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태양

한 시인의 시세계를 몇 개의 주제어로 규정하거나 예 단하는 일은 시와 시인에 대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시인의 감수성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물고기처럼 재바 르게 변하거나 계량 할 수 없을 만큼 무궁하게 펼쳐지 기 때문이다. 시는 한순간의 집약적이고 집중적인 감각 을 언어화한 즉각적인 형태의 예술 양식이다. 이는 일정 기간 동안 지속해 온 사유의 결과가 아니라 대상이 주는 인상을 감각적으로 구조화하는 언어조직이라는 특징이 강하다. 시는 하나의 감정을 오래 견지한 사유의 결정체라기 보다는 찰나의 순간을 잡아내어 감각화한 장르이다. 즉 물적인 감각으로 사물을 발견해 내고 그것을 유려한 언 어로 구조화하는 언어기술자가 시인의 직업이다. 따라 서 한 권의 시집 속에는 계획 없이 떠돌던 시인의 동선 動線과 높낮이가 다른 마음의 움직임, 일관되지 않는 선택의 조각들이 전기선처럼 얽혀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권의 시집 속에는 오랜 기간 동안 집약된 시인의 생이 묻어나거나 사유의 흐름 이 배면으로 흐르고 있다. 어쩌면 미처 시인이 알 수 없 었던 일관된 세계관은 각각의 시를 통해 더 명확하게 드 러나는 지도 모른다.
유정이 (시인, 문학박사)

 

최동문
경북 경주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 즐거운 거지』『 아름다운 사람』『 유리동물원』이 있다.

 

1부
 거미의 아침 _ 019
소라의 침묵 _ 020
풍금을 옮기다 _ 022
가家와 흰 소 _ 024
로사 이야기 _ 026
가家와 바람 _ 027
심청, 양파 _ 028
고덕에서 버스 잡기 _ 030
지평선을 걷다 _ 032
너에게 가는 법 _ 034
기도는 껌으로 _ 036
물의 4계 _ 038
꽃들 _ 040

 2부
 존재의 형식 _ 047
커피포트, 스댕 _ 048
호미 _ 049
피정, 호박범벅 _ 050
매티미 통신 _ 052
살며 만나는 몇 가지 _ 054
산에 살다 _ 056
논 _ 058
푸른 계절 _ 060
빈손 _ 061
방랑 고양이 _ 062
바다가 온다 _ 064
남동행 _ 066

 3부 
 갯벌에 들다 _ 071
바다 편지 _ 072
죽은 고양이의 고백 _ 074
단풍잎 머금고 _ 076
겨울 사랑 _ 078
씻다 _ 079
만지다 _ 080
통섭, 보라의 탄생 _ 081
웃다 _ 082
외롭다 _ 084
눈멀다 _ 086
후포 등대 _ 088
기차와 입 혹은 목검 _ 090

 4부 
 세속도시의 슬픔 _ 095
초파리의 우울 _ 096
지독한 길몽 _ 098
조울의 나날 _ 100
나무를 탄다 _ 102
라고 의원의 악어 _ 104
비몽간非夢間_ 106
중독 타령 _ 108
내일은 _ 110
꾸꾸의 추억 _ 112
죽음을 기억하다 _ 114
꿈 _ 116
숲과 시인 _ 119

 ■ 해설 | 유정이(시인, 문학박사) _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