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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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장석
출판사항강, 발행일:2020/03/05
형태사항p.179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82182532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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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980년 서울대 국문과 재학 중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풍경의 꿈」이 당선되며 등단한 장석은, 그러나 많은 화제와 비평적 상찬을 불러일으킨 데뷔작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어디에도 그의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침묵이고 사라짐이었다. 「풍경의 꿈」을 두고 “한국 현대시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아름답고 격조 있는 언어의 조직을 보여”준다고 고평한 시인이자 비평가 남진우는 장석 시의 침묵을 특별히 안타까워하기도 했다(「풍경의 꿈」은 두번째 시집 『우리 별의 봄』에 수록되어 있다).

“단 한 편의 시밖에 발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오래 기억해야만 할 시인이 있다. 데뷔작 「풍경의 꿈」 외에는 더 이상의 작품 활동을 보여주지 않은 장석 시인이야말로 그 대표적인 경우라고 하겠다. 이는 그의 시가 보여주는 빛나는 언어 구사와 환상적인 이미지의 조형, 상상력의 미묘한 변주와 함께 시인의 천진한 감수성이 일으킨 불꽃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그 불꽃은 1980년대 내내 다시는 되살아나지 않았지만 이 한 편의 시만으로도 우리에겐 그를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신성한 숲」(남진우 평론집 『신성한 숲』, 민음사, 1995)

장석의 시에서 “예민한 감수성과 말을 다루는 비범한 솜씨의 차원을 넘어 형이상학적 인식의 차원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읽기도 한 남진우는 장석 시인의 침묵에 대해 「풍경의 꿈」에서 엿보이는 시적 화자의 “순결한 영혼의 설렘, 흔들림, 망설임”을 언급한 뒤, “시인의 이러한 측면은 그가 왜 1980년대 시단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시 세계를 개진·구축해 나감으로써 현실과 역동적으로 맞부딪치며 싸우기보다는 긴 침묵의 잠행을 택했는지 그 이유를 암시해준다”고 쓴다. “1979년 말 긴급조치의 어둠이 걷히고 1980년 5월의 야만의 시간이 다가오기 직전 발표된 이 작품은 너무도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었으면서도 상황 논리에 따라 자진해서 닫히고 만 운명의 한 형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착잡함을 금치 못하게 한다.”(같은 글)
그렇기는 하나 장석 시인의 대학 동기이기도 한 문학평론가 정호웅은 그 침묵의 시간 역시 ‘시의 삶’이었다고 알려주며 40년 만에 모두 150편의 시(첫 시집 『사랑은 이제 막 태어난 것이니』 76편, 두번째 시집 『우리 별의 봄』 74편)를 들고 돌아온 시인의 귀환을 반긴다.

“그리고 40년이 흘렀다. 그동안 시인은 부친 희운(希雲)공을 이어 한려수도 바다를 쟁기질하여, 자연의 숨을 담고 있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싱싱한 새 숨을 불어넣는 ‘숨굴’을 생산하는 바다 농군으로 살았다. “가르친다는 일은/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심는 일이며/지켜보며 기다리는 일”이라는 생각을 좇아 대안학교 이우중고등학교를 세우고 가꾸는 데 앞장섰다. 그것은 “한겨울 밤/나이도 내력도 알 수 없는 어둠” 속에 “한 개의 불빛”을 “붉은 감 한 개처럼 켜”(「미처 다 부르지 못한 노래처럼?정광필 선생을 보내며」)는 일이었다. 동서 문명 교류 연구의 길라잡이인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인터넷 정론지 『프레시안』이 제자리를 잡도록 뒤에서 묵묵히 거들었다.
이 모두는 새로운 시작이고, 기르는 일이며, 진실·선·아름다움을 밝히고 가꾸어 세상에 빛을 비추고 생기를 일으키는 일이니 시의 일과 다르지 않다. 그는 시의 삶을 살았다. 그 시의 삶에서 건진, 솟아오른 시들을 안고 시인 장석이 돌아왔다. 이 첫 시집에 실린 76편, 이번에 함께 나오는 제2시집 『우리 별의 봄』에 담긴 74편, 합하여 모두 150편이다. 자연, 신, 인간 앞에 겸허한, 성실·이타·헌신의 정신이 연 “스스로 켠 불로” “아름”답고 “환”(「가을빛」)한 세계이다.”?발문 「스스로 켠 불로 아름답고 환한」

이번 두 시집의 원고를 출간 전에 읽어본 남진우는 “세계를 향해 낮은 음성으로 속삭이는 그의 사랑의 전언에는 여전히 순결한 자아에 대한 갈망과 현상적 질서 너머의 본질을 투시하고자 하는 은밀한 열망이 가득 차 있다”며 긴 침묵 뒤에 돌아온 시인에게 감개 어린 말을 전한다.

“그토록 오랜 시간의 회랑을 돌아 아마도 그보다 더 오래 기다려왔던 시인의 시집을 읽게 되었다. 1980년 한 일간지 신춘문예에 잠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져버린 시인. 데뷔작에 대한 희미한 기억만 남긴 채 망각의 심연 저편으로 완벽하게 숨어버린 시인. 새로운 밀레니엄의 개막이란 구호도 적잖이 퇴색해버린 지금, 그 시인이 다시 돌아와 그동안 남몰래 쓰고 다듬어왔던 언어를 건넨다. 세계를 향해 낮은 음성으로 속삭이는 그의 사랑의 전언에는 여전히 순결한 자아에 대한 갈망과 현상적 질서 너머의 본질을 투시하고자 하는 은밀한 열망이 가득 차 있다. 그동안 그는 이 언어를 버려두고 아니 쌓아두고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며 한 시절 한 세상을 탕진해왔던 것일까.”

장석 시인의 귀환, 새로운 출발은 긴 시간의 간격 때문에도 두 권의 시집을 동시 출간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첫 시집 『사랑은 이제 막 태어난 것이니』에는 비교적 오랜 기간에 걸쳐 씌어진 시들이, 두번째 시집 『우리 별의 봄』에는 근자에 씌어진 시들이 묶였다. 등단작 「풍경의 꿈」을 근작 시들의 곁에 둔 것은 시인의 숨은 의욕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

두번째 시집 『우리 별의 봄』에 발문을 쓴 이원 시인은 장석의 새로운 시들이 오랜 침묵의 궤적 안에서 등단작이 보여준 ‘감각의 투명성’을 넘어 감각의 실천, 이행(移行)으로 나아왔다는 점을 섬세하게 짚어낸다.

“데뷔 이래 변하지 않은 것은 ‘감각의 투명성’이고, 달라진 것은 ‘감각의 재분배’다. 통영 물빛을 담은 그만의 ‘감각’이 여전하다는 것은 시선과 느낌의 공기 방울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뜻. 이후 ‘감각의 재분배’를 감행할 수 있었다는 것은, 감각을 지키는 데 머물지 않고, 감각을 실천하는 이행(移行)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아주 눈이 어둑합니다

 검안을 마친 주인이 얘기한다

 손님은 개의 시야를 오래 쓰셨소
 이제 바꾸셔야 하는데

 먹이를 더 잘 찾으시는 게 중요하다면
 젊지만 노련하기도 한 늑대의 시야도 있소

(……)

나이 지긋하시니
 늘 넉넉한 밀물의 시야는 어떻소
 그물도 성글게 조절해 웬만한 건 다 통하게요
-「시야를 파는 안경점」 부분

 감각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그것을 위해 그는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회귀’를 선택한다. 즉 ‘미래라는 회귀’를 선택한다. 시가 담긴 손과 삶에 담긴 시를 동시에 ‘살아야?살아내야?살고자’ 했음을 알기에, “시야를 파는 안경점”에서 개의 시야?늑대의 시야?밀물의 눈으로 갈아 끼워본다. “제일로 좋은 부위/내 유년의 다습부터 여듭까지”(「기억을 파는 푸줏간」), 말과 소를 세는 다습과 여듭으로, 즉 인간의 굴레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전인 ‘무명의 시간’을 호명하며, “시간을 끊는 푸주한” 앞에도 서본다.
그곳들에서 “시인과 새와 여인과/늙음과 깃듦과 슬픔을 위해”(「화요일의 성가대」) 입 모양을 만드는 마디마디를 만나고, “일곱번째 새끼/여섯째가 나오고 두 시간 후/아무도 모르게 엄마도 모르게 혼자 나온 아이//돼지우리 냄새의 여름날 저녁/어린 나는 겸손한 아름다움을 알았”(「시의 이빨」)던, 유치(乳齒)를 간직한 어린 시간과 대면하기에 이른다. 그곳은 “새는 내 고요를 쪼고/다시 하늘로 향했을 뿐”(「충적세의 굴」)인, 고요의 내부인 나의 내부와 우주의 내부인 텅 빔의, 바로, 원래 그 자리.”?발문 「이 말간 회귀, 이 말간 복기, 이 말간 역전」

이원 시인이 읽은 두 시편을 소개한다.

어느 곳인가에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다가
 바알간 아기로 세상을 뜨는 사람들
 그런 나라가 있다는 풍문을 들었네

 여생을 마무리하며
 기도하리라

 건어물전에 널린 마른 생선으로 생겨나
 바다에 도로 던져져
 깊고 푸른 삶을 헤엄치다
 치어로 알로 점점 어려져
 수면 아래 내려온
 빛 속에서 소멸하기를

 만 리가 넘는 철새의 마지막 비행에서
 부리 노란 아기새로 도착하여
 툰드라의 알로 끝날 수 있다면

 길에 구르는 낡은 낙엽으로 시작하여
 벼락에 한 팔을 잃는 고목과
 울울한 숲의 젊은 나무로 서 있다가
 작은 짐승 혀 앞의 순과
 겨울잠을 위한 도토리로

 선종하리라
-「염송」 전문

 작은 새

 내 시야의 첫 정거장으로 날아온 새
 노래를 두고
 숲의 다음 정거장으로 떠나간 새

 아침처럼 작고 반짝이고
 빛처럼 날랜 잿빛 새

 수풀에 아이를 둔 어미 새인지
 어미를 둔 아기 새인지

 날아오고
 사라지고
 그 사이의 노래

 숲 냄새와 온기의 작은 새알
-「새 울음」 전문

 이원 시인은 ‘염송’과 ‘새 울음’ 사이에서 ‘말간 회귀’, ‘말간 복귀’, ‘말간 역전’을 본다. “‘염송’과 ‘새 울음’ 사이, 서늘하고 아득한, 은하도 홍매도 더 잘 보이는, 어쩌면 ‘북위 37도 20분 23.75초’의 바로 그 지점.”

작가 소개

장석
1957년 부산생. 평북 영변 출신으로 함흥과 부산에서 성장하고 수학한 아버지와 전남 순천이 고향인 어머니 사이의 2남 1녀 중 둘째다. 서울대학교 국문과 졸업. 198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오래 묵힌 세월로 인해 첫 시집 『사랑은 이제 세상에 태어난 것이니』를 두번째인 우리 별의 봄』시집과 함께 펴내게 되었다.

 

목 차

1부
 봄, 북위 37도 20분 23.75초_ 12
배후_ 14
통영 바다의 새해 경제계획_ 15
통영 강구_ 18
통영항 1_ 20
통영항 2_ 22
그 섬의 몽돌_ 24
섬 모과_ 27
섬 볕_ 28
봄 편지_ 29
안부_ 30
항구_ 33
파도와 자벌레_ 34
섬_ 36
충적세의 굴_ 37

 2부
 생생한 꿈_ 40
영도 남항_ 44
계단_ 47
기억을 파는 푸줏간_ 48
강의 백일몽_ 50
치매_ 52
말과 마을버스_ 55
시야를 파는 안경점_ 56
별에게 2_ 59
촛불_ 61
염송_ 64
변검_ 66
모래시계_ 69
새 울음_ 70
패배한 시인에게_ 71
숲속의 빈터_ 73
화요일의 성가대_ 75

 3부
 순천만 2_ 78
낡은 배의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_ 82
시의 이빨_ 84
말미를 다오_ 86
나그네새_ 89
귓속말의 시_ 90
달항아리_ 92
기원_ 94
무대—바다의 기억_ 95
낙동강의 시_ 100
등굣길_ 103
선생의 생각_ 104

 4부
 청둥오리가 내 시간을 가져가네_ 106
꽃을 향해 가다_ 108
동백 목련 꽃상여_ 110
유월의 시작_ 111
여름의 책_ 112
구름_ 114
가을의 빛_ 115
달과 트럼펫 사이의 너_ 117
가을밤_ 120
두루미에게_ 122
가을의 끝_ 124
석류 시_ 128
부러진 가지에게_ 130
절멸 이후_ 132
은행나무의 십일월_ 134
매봉역_ 136

 5부
 해시계_ 138
별빛의 시_ 140
만월_ 142
바람_ 144
꽃_ 146
여진_ 148
우주론_ 149
슬픔_ 150
사소한 사서함_ 152
첫눈_ 154
여진으로 해일로 우리는 간다_ 157
앎의 즐거움 3_ 159
풍경의 꿈_ 161
배우_ 165

발문  이원
 이 말간 회귀, 이 말간 복기, 이 말간 역전_ 166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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