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역 먼 기억속에

정남순의 시는 회화와 친숙하다. 시선과 구도, 사물의 배치와 색채에 민활하다.

한적한 시골 "역사의 쓸쓸함과 고요"를 바라보면서 내면으로부터 "그림처럼 걸려있는 오래된 추억"을 상기한다. 외부의 "매화"와 조응하는 의식 현상의 발로이다. "매화"가 추억을 환기하면서 시적 자아는 "알 수 없는 슬픔"의 정조에 휩싸이거나 회상의 터널을 향하게 된다. 자아의 심정은 "온몸으로 이별하는 연분홍 매화꽃"을 투사한다. 존재의 슬픔은 단순한 감상주의의 유로가 아니다. 생명을 지닌 존재의 본질은 비애다. 영원 할 수 없이 소멸하는 것들에 대한 인식이 근원적인 비애를 형성한다. 어떤 기억은 존재를 이화 같은 슬픔을 통해 정화한다. 아울러 현재의 자기와 거리를 만들어서 내면을 환하게 밝힌다. 추억으로 하강하다 다시 환희의 풍경으로 귀환한다. 마음속의 붉은 기억이 외부의 "낙동강 붉고 푸른 물에도 매화꽃이 솟고" 있는 형국으로 도약한다.

풍경은 시적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시적 자와와 풍경의 관계는 투사와 동화 그리고 상호 교응하는 등의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시적 자아의 시선으로 따라서 그려지지만, 주체의 원근법으로 통일되진 않는다. 오히려 대대의 위치에서 다양한 형태의 말 건넴이 이루어진다.

구모룡(문학평론가) <풍경과 시인의 마음 - 정남순의 시세계> 중에서  

정남순

경남 통영 출생

1992년 계간 <문학과 의식> 등단

경성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중등학교 교사, 부산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여류시인협회 회장

(사)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사)한국현대시인협회 중앙위원 역임

부산시 연제구 구의회의원 역임

부산시 연제구 구의회 기획행정위원장 역임

수상

<창년을 빛낸 자랑스런 얼굴상> 예술부문(1998년)

부산여성문학상 본상(2000년)

한국교단문학상 본상(2001년)

부산문학상 본상(2013년)

낙동강문학상(2016년)

시집

제1시집 <살고 있는 땅도 떨어져 보고 싶은 날>(1994년)

제2시집 <나의 출발은 하늘이었다>(1995년)

제3시집 <아버지, 저도 파랑새를 날립니다>(1997년)

제4시집 <그래도 나는 숲으로 간다>(2001년)

제5시집 <원근의 기쁨>(2005년)

제6시집 <산의 생각>(2013년)

제7시집 <붉고 푸른 강>(2016년)

제8시집 <원동역 먼 기억속에>(2020년)

시인의 말 ㆍ 5

제1부 도요시첩
 도요시첩 1 15
도요시첩 2 16
도요시첩 3 17
가야진사 18
반구대 암각화 19
천태산의 봄 20
천태산의 여름 22
천태산의 가을 24
남천강에 띄우는 시 25
아홉산 대나무숲 26
영남 알프스 1 28
영남 알프스 2 30
화개장터에서 만난 옥화 32
고로쇠물에 관한 33

제2부 경부선 먼 기억속의 원동역
 경부선 먼 기억속의 원동역 37
계양역 38
별을 보다 39
산토리니의 꿈 40
바람의 언덕 42
사진, 그 쓸쓸함에 대하여 1 43
사진, 그 쓸쓸함에 대하여 2 44
다시 보는 꽃 45
이상화 시인을 만나다 46
라틴어 수업 48
몽도르 석양 50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 52
내 손자의 공룡 54

제3부 삼척시첩
 삼척시첩 1 59
삼척시첩 2 60
삼척시첩 3 62
삼척시첩 4 64
삼척시첩 5 66
출토 동경 앞에서 67
남한산성 68
물금 증산리왜성 70
폐왕성 71
해운대 연가 72
읍천 주상절리 74
바다가 그리운 동백꽃 76
용왕단 가는 길 77

제4부 백발의 경관
 보리암 81
금산의 운무 82
금산의 차나무 84
금산 보은전에서 85
겨울, 한우산 86
가을, 황매산 87
영축산 88
망운산 90

제5부 온천천 그리운 불빛
 순찰 중 1 93
순찰 중 2 94
강아지풀을 만나 95
온천천 그리운 불빛 96
봉헌초를 올리나이다 98
그리운 교회, 그리운 집 100
아, 이태석 신부 102

제6부 안녕, 성훈사
 산다화를 남긴 시인 107
어느 시인의 단상 108
아, 천경자 그 슬픈 그림 109
맨드라미꽃 110
포인세티아 111
그리운 언덕 112
명선도 1 113
명선도 2 114
안녕, 성훈사 115
통도사, 천상의 누각을 보다 116
척판암에서 118
언니 잘 가세요 120
표충사 산문에 앉아 122

 | 해설 |
풍경과 시인의 마음 | 구모룡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