집
성선설
로드 킬(road kill)
제2부
폭설
구름길
붉고 푸른 밤
빈자리
회귀
월견초
애모(愛慕)
징후
사랑학개론
저녁 강변
어떤 상속
인연
철이의 바다
구름 공장
수평선
동행
이사 가는 날
제비
제3부
우화(羽化)
환생
환시
성장통
환골탈태
사량도 혹은 사랑도
등대
구름 농법
귀농 안부
수확
복사꽃 언덕
산중일기
섬을 위한 기도
이몽(異夢)
바람의 내부
가시밭길
빛을 찾아서
별이 빛나는 밤
제4부
빨간 애플의 고백
겨울 바다
얼음꽃
개나리의 고백
파문
묵언
풍향계
도시의 섬
기억의 무게
해녀
체액의 연비
둥지의 봄
사라진 종달새
발광
민달팽이
청도 반시
갈색 추억
절정
시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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