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구겨진 마음을 환하게 해주는
김은지 원장의 세상을 밝히는 돌봄 이야기
이 책, 《이제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에는 그 누구보다 마음이 힘든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데 힘쓰고, 돌봄의 가치를 세상에 널리 퍼뜨리려 노력하는 정신과 의사 김은지 원장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연대와 돌봄, 치유와 성장을 잊고 앞으로 달려나가기만 했던 우리의 가슴 한 켠을 녹여줄 이야기들을 만나보자.
▶ 우리를 망가뜨릴 수 없다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각박함이 가중되고 있던 세계를 더 어둡게 만들고 있다. 갑자기 닥쳐온 감염병 재난에 정신적·육체적으로 타격을 받은 사람들을 위해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에서 한 정신과 의사가 ‘재난 후 꼭 오는 트라우마 함께 이기고 성장하려면’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이 강연은 6만 뷰를 달성하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오면서 보니까 벚꽃이 활짝 폈더라고요. ‘아름다운 봄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왔는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로 시작된 강연은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우리에게 예전과 다름없던 평범한 일상이 시작될지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로도 우리는 국정농단, 대통령 탄핵, 경제 위기에 이어 코로나19까지 다양한 사회적 재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예상과 달리 재난이 지나가고 나면 또 다른 재난이 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큰 재난이 지나가면 사람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배를 타기가 무서워지고, 밖에 나가는 것이 긴장되며, 기침만 해도 큰 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트라우마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서로를 돌보겠다는 따뜻한 마음과 공감, 연대감만 가지고 있어도 해낼 수 있다.
“처참하고 잔인한 재난의 경험 속에서 만났던 보석 같은 순간과 기적 같은 희망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사회적 트라우마를 겪은 뒤 제가 만난 사람들은 서로를 보듬으며 치유되고,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 소중한 경험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_머리말 중에서(10p)
▶ 묵묵히 기다리는 시간
연대, 돌봄, 치유, 성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제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의 1장, ‘연대’의 부제는 ‘나는 당신과 함께입니다’이다. 부제와 같이 연대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힘들어하는 누군가의 곁에 있어 주는 것, 상대방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그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 또한 연대의 한 방법이다. 단순한 도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사람들의 뜻에 동의하고, 함께 행동하는 일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다음 날 학교에 출근하니까 선생님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시며 몸은 괜찮은지 안부를 물으셨습니다. 아이들과 1박 2일을 지내고 나자 제가 단순히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함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입니다. 단원고와 저의 연대가 시작된 순간이었습니다.”
_<필요할 때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것> 중에서(26p)
또 연대에는 ‘기다림’이 필수로 동반된다. 실제로 저자는 단원고에서 2년 동안 스쿨 닥터로서 있으면서 가장 많이 한 것이 기다림이었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상태를 기계적으로 묻고 정신과 의사로서 판단을 내리는 일은 꼭 저자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자리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믿고 마음속 트라우마를 먼저 꺼내어 보여줄 때까지.
“제 역할은 먼저 묻거나 다가가는 것이 아닙니다.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큰 슬픔이 있는지 알고 있고, 굳이 물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요.
(중략)
먼저 다가가기보다는 힘들 때 원하는 만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남는 게 제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에, 저는 그저 기다립니다.”
_<묵묵히 기다리는 시간> 중에서(32~33p)
▶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
돌봄과 치유, 성장은 한 몸이다. 진심을 다해 누군가를 돌보면 언젠가 상대방은 치유되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의 힘듦과 트라우마도 함께 치유된다. 그렇게 치유된 사람들은 손을 꼭 붙잡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연대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각자의 아픈 부분들을 돌보아주다 보면 우리의 마음속 슬픔은 어느샌가 조용히 녹아 없어질 것이다.
“어떤 존재를 돌보기 위해서 스스로의 감정과 욕구를 조절하고 인내하며 난관을 헤쳐 나갈 때 우리는 스스로를 성장시켜 나갑니다. 혼자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을 누군가를 돌보게 되면 흔쾌히 하게 되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무언가를 보살피는 일은 동시에 나를 돌보고 조절하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 성장한다는 것은 분명 멋진 일임에 틀림없지요.”
_<단이와 원이> 중에서(89p)
돌봄도 마찬가지지만, 치유의 과정은 특히 험난하기 마련이다. 같은 재난을 겪어도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따라 재난의 기능과 역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재난으로 유발되는 일반적인 트라우마 증상을 확인할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을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과정은 우리가 트라우마를 완결시키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튼튼한 발판이 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안전에 대해서, 사회의 분열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상처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요. 그때 구하지 못했던 아이들, 그때 미처 하지 못했던 행동들. 이 모든 것들을 완결시키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오늘도 안전과 신뢰를 쌓으려 노력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_<빌리 홀리데이가 갈망한 것> 중에서(181p)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안정된 마음을 가지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정신적으로 한 걸음 성장하려면 자신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아집을 내려놓고, 일어나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트라우마가 생겼던 것을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으니, 그때의 나 자신에게서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돌봄과 치유의 과정을 같이 해온 주변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자연스럽게 성장의 계단을 오르고 있는 나를 문득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해결 중심 치료에서 내담자는 문제를 해결할 자원을 가지고 온다고 합니다. 때문에 치료자는 내담자를 존중하고 강점을 키워주는 데 주력하지요. 어른들이 아이들의 상처에 잘 공감해 주되, 스스로 세상을 안전하게 만들려는 자발성과 가능성에도 집중하면 어떨까요?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세상의 온도를 높이겠지요.
집에 가서 아이의 마음을 천천히, 더 많이 들어봐야겠습니다. 그 속에 있는 가능성들을 함께 발견해주는 것이야말로 어른들의 역할일 테니까요.”
_<세상의 온도를 높이는 법> 중에서(208p)
▶ 그 일은 나를 선택하였습니다
김은지 원장은 어떻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일을 내려놓고 바로 단원고에 가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는지 묻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단원고에 가기로 마음먹은 데에는 거창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저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할 때 곁에 있는 것. 그 일이 나를 선택하였습니다.”
정신과 의사를 위한 행정적인 지원도 없었고 학교 안에 마땅한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있었기에 손 놓고 바라보기만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저자는 우리나라 최초의 스쿨 닥터가 되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아이들 가까이에서 2년 반 동안 전문적인 치료를 꾸준히 제공하면 최소한 반 정도는 나아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일을 누군가 할 수 있다면, 내가 그 일을 선택할 수 있다면 의사로서 당연히 하는 쪽을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닐까?”
_<그 일은 나를 선택하였습니다> 중에서(239p)
마음이 힘든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데 누구보다 힘쓰는 사람. 돌봄의 가치를 세상에 널리 퍼뜨리려 노력하는 사람. 저자 김은지 원장을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끊임없이 밝히려 하는 저자의 노력은 2020 국가 인권 위원회 인권상 수상 등으로 빛을 보고 있다. 《이제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는 그 빛을 다듬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과정이다. 마음이 고통받고 있다면, 주변에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김은지 원장의 따뜻한 마음을 얻어보자.
작가 소개
고양이와 꽃, 캠핑과 가드닝으로부터 사랑과 자연의 섭리를 배우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내 손으로 직접 누군가를 돕고 싶어서 의사가 되었고, 세월호 참사 때 단원고에서 스쿨 닥터로 일한 것이 인연이 되어 안산에 위치한 의원과 센터에서 마음의 상처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회복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로서, 마음 건강 센터 센터장으로서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데 힘쓰고, 청소년 모바일 센터 센터장으로서 청소년들의 우울, 자살을 예방하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한 소아 청소년 정신의학회, 한국 트라우마 스트레스 학회 등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에도 관심이 많아 경찰청 인권 위원회 등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결과 2020년 국가 인권 위원회 인권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목 차
머리말 8
1장 연대
나는 당신과 함께입니다
일상의 회복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19
필요할 때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것 23
묵묵히 기다리는 시간 30
빨리 알수록 덜 외로운 사실 하나 35
연대, 그 놀라운 힘 41
같이 또 따로 48
The man next door 54
Bless you 62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 빛이 날 때가 있습니다 70
2장 돌봄
곁에서 함께 견뎌줄게요
돌봄의 행복 79
단이와 원이 86
그토록 힘든 시간을 버텨낼 수 있게 한 힘 90
산소 마스크를 엄마가 먼저 쓰는 이유 95
돌보는 사람들을 위한 돌봄 101
쿵푸팬더 105
경계를 지켜주세요 111
인간의 회복 탄력성 분석에 대한 연구 118
우리 사회가 환멸기를 지나 회복기로 가길 124
3장 치유
이제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
현재를 향유하는 순간 135
내게 찾아온 우울을 극복하는 법 139
마음의 선글라스 벗기 143
진짜 내 편 147
너와 함께하는 혼자만의 여행 155
당신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바란다 160
벗어나고 싶으시군요 163
마담 프루스트의 정원 170
빌리 홀리데이가 갈망한 것 176
마음 꽃집 184
트라우마로부터 회복된다는 것 188
4장 성장
살아내고 사랑하고 꿈을 꿉니다
포기하지 않고 살아줘서 고맙다 197
세상의 온도를 높이는 법 204
마지막 상담을 정리하며 209
치료자는 약속을 지킨다 214
수호신 곰돌이 220
스스로 내려놓고 나를 자유롭게 하세요 224
일상과 트라우마 사이의 영원한 진자 운동 228
마음이 어지러울 땐 ‘꽃멍’을 해요 234
그 일은 나를 선택하였습니다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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