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박준수 시인이 그의 여섯 번째 시집 『들꽃은 변방에 핀다』(문학들 刊)를 펴냈다. “산을 짊어져도 무겁지 않고/바다가 갈라져도 두렵지 않구나.” 이번 시집의 서시라고 불러도 좋을 「내 마음의 서」 의 일부다. 이 도저한 시구가 단순한 시적 수사를 넘어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변방으로 오라/들꽃은 변방에 피어난다”라는 당당한 시구도 그렇다.
박 시인은 오랜 세월을 “숙명적으로 제도권 밖에서 이방인의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그가 “걷다가 넘어져 눈 더미에 무릎을 꿇어 보지 않고서는/겨울을 이야기하지 말자”라고 하거나 “참나무 등걸처럼 갈라진 손등으로 눈을 헤치며/세상 밖으로 길을 내 보지 않은 사람은/ 아직 겨울을 나지 않은 사람이다”(「겨울 묵시록」)라고 노래할 때, 그것은 시적 수사 그 이상의 표현으로 다가온다.
그의 시는 태생적 삶, 곧 그의 뼈아픈 체험에서 왔다. 그는 겉멋을 부리기 위해 억지를 쓰지 않고, 빼어난 수사에 집착하기보다는 진솔한 고백을 먼저 한다. “손에 쥔 것을 넝마처럼 버릴 줄 아는 결기/검정고시 공부를 위해 다니던 공장을 그만두었을 때/막막하고 두려웠다” “대학 졸업 후 다니던 회사가 폐업해/실업자로 살아갈 때 차가운 비웃음을/녹슨 펜으로 시를 쓰며 삭였다”(「진군나팔을 불어라」).
그렇다고 그의 시에 고백만 있는 것은 아니다. “봄,/황달 환자처럼 외로움을 달이던/너는 눈물”(「봄의 불길에 눈물을 사르고」), “여름의 화덕에서 갓 구워져 나온/가을,”(「가을」), “기다림은 담벼락에 기대인 긴 그림자”(「기다림 혹은 그림움」) 같은 구절이나, 어둠에 잠긴 산이 “부엉이 울음소리에 바위 귀를 세운다”(「산」) 같은 구절 앞에서, 독자는 서늘하고 은은한 시의 여운에 한동안 침잠하게 될 것이다.
어느 날 시인은 홀로 길을 가다가 숲을 만나 쉬고 싶었다. 들꽃을 만나 이야기하고 싶었다. 눈코 뜰 새 없는 일상의 쳇바퀴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다가 돌부리에 넘어져 무릎이 깨졌다. 그 다음이 기묘하다.
“절뚝거리며 걷다가/소나기를 만났다/옷이 흠뻑 젖은 채로/옛 애인을 만났다/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절뚝거리며/오던 길을 되돌아갔다/저만치 아내가 오고 있었다/찢어진 우산을 들고/물끄러미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찢어진 우산」)
박 시인은 올해 이순(耳順)을 맞았다. 삶에서건 시에서건 ‘제도권’을 기웃거리지 않고 “들꽃은 변방에 핀다”는 당당함으로 외롭게 고투해온 삶의 흔적과 시적 깨달음이 이번 시집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가난하고 고달팠으나 행복을 꿈꾸었던 발산마을(광주 서구 양동 고지대 서민 주택가) 시절과 이제는 먼 길을 떠나 이생에 없는 부모님과 고향, 그리고 유랑의 체험들이 그렇다.
“시는 상처 입은 깃발의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찢긴 마음을 들꽃의 언어로 어루만져 본 것이 이번 시집”이라고 말하는 박 시인은 1960년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를 졸업하고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32년간 언론계에 종사했다. 시집 『길은 맨 처음 간 자의 것이다』를 포함해 6권과 다수의 인문서를 펴냈으며, 현재 광주매일신문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작가 소개
1960년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를 졸업하고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방 신문사에서 32년간 기자로 활동하면서 시집 『길은 맨 처음 간 자의 것이다』, 『어머니의 강물』, 『노천카페에서』, 『추억의 피아노』와 다수의 인문서를 펴냈다. 전남대·광주대 등에서 글쓰기 강의를 했으며, 현재 광주매일신문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목 차
4 시인의 말
제1부
13 내 마음의 서書
14 들꽃은 변방에 핀다
15 후회
16 찢어진 우산
18 봄의 불길에 눈물을 사르고
19 빈방
20 겨울 묵시록
22 가을
24 열대야
25 기다림 혹은 그리움
26 저무는 시간 너머로
28 매물도 갈매기
30 산
제2부
33 초원파크
34 발산마을의 봄
37 몸살감기
38 귀가歸家
39 삼월의 편지
40 옛집 - 발산마을 박물관
41 개망초
42 까마귀의 고향
44 장인어른 떠나신 날
45 성묫길
46 고향 가는 길
48 찔레꽃
50 고향 집
제3부
55 소나무 숲길에서 - ‘김냇과’에 걸린 소나무 숲길 사진을 보고
56 쓰러져 가는 것들에 대하여
58 사물이 기울어 보일 때
59 거리 음악회를 감상하며
60 여수항에서
61 시내버스 안에서
62 새해 아침, 사람이 온다
64 장미로부터 받은 편지
66 구시포九市浦 겨울 바다
67 무안 해제 갯벌에서
68 장성호長城湖에서
69 오월, 문득
70 진군나팔을 불어라
72 오월, 그 누가 푸르지 않으랴
74 다시 들판에서
75 볏단
76 독백 - 시인의 무거움에 대하여
제4부
79 봄비
80 관습의 덫
81 시월이 가네
82 장성 남창계곡에서
83 서릿발을 밟으며 - 광주 북구 삼소동에서
84 섬진강 은어
85 가을비
86 내면의 시
88 고창 선운산에서
89 칠산 앞바다에서
90 계림에 와서
91 이강에서
92 바투동굴에서
94 쿠알라룸푸르 국립 이슬람 사원에서
96 구주산 가는 길
98 바탐 원주민 마을에서
99 몽골 시선
104 해설 변방에서 꽃피는 장소들 _ 전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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