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박형권이 달라진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박형권 시의 새로운 탄생을 알리고 있다. 기존에 그가 해오던 시 쓰기 방식과는 다른 형식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시집 제목에 힌트가 있다. 시집 한 권에 걸쳐 시 곳곳에 대괄호[ ]를 집어넣음으로서 그간의 형식을 탈피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가령 시「[떨어졌다]에서 떨어졌다」와 같이 제목부터 대괄호를 사용하는 전략적 시 쓰기는 시에서 대괄호를 함으로서, 강조하려는 시인의 의도가 숨어있다. 한 편의 시가, 두 편의 시로 읽혀지는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대괄호를 포함하여 그대로 읽거나, 대괄호만을 따로 읽어도, 시가 되므로 시 읽는 재미를 더 한다는 점이 이번 시집의 특징이라 하겠다.
박형권은 현실에 머물러 있는 현실주의자다. 그가 천착해온 ‘가난’이란 주제는 이번 시집에서 심화되어 나타난다. “아침이 [가난에서]열렸다”(「가난」)고 말할 정도로 그에게 가난은 각별해 보인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반 지하단칸방에서/ 누군가 굶주린 [꿈을 꾼다]”(「느린 말」) 그래서 그는 “[밥 한 숟갈을]철철 흐르는 피로 환산”(「준비 되셨나요?」)한다. “세상의 모든 죽음은 타살이었음에도‘허기였다’라고 쓸 수밖에 없는”(「로맹 가리의 해변」)현실을 “‘밤사이 죽은 사람 손들어 봐’”(「밥차는 간다」)라며 풍자로써 비극적 상황을 넘어 선다. 그는 오늘도 “길보다 낮은 방에서” 자신의 “꿈에 도착”하기 위해 “길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마치 그 길 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김희업(시인)
작가 소개
동화작가. 2006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으로 『우두커니』 『전당포는 항구다』 『도축사 수첩』 『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이 있고, 동화로 『돼지 오월이』 『웃음공장』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나무삼촌을 위하여』 청소년소설로 『아버지의 알통』이 있다.
목 차
1 비둘기적 콘덴스
분노 12
시인의 방 14
복도를 요리하다 16
비둘기적 콘덴스 18
[떨어졌다]에서 떨어졌다 19
흩어진 허공 20
개들의 단팥빵 22
파루 23
바스락거리는 날개 24
검은 우산 26
새의 망각 28
혈압 측정 29
빈방 30
행성아파트 32
귀이개 33
저들의 서비스 센터 34
2 젖은 책
두려운 날의 별빛 36
탄성 37
젖은 책 38
가난 40
바람 42
살의 길 44
배후 45
발바닥의 잠 46
푸성귀밭 47
까마귀 떼 48
속삭이는 50
바람의 시원 51
우는 여자 52
빨래의 신 54
시간에 들다 56
느린 말 58
3 나에게 놀라다
저습지로 간다 1 60
저습지로 간다 2 62
아득하다는 말 63
나에게 놀라다 64
너의 봄 66
자기의 왕 68
청춘식당 70
최후의 에릭 크랩튼 포차 72
복면강도 74
박새라 적자 76
오한 77
백야 78
준비되셨나요? 80
적조 82
마음이 뛴다 83
귀가 84
긴 편지 85
키스 86
4 남회귀선
남회귀선 88
밤꽃 몽정기 90
귀신고래가 돌아오고 있다 92
로맹 가리의 해변 95
고요한 나팔소리 98
쿠쿠깜비아역驛 100
밥차는 간다 102
절망하라 105
잉여인생적립클럽정회원신청서 108
길 위의 유령 110
기찻길 옆 113
탬버린 116
유령생활지침서 서문 119
우뭇가사리 냉채 122
환승역 근처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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