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오늘도 우리는 태평양을 마주합니다. 부산 앞바다가 태평양이란 사실을 문득 깨닫고 소스라쳤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수메르 문명에서 출발해 지중해와 에게해를 거쳐 대서양에서 펼쳐진 인류문명사는 이제 태평양 시대로 접어든다고 합니다.
광막한 수평선과 아득한 심연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진정한 바다가 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바다는 우리에게 언제나 대상에 그치지 않았는지 반성합니다. 수메르 문명도 물의 신화에서 시작했듯, 모든 문명사는 항상 바다응 향하여 펼쳐졌습니다. 인간이 극복해야 할 한계로만 여겨 바다는 개척과 도전의 상징이었지요. 하지만 바다는 삶과 꿈이 움트는 존재의 근원으로 우리는 바다에게 경외와 경이를 다시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바다는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되어 우리를 두렵게 합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바다를 생명의 근원으로 만나야 합니다. 대사잉 아니라 존재로서 만날 수 있을 때 인간도 삶도 회복이 가능하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에 갇힌 개똥벌레들은 바다 앞에서 열리는 무한한 상상력을 읽는 시선을 함께 나눕니다. 바다의 상상력과 감수서은 언제나 우리에게 어머니였습니다. 우리는 낳고 기르는 우주였습니다. 태평양은 아침마다 우리와 마주합니다. 날마다 우리를 기다립니다.
- <들어가는 말>중에서
작가 소개
백년어서원
부산 원도심 동광동에 자리한 푸른 여울입니다. '백년어'는 앞으로 백 년을 헤엄쳐갈 백 마리의 나무 물고기를 의미합니다. 충청도 산골 옛집을 헐러 나온 서까래와 기둥에서 태어난 물고기들, 그 지느러미로 새로운 물결을 만들고 있습니다.
'百'은 물이 끓기 시작하는 온도이며, 한 세기를 넘어가는 단위이며, 언제나 받고 싶은 점수이기도 합니다. '百'의 우리말은 '온'입니다. 이는 '전부', '모두'를 함축하고 있으니, 곧 온전함을 지향하는 자연수입니다. 이 기도 같은 '百'은 당신 속에서 오래 자라고 있던 자연 또는 자유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물고기가 표상하는 건 생명에 대한 연민과 깨어있는 영성으로 신석기때부터 사용된 정신사의 아이콘입니다. 이는 시대를 거슬러 근원을 찾아가는 힘이기도 하며, 공존을 위한 감수성의 세계이디고 합니다. 십시일반 마음과 손길을 보태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기억하며 이제 백년어는 글쓰기의 공동체를 꿈꿉니다. 소박한 깃발을 달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무늬가 있는 문이고자 합니다. 긴 꿈을 꾸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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