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발목

최선 시인의 작품세계는 곡선과 직선이 혼재된 이중적인 특징이 있다. 마치 달콤한 망고의 과육 속에 단단한 뼈가 숨어있듯이 서정 속에도 번뜩이는 날이 있다. 부드러움 속에 숨겨둔 예리한 날이 방심한 틈으로 번뜩, 스쳐간다. 여운을 남기는 감각적인 언어들, 현재와 과거가 혼재된 공간에서 연출된 퍼포먼스, 작품과 연결된 디오라마 같은 배경들, 풍경 밖으로 또는 풍경 안으로 들어가 그가 만난 호흡을 섬세하게 기록한다. 그가 프로그래밍한 시세계는 친숙함 속에서 만나는 "낯섬" 같은 것이어서 적당한 긴장감과 탄력감을 지니고 있다.

최선 시인이 추구해온 시세계는 "이기심"에 밀려 소멸해가는 "인간성의 회복"이다. 시집 <꽃들의 발목>은 "인간의 본질"과 "올바른 삶의 방향"을 묻고 있다. 좋은 책이 만은 독자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듯이 <꽃들의 발목>은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처하는 아름다운 한 권의 지침서이다. 최선 시인은 조금 부족하고, 조금 손해 보고, 조금 불편해도 참되게 살아가는 것이 어떤 자세인지를 "삶"과 "자연"을 접목해서 증명하고 있다.

- 마경덕(시인) 

1부
 선물
 만년필 무더머
 다복솔 서가에 홀로 꽂혀
 대추나무 도장
 길 밖의 풍경
 화분의 입
 모서리
 날아가고 싶은 화살들
 헌 책방에 아버지들이 살고 있다
 어떤 관계에 대하여
 기차가 지나간 자리
 입마개
 봄을 파는 낚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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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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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부
 입맞춤
 빈 어깨
 껍데기
 수목장
 모란
 골목은 공사 중입니다
 저녁 일곱 시
 너에게 가는 길
 모과나무
 적막 한 포기
 바람의 흔적
 서랍의 비밀
 메타쇄콰이어

 ㆍ해설｜ 마경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