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원초적 통일성을 통해 가닿는 시인의 존재론
최근 우리 시조시단이 거둔 귀중한 결실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이번 시조집은, 원초적 통일성을 추구하는 서정 양식의 모형을 우리에게 살갑게 보여주면서 안정된 시형 속에서 시인 자신의 생 체험과 진솔한 정서를 정성스레 담아간다.
박옥위의 섬세한 언어는 사물들의 외관과 생태를 그려내는 서경적 필치에서 먼저 제 역량을 드러낸다. 그는 깊은 자연의 심층으로 들어가 사물들의 훼손되지 않은 원형 속에서 가장 신성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아름답게 그린다. 물론 그의 작법이 단순한 풍경 필사에 머무르는 것은 결코 아니다. 거기에 시인은 세계의 부재에 대한 한없는 존재론적 그리움을 얹어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풍경 속에 가장 깊은 원초적 지향을 담아내는 언어 형식으로 그는 시조를 택하고 또 쓴다.
박옥위 시조의 핵심은 일상적 순간과 자신의 삶을 기억과 자의식의 힘으로 통합하여 성찰하는 속성에 있다. 커다란 정치 이념이나 질서에 귀속되지 않는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경험들을 삶의 보편적 이법으로 확산하여 형상화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박옥위의 고유한 시적 브랜드라고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그가 화려한 비평적 조망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제 낱낱 사물들이 품은 시적 비의(秘義)를 발견하고 형상화하는 그의 시적 역량에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보낼 수 있다. 특별히 어느 시편을 인용해도 좋을 균질성과 낱낱의 심미적 완결성은 그의 시조를 읽는 독자들을 한결 안도하게 해준다.
작가 소개
1941년 부산 출생. 1965년 《새교실》 시 3회 추천(박남수 황금찬) 및 1967년 울산문인협회 창립회원으로 시를 쓰며 문단 활동 시작, 1983년 《현대시조》 《시조문학》 천료. 『들꽃 그 하얀 뿌리』 『석류』 『금강초롱을 만나』 『유리고기의 죽음』 『플룻을 듣다』 『숲의 침묵』 우리시대 현대시조 100인선 『겨울풀』 『지상의 따스한 순간』 『그리운 우물』 『조각보 평전』 『낙엽단상』을 상재하고 여러 문예지와 신문 등에 시조 단평을 실었다. 1990년부터 2006년까지 ‘석필’ 회원으로 창작 수필을 발표했으며, 부산 《목요학술지》에 매달 수필 연재를 하여 4년간 연속 발표했다. 1987-1993년 어린이 시조교실을 운영하여 〈참?새?알 시조신문〉을 제작했다.
성파시조문학상, 이영도시조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동서문화상, 부산문학상 본상, 부산여성문학상 본상, 가톨릭문학상, 해양문학상(동시조), (사)세계시조사랑회 공로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예술아르코창작지원금 수혜, 초등 교직 38년 봉직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훈했다. 부산여류시조 창립회장, 기장문인협회 회장, 부산여성문인협회 회장과 부산문인협회 부의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원로, 한국시조시인협회 자문,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부의장 및 자문, 가톨릭문인협회 자문, 기장문인협회 자문, 부산시조 원로, 연대 단시조 회장, 시낭송음악회 ‘문화공간 숲’ 대표로 있다.
목 차
시인의 말
1부
여 / 모오리돌 / 물웅덩이 / 시집 한 권 / 볼펜에 대한 서 / 가을 한 상자 / 가을비, 책을 읽다 / 하현달 지우개 / 백 년 만의 가뭄 / 꽃그늘 / 달 부칭개 익는 저녁 / 오수 / 훈맹정음 / 한글, 그 얼로 서다 / 세필로 쓴 엽서, 그리고 답서 / 보길도 환청 / 봄 편지 / 율려
2부
모란 / 모란 보러 가는 길 / 모란은 울지 않고 / 꽃만 설운 날 / 호야 카르노사 / 벚꽃 진 자리 / 언덕 위 꽃집 / 아찔! / 봄잠 / 만연사 연등 / 초록 편지 / 사랑의 묘약 / 살구꽃 초혼 / 금낭화 꽃귀고리 / 하아! / 철조망과 나비 / 여름 감나무 그늘
3부
섬진강이 울었다 / 단추를 누르다 / 흙피리 소리를 듣는 가을 저녁 / 자갈치, 어린 날 / 엄지를 그림과 같이 / 빙그레 / 산정약수 / 아가 미라 / 오카리나에 새가 산다 / 파꽃 / 가을 고추잠자리 / 자연스러운 호수의 밤 / 우수절 / 화살나무 / 고전으로 통하다 / 꽃돌 / 숨 쉬는 벽 / 불꽃 난타
4부
울 엄니, 드럼 치시다 / 가파른 사십 계단 / 길 위의 파도 / 빈 교실 / 무거운 혀 / 남포동의 새 / 남포동 3가 / ‘살’에 대한 작은 명상 / 눈물이 달콤하다 / 겨울 민들레 / 지우개 똥이다 / 흑백사진 / 숲의 온도 / 꽃 피다, 북문 진달래 / 코골이 헬리콥터 / 배퐁양한 고양이 / 새벽, 수묵화를 읽다 / 물망초꽃이 핀다
5부
파랑새를 보았다 / 달개비꽃 / 달빛 발틀 / 무는 우가 그립다 / 북한산 서설 / 메타세쿼이아 성채 / 따뜻하게 읽기 / 감천동의 봄 / 하늘과 땅 사이에 / 놓다와 잡다 사이 / 아줌마 / 딱 한 입 / 비의 후기 / 제주 마지막 해녀의 꿈 / 직통전화 / 동강할미꽃 / 개안 / 전설이 되신 청산이시여! 백학처럼 나소서!
해설_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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