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입으로 각자 말을 하느라고

리듬의 세계를 발견한 시적 주체는 세계를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할까? 유담의 시에서 리듬은 풍성하고 아름다운 세계로 빛날 때조차 상처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싱그럽게 익은 앵두를 보면서 '초여름 저녁 시원해지는 바람을 말해 줄 수 있는 이 / 연둣빛 잎사귀 뒤에서 / 뽀로통하니 오므려 붉게 빛나게 할 수 있는 이 / 연한 속살 하나로 첫사랑의 감미로움을 되돌릴 수 있는 이", 그러면서 앵두가 환기하는 달콤함을 드러냄과 동시에 "니가 앵두여서 나도 앵두이다"라고 조응한다. 순간 상처의 자리가 발견된다. 이것이 회상의 회복력이며 시적 힘을 가지는 것이다. 생명력을 생기하는 힘을 보여주는 유담은 상처와 회복의 자리가 동일한 차원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꿰뚫어본다. 리듬이 지닌 역동적인 힘이 재생과 회복의 힘과 맞닿아 있음을 우리에게 말하고자 한다.

- 김학중(시인)  

유담

경남 통영 출생

<수필과 비평> 신인상 수상

대구신문 '좋은 시를 찾아서'에 시 발표

수필집 <옹기의 휴식> 발간 

1부

 봄은 풀잎을 흔들면서 온다 - 17
길은 문을 만나 끝나고 - 18
마늘을 까다 - 20
민달팽이의 변 - 21
소를 찾아서 - 24
자작나무 그릇 - 25
초록등허리 - 26
숟가락 - 27
지하철의 아침 - 28
콩을 고르며 - 30
노을에 - 31
섬 - 32
지난가을부터 올봄에 이르기까지 - 33
바다에 돌멩이 하나 던지고 - 34
지붕 - 35
인연 - 36
어부 - 37
종이컵 - 38
매미 - 39
태풍은 나무가 부른다 - 40

 2부

 푸른 울음 - 43
장미 - 44
청각을 씻다가 - 45
그 여인 - 46
데인 자국 - 47
묵은 친구를 만나면 - 48
새옹지마 - 49
전생에 나는 게였나 봐 - 50
친구에게 - 51
앵두 - 52
눈 - 53
가을 지심도 - 54
빨래 - 56
반성문 - 57
달을 보며 걷다 - 58
혼자 집에 있는 날 - 59
이 봄날에 - 60
지팡이가 되어 - 61
하루 - 62
수탉의 노래 - 64

 3부

 강구안 - 67
기도 - 68
석탄 박물관에서 - 69
겨울여행 - 70
그가 옷을 입는다면 - 72
뻐꾸기 울고 - 74
청소 - 76
겨울 산 - 77
병원 앞을 지나며 - 78
각자 입으로 각자 말을 하느라고 - 80
열매 - 81
무를 썰 때 - 82
머리 염색 - 83
칠순 잔치에 부쳐 - 84
시크라멘 - 85
매화 보러 갔더니 - 86
벚꽃 - 87
도솔암 요사채 마루에 앉아 - 88
달빛 영양제 - 89
계단 - 90
마애불 앞에서 - 91
동짓날 - 92

 ■ 해설｜김학중(시인) -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