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유태안 시인은 규칙적 리듬이나 단어의 공간적 배치 같은 형식을 뭉개버림으로써 문장이 아무 곳으로나 자유롭게 흐르도록 한다. 또한 마침표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앞뒤 문장 사이의 단절을 허락하지 않고 그것들을 겹치게 혹은 섞이게 한다. 그리하여 그의 시에서 한 의미는 늘 다른 의미와 중첩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형식적 배치야말로 그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그가 볼 때, 이 세계에 명료한 의미나 개념, 혹은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의미와 가치들은 혼성적이며 다층적이고 파편적이다. 이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명쾌하고도 단순한 서사란 없다. "문장의 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상징계의 벼랑이고, 주체가 실재계로 건너뛰는 지점이다. 그 극점에서 "어디로 가긴 가야 할 텐데", "날개의 축복은 너무 짧"다. 실재계로 진입하지 않는 한. 이 세계에 동질성과 통일성의 서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포기할 때 예술도 없다. 예술은 불가능의 지점에서 가능성을 꿈꾼다. 주체가 실재계로 넘어가면서 "금방 식어버"리는 "노을"의 운명을 견딜 때, 빛나는 언어가 탄생한다.
- 오민석(문학평론가 단국대 교수)
작가 소개
지은이 : 유태안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
전 강원고등학교 교사
2020년 현 강원중학교 교장
詩門 동인
200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은유로 나는 고추잠자리』 (2016)
시집 『아이러니 염소』 (2019)
2019년 『아이러니 염소』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최근작 : <말의 사다리 오르기>,<아이러니 염소>,<은유로 나는 고추잠자리> … 총 4종
목 차
1 아포리즘 식탁
연수 1 12
연수 2 13
연수 3 14
연수 4 15
괄호 열고 16
암벽등반 17
줄이 없는 메모지 18
기도의 효력 19
돌탑 쌓기 20
모순 형용 21
끝 22
잠을 자고 나면 어김없이 내일이 왔지 23
가장 무서운 적 24
소셜, 少舌 25
의문에 대한 질문 26
줄 27
눈물에 대한 창의적인 접근 28
뻐꾸기 소리는 원래 아름다운가 29
관계-결혼 30
지붕 위의 고양이 31
2 매트릭스
열린 문 안 34
연주, 가을 35
리셋을 위한 탐색 36
투모로우 이유 37
리듬 의식 38
닫으면 또 열리는 39
누아르 40
우물 청소 41
고해성사 42
공중 사냥터 43
테스 44
통증 주사 45
맛없는 식사式辭 46
거북의 발견 47
가장 아름다운 시 48
명命 49
3초의 기억력 50
슬픔의 해석과 재구성 51
마네킹 52
오프라인의 추억 54
도널드 덕 55
3 천혜향
안부 58
詩를 타고 가다 59
간이역 1 60
간이역 2 61
천혜향 62
귀 청소 64
용도 변경 65
반 고흐 66
인사받는 거리 67
종이 접기 68
도깨비 동굴-詩門 합평회에서 69
카페 예부룩 70
빨간 모자 71
새콤달콤 72
타임머신 73
학교종이 땡땡땡 74
설레는 귀가 76
산 너머 고향 77
이사 78
조우 80
4 나무들 처럼
눈썹달 82
삼나무가 있는 풍경 83
유리벽 84
언덕 너머에 가본 적 있나요 85
하늘말나리 86
장대 끝에서 87
나무들처럼 88
나팔꽃 89
청설모 90
물잠자리 91
연주, 오늘 92
클린 존 93
너도 민들레 94
오늘 그리고 라일락 향기 95
오래된 시집 읽기 96
맹꽁이 소리 97
위 아래 98
섬 1 99
무늬 조약돌을 주웠다 100
줄 저 너머 파란 101
5 은유로 오늘
포의 명분 104
이름의 껍질 속 105
회전문 안에서 106
빨간 맨드라미가 있는 길 107
벽에 걸어 보는 108
날개의 의미 109
세탁기 110
통로 나에게로 111
모자 112
순간이동 113
은유로 오늘 114
빈 가방 115
참새 116
언어유희 117
샤라자데는 어디에 118
골짜기가 있는 풍경 119
뒤란 뒤란 120
캐스트 어웨이 121
맛없는 유희 122
제목 찾기 123
[해설]
파편화된 현실에 대응하는 법
―유태안 시집 『말의 사다리 오르기』 읽기 127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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