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지러지는 달을 펴고 싶다'고 토로하는 시인이 우리 곁에 있다. 그는 낮은 음성으로 다시, '오리의 식사시간엔 마을 한쪽이 휜다'고 전언하며 그의 시의 비밀통로를 암시한다. 그 비밀통로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누구나 이슬의 신발을 신지 않으면 안 된다. 버찌의 하늘, 이별이 교차한 교실, 하얀 드레스를 걸어둔 스무 살 언어, 밤의 자루에 넣은 하늘, 책갈피에 끼워둔 여름날, 노란 윙크가 보이는 바위채송화 들은 그의 사색이 밟고 다니는 길가의 소품과 풍경의 장면들을 오롯이 담아놓은 수채화 화폭이다. 그의 시가 신앙고백의 언어에서 이같이 곱다란 현대신의 문체를 갖추기까지의 시간은 꽤나 오랜 숙련을 필요로 했다. 길다면 긴 그 시간을 촌분을 아껴 시어의 경작에 바친 사람의 첫 수확이 이렇듯 곱다랗고 산뜻하다. 한 시인이 자기에게 알맞은 보호색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기까지의 비밀한 통로는 오로지 그 만의 것이며 그런 점, 그의 언어는 우리 시의 정맥을 쉼 없이 뛰게 하는 조용한 혈맥이 될 것이라 나는 믿는다. 장정순의 첫 시집, 그가 딛고 가는 출발의 발자국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 이기철(시인,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작가 소개
장정순
대구교육대학교 졸업
영남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 석사
초등학교 교사 역임
2016년 <시문학> 등단
한국시문학문인회 이사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목 차
시인의 말
해설: 활달하고 개성적인 환희의 상상이 펼치는
화려한 이미지의 시적 공간 ; 심상운
1부 반추의 계절
스무살 언어 / 반추의 계절 / 곁으로 / 강가 카페 / 물 / 한 꿈 / 나의 이름 / 바닷가 소나무 / 풍경을 건거 / 클로즈업 / 신호등이 있는 거리 / 거울 / 로맨스 / 품 / 용서
2부 드디어 맑음
풍금의 기도 / 드디어 맑음 / 물들어가는 접기와 펴기 / 별 / 창문의 열쇠 / 결빙 / 조율 / 7월 월요일 1교시 / 그 찻집 / 고백 / 빗나간 캐릭터 / 밑그림 / 첫눈 / 채송화 아침 / 작은 물음표
3부 E현의 벽화
E현의 벽화 / 소망을 향하여 / 봄의 눈망울 / 합창 / 에델바이스ㆍ1 / 에델바이스ㆍ2 / 우체통 앞에서 / 별밤 우산 / 에티켓 / 알람브라 궁전의 새 떼 / 털목도리 / 빌딩 숲 아래 / 보라와 함께 / 물보라로 백합처럼 / 버들섬 찻잔
4부 그 이름은
그 이름은 / 4월을 쓰련다 / 크로노스 / 자유만은 풍금의 몫이란다 / 피라칸타 / 소망 / 그리운 풍경 / 산책 / 자화상 / 안부 / 억새꽃 언덕 / 수선화 하늘 / 늦가을 인사 / 시의 가슴을 너에게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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