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설득력 있는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함께 자기 말 뒤에 버티고 서 있다”
글과 삶의 일치, 남다른 깊이의 소로의 문장들
작가이자 초월주의자, 생태주의자, 노예 해방론자였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 사상가 중 한 명이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이야기하고, 불의한 국가에 저항했던 소로가 남긴 저작과 일기, 편지 들은 후대의 환경운동가, 그리고 인권운동가 등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종교인 것이 내게는 자연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77쪽)라며 자연을 열렬히 찬미하는가 하면, “나는 마침내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면서 개인을 한 사람의 이웃으로 정중하게 대할 수 있는 나라를 즐겁게 상상해보곤 한다”(382쪽)라며 꼿꼿한 시선으로 사회를 비판하기도 한다. 국가와 사회의 방향을 지시하는 그의 문장들은 날카로운 지성인의 면모를 보여주지만, 인간관계나 자연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한없이 다정하고 섬세한 어조를 띤다.
『소로의 문장들』은 소로의 다양한 저작과 편지, 일기 들에서 엄선해 뽑은 문장들을 ‘걷기와 여행’, ‘자연과 시간’, ‘삶의 기술’, ‘소로의 계절’, ‘단순한 삶과 고독, 우정’, ‘글쓰기의 기술’, ‘일과 배움’, ‘시민과 정부’까지 8개 챕터로 나누었다. 자연과 삶, 인간관계, 일, 시민과 사회에 이르기까지 그의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그동안 주로 『월든』으로만 소로의 면모를 보아왔던 독자들은, 이 책 한 권을 통해 소로의 인생과 철학에 대한 다채로운 생각과 더불어 그의 문장의 정수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자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연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에게서 벗어난 은신처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어떤 제도도 자연을 통제하거나 그 속으로 스며들지 못한다. 자연에는 또 다른 종류의 권리가 지배한다. 자연 속에서 나는 온전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이 세상이 온통 사람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난 맘껏 기지개를 켤 수도 없고 모든 희망을 잃게 될 것이다. 세상은 내게 제약을 가하지만, 자연은 나를 자유롭게 한다. 세상은 나로 하여금 또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하지만, 자연은 지금의 자연에 만족하게 한다. _87쪽
자연과 삶에 대한 예리한 통찰, 불의에 맞서는 빛나는 저항
전 세계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1817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콩코드에서 태어난 소로는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콩코드로 돌아와 잠시 교사로 일했으나 안정된 직업을 갖진 않았고, 주로 측량 일 등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는 물질주의와 현대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1845년 월든 호숫가 근처에 오두막집을 짓고 약 2년 동안 소박한 삶을 영위하기도 했다. 자연과 함께하는 일종의 ‘실천’으로서의 삶이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 『월든』으로, 출간 당시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훗날 19세기의 중요한 고전 중 한 권으로 자리 잡게 된다. 소로는 생태주의자였을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당연시되던 노예제에 반대하는 등 사회 사상가로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매사추세츠주의 노예제』를 보면 “법은 결코 인간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인간이 법을 자유롭게 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법을 어길 때 법을 지키는 사람들은 법과 질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361쪽)라고 주장하는 소로의 예리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정부가 노예제를 옹호하고 침략 전쟁을 옹호한다며 인두세 납부를 거부했다가 체포되어 하루 동안 투옥된 사건은 소로의 유명한 일화 중 하나이다. 이 경험을 토대로 소로는 『시민의 불복종』을 썼고, 이 책은 후에 마틴 루터 킹 등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소로는 삶과 글이 일치하는 드문 지식인 중 한 명이었다.
세상에는 부당한 법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법들을 준수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법들을 개정하도록 노력하면서 개정에 성공할 때까지 그 법들을 따를 것인가? 혹은 당장이라도 그 법들을 어길 것인가? _373쪽
“내 일은 글을 쓰는 것이며, 거기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다”
성실한 작가였던 소로, 그의 ‘건설적 고독’이 주는 깊은 울림
소로는 평생의 친구였던 초월주의자 그룹의 랠프 월도 에머슨이 일기 쓰기를 권유한 이래 날마다 꾸준히 일기를 썼다. 그의 일기들에는 고요한 사색을 즐기는 그의 성정과 산책을 즐기는 여유, 자연을 사랑하는 섬세한 감수성이 배어난다. 또한 그는 적극적으로 홀로 있기를 추구하던 사람이었다. 그가 보냈던 편지에는 “아무래도 나는 집에 머무는 데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것 같습니다”(54쪽)라며, ‘건설적 고독’을 누리는 모습이 보인다. 소로는 몸을 쓰는 노동을 하며 사색을 하고, 글을 쓰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팬데믹으로 인한 거리 두기의 시대에, 소로의 이러한 ‘건설적 고독’은 현대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어떤 사람은 집에서 수백 또는 수천 마일 떨어진 곳까지 가서야 비로소 여행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째서 집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지 못하는 걸까?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멀리까지 가서 자세히 살펴야 하는 걸까? 이런 의미에서 집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는 여행자는 적어도 한 고장에서 오래 살아서 정확하고 유익한 관찰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 만약 누군가가 토박이로서 익혀온 앎에서 시작해 거기에 여행자로서의 앎을 더한다면 자국인과 외국인 모두 그의 책을 읽게 될 것이고, 세상에도 분명 보탬이 될 것이다. _44~45쪽
작가 소개
지은이 : 헨리 데이비드 소로
1817년 7월 1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서 태어났다. 1837년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후 콩코드로 와 잠시 교사로 일했으며, 그의 형 존과 함께 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시인이자 사상가 랠프 월도 에머슨의 권유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으며, 에머슨이 편집위원을 맡고 있던 <다이얼>에 시와 산문 등을 기고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중요하게 여긴 소로는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고 2년여 동안 간소한 생활을 영위했다. 그리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월든』을 썼다. 『월든』은 19세기에 쓰인 가장 중요한 고전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평생 물욕과 상업주의, 국가에 의한 불의를 비판했으며 정의와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두세 납부를 거부해 투옥되기도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쓴 『시민의 불복종』은 훗날 간디, 마틴 루서 킹 등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1859년에는 노예제 폐지 운동가 존 브라운을 위해 의회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노예제 폐지 운동에도 힘을 쏟았고, 활발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펼쳤다. 1862년 5월 6일, 폐결핵이 악화되어 생을 마감했으며, 고향 콩코드의 슬리피 할로우 묘지에 묻혔다.
옮긴이 : 박명숙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보르도 제3대학에서 언어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프랑스 고전주의 문학을 공부하고 ‘몰리에르’ 연구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와 배재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출판기획자와 불어와 영어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 『제르미날』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전진하는 진실』, 오스카 와일드의 『심연으로부터』 『오스카리아나』 『와일드가 말하는 오스카』 『거짓의 쇠락』, 제인 오스틴의 『제인 오스틴의 말들』, 알베르 티보데의 『귀스타브 플로베
르』, 조지 기싱의 『헨리 라이크로프트 수상록』, 도미니크 보나의 『위대한 열정』, 플로리앙 젤러의 『누구나의 연인』, 프랑크 틸리에의 『뫼비우스의 띠』 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 차
들어가며 9
자연 가운데서 건설적 고독을 추구했던 소로,
이 시대에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그의 문장들
이 책에 인용된 저작물과 편지들 31
독자 여러분에게 33
Ⅰ 걷기와 여행 35
Ⅱ 자연과 시간 61
Ⅲ 삶의 기술 105
Ⅳ 소로의 계절 161
Ⅴ 단순한 삶과 고독, 우정 213
Ⅵ 글쓰기의 기술 275
Ⅶ 일과 배움 325
Ⅷ 시민과 정부 359
헨리 데이비드 소로 연보 383
참고문헌 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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