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당신은 누구로 사나요?
저는 초보 육아자로 삽니다.
세상사가 매뉴얼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삶이란 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 같으니 말이다. 저자 신량에게 육아는 절대 매뉴얼대로 할 수 없는 영역이자 일상이다.
아이를 품은 열 달 동안 각종 육아서를 섭렵하며 계획한 육아 방식과 가늠한 모성, 그리고 때마다 벌어질 돌발 상황의 대처 방법 따위는 그저 책 속에서 제시하는 이상뿐이었다.
2.9킬로그램의 작은 몸으로 저자에게 온 아이는 지난 30년간 쌓아온 저자의 것들을 변하게 만들었고 또 다른 삶이 됐다.
아이가 신생아 때는 신생아 나름대로 성장하면서 그때그때 어느 책에서도 그 해답을 찾을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할 때가 있었고, 누구도 엄마이자 육아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준 이가 없었고, 예습조차 할 수 없었기에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 육아의 모습을 초보자다운 진정성으로 담담하게 그리고 진솔하게 글을 썼다. 세 개의 부로 구성했으며 각 부에는 스물 꼭지가 담겼다.
초보 육아자가 쓴 글에는 엄마이자 육아자로서 자신의 이야기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지난 5년 육아자의 눈으로 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한 사람을 키우는 일’의 땀과 눈물, 그리고 감동과 웃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담겼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육아하기 좋은 세상’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고 조심스레 청한다.
내가 뭐라고
처음 책을 쓴 신량 저자가 『그 분홍 노을』의 저작 동기와 후기를 진솔하게 밝혔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고립됐을 때 주로 마음을 끄적였다. 더 많이, 더 자주 그랬다. 내가 쓴 책 세 권을 베고 자는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거기에 가닿는 방법은 언제나 요원하기만 했다. 그러다가도 삶에서 가장 외로운 시간에 닿을 때면 간절히 무슨 이야기든 쓰고 싶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아이를 키우는 동안 가장 큰 기척으로 마음을 두드렸다.
처음 육아에 관한 글을 쓰기로 했을 때 흔쾌히 잘해보겠노라 호언장담했지만, 막상 백지 앞에 앉으니 종잇장처럼 머릿속도 하얗게 막막하기만 했다. 마음을 일렁이며 다니는 어지러운 감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육아에 관한 글을 쓰는 내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어떤 날은 쓰던 페이지를 닫아두고 괜히 눈물이 불거지기도 했다. 쓸수록 아이와 나 사이 한계와 자꾸만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글을 쓰며 불완전한 내 육아를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는 날은 아이에게 마냥 미안하게 느껴졌다. 그럴 때 고개 들어 어딘가 보면 그 속내야 다 알 수 없겠지만, 쓱쓱 노련히도 그림 같은 육아를 해내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때마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내 육아의 이야기를 하나 싶었다. ‘내가 뭐라고’ 감히 육아에 대해 이야기하나 하는 자괴감과 알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계속해 쓸 수 있었던 힘은 나보다 아이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여전히 나처럼 불완전한 육아를 계속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 열두 번도 욱 하는 순간이 있다. 그럼에도 사랑하고 사랑만 한다면 어딘가 모자란 녀석에게서 쿡 하고 웃어버릴 구석이 발견된다. 가만히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욱 하던 마음이 픽 하고 녹아버리는 순간을 여러 번 경험했다. 그러다 보면 그 가운데 이 녀석에게서 내가 놓치고 있지 않은 소망이란 싹이 보인다. 거창한 기대 같은 것들이 아니라 이 소중하고 귀한 존재가 끝까지 아름다운 사람이면 좋겠다는 소망 말이다.
액자 같은 시대에 사는 오늘날 그 액자를 걷고 나면 우리는 어딘가 불완전하고 실수투성이에 때로는 너무나 인간적 민낯을 지닌 부족한 육아자의 모습을 지닌다.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은 내면에는 아이와 똑같이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책을 통해 툭 부려놓고 싶었던 건 액자 같은 일상이 아니라 민낯이 드러난 초보 육아자의 모습과 아이와 함께 자라는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와 같은 마음으로 여러 번 휑한 벽을 마주하고 앉았을 육아 동지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는 고된 육아 가운데도 이 작은 존재를 통해 가슴 뻐근하게 웃었다. 그러다 다시 실망하고 자책하는 가운데 울었으며 그러다가도 가만히 손 내밀어주는 아이를 비롯한 내 사람들이 있어 아이와 나 모두 오늘도 잘 자라고 있다. 그리고 그게 꼭 그림 같은 육아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잘 사랑하고 있다. 책이 전하는 작은 목소리는 그거 하나면 되겠다 싶은 마음이다.
어느새 훌쩍 큰 아이를 보며 벌써 까마득해진 지난 시간들을 세어본다. 새삼스럽게도. 그러고는 세상에 어른들 말 틀린 게 하나 없다고 예쁜 건 다 지나봐야 안다는 말을 곱씹어본다. 고작 6년이 지났을 뿐인데도 다 주워 담아 돌리고 싶을 정도로 소중했던 시간들, 이 시간들 겹겹을 보니 어느새 어린이의 얼굴을 한 아이가 거저 큰 것이 아니다. 내 삶에 있어 가장 큰 선물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할 것도 없이 바로 이 아이다. 책의 힘을 빌려 아이가 오늘의 모습을 하기까지 이 녀석에게 닿았던 모든 마음과 손길에 순수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
작가 소개
대학 졸업 후 잠시 사법 시험을 공부했습니다. 제 길이 아닌 걸 다행히도 빨리 알아채 좋아하는 책을 만들고자 편집자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짧은 편집자 생활을 잠시 멈추고 결혼하며 출산했습니다. 멀어져 가는 편집의 세계가 두려워 일거리를 받아 틈틈이 집에서 편집하는 일을 합니다. 육아는 일상입니다.
목 차
프롤로그 - 난 네게 어떤 사람이 될까
1부 - 여자와 엄마 그리고 육아자
괜찮아질 거예요
기질에 대해
나라는 우물
나를 기억해
나를 친구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이 네 마음이 아니지
내 이름은 엄마입니다
넌 엄마의 꿈속에 살았단다
더 많이 업어줄게
떡볶이가 먹고 싶어
바뀐 건 미처 모른 행복입니다
습관은 무서워
아줌마가 되나 봐
엄마는 나와 동갑이래요
엄마도 친구가 필요해
자유 부인이 뭐라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세요
전업맘과 워킹맘 사이에서
프랑스 엄마처럼 될 줄 알았지
한계를 인정할 때
2부 - 작고 반짝이는 내 아이
거짓말도 보여요
계절처럼 아이도
극장 데이트
나만 바라봐
내 꿈은 모녀 라이더
네가 백 살이 돼도
네가 음악처럼 자라면 좋겠어
두 배낭
마음껏 어리광을 부리렴
맨발의 청춘
아픈 손가락
엄마와 숲요일
우리 노르웨이에 가자
이토록 소중하고 애틋한 순간
잠 좀 잡시다
종이 인형
첫 만남
첫눈이 내렸다
한 사람만을 위한 식당
한밤의 체온계
3부 - 너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
가훈에 관해
감시자가 아닌 협력자
그저 네 세계가 넓어지기를 바랄 뿐
날씨형 인간이 돼도 괜찮아
누구도 아프지 않기를
도서관 가는 길
딸아이에게
봄하늘
색칠 방법
세월호 무렵
아들과 딸
안부를 전하는 마음
언젠가 네게 그 말을 하게 될까
오늘 난 맘충이가 됐다
이웃사촌
착한 거 별로야
칭찬 스티커란
하나의 시대
한글 떼기
훈수에 관해
에필로그 -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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