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기울어진 축을 갖고 살아가게 된 사람들에게 세계는 기이하고 낯선 곳일 수밖에 없다. 행성의 축이 기울어진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처럼, 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시인은 그야말로 낯설고 기이한 세계에 던져졌다. 하지만 이 던져짐은 역설을 품고 있다. 내부에서 외부로 던져진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내부로 던져졌기 떄문이다. 그러므로 돌아갈 수도 없고 벗어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 처한 존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떠도는 일일 뿐이다. 이는 조선시대 형벌의 하나였던 유배와도 비슷하다. 어느 한정된 지역에 유배된 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이었을까. 자신이 떠나온 세계, 또는 지향하는 세계를 그리워하며 끝없이 유배지 내부를 맴도는 일밖에는 없다. 그런 유랑의 형식을 통해서 내적으로 초월하는 일, 혹은 초월의 의지를 다지는 일이 유배된 자들의 삶이었다. 홍철기 시인의 시집 <파프리카를 먹는 카프카> 또한 마찬가지다 유랑만이 존재의 형식이 되어버린 시인은 그렇게 자신이 던져진 세계를 떠돌면서 하나하나 유랑을 기록해 나간다.
- 한용국(시인, 문학평론가)
작가 소개
1974년 전북 익산 출생.
201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부분 당선.
2017년 '시와표현'으로 등단.
한국작가회의 회원.
현재 군산 시청 근무
목 차
1부
자국 - 19
파프리카를 먹는 카프카 - 20
지구가 나보다 먼저 가고 있다 - 22
난독증 - 24
거미 - 25
모텔 밀라노 - 26
곁 - 28
의자 - 30
길을 묻다 - 32
비닐포대 - 33
도축일기 - 34
밤의 중독 - 36
설레임 - 38
모텔 시크릿 - 40
2부
보리차 - 45
마흔 - 46
가상화폐 - 48
유빙을 만나다 - 50
고양이 - 52
금일도 - 54
내가 용각산을 사랑하는 이유 - 56
마디 - 58
첫눈 - 59
하루 - 60
흑백사진 - 62
폭설 - 63
공현진여인숙 - 64
세느강에서 - 66
3부
얼음 - 71
지하철 - 72
달이 바다에게 - 73
미시리 - 74
커피믹스를 마시다 - 76
시안(Xi'an,西安)의 숲 - 78
염화칼슘을 뿌려주세요 - 80
좌우로 흩어진다 - 82
싫어증, 실어증 - 84
아메리카 타운 - 86
풍선껌을 씹는 여러 가지 방법 - 87
휴가 안내문 - 88
커피를 볶다 - 90
철새를 만나다 - 92
4부
냉장고에서 잠드는 밤 - 97
황제를 위하여 - 98
가족관계증명서 - 100
칠불사 부처님 - 101
고 씨 할아범 - 102
꽃이 피다 - 104
노량진 - 106
현수막에 대한 변명 - 108
믿을 구석이 없다 - 109
혼자 레스토랑에 간다 - 110
말짱 도루묵 - 112
윤달, 개장 신고를 하다 - 113
심인 - 114
엘도라도 모텔 - 116
해설 / 한용국(시인, 문학평론가) -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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