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불완전한 여행의 결말,
다정한 구속과 무뚝뚝한 위로가 공존하던 그곳을
서른 개의 밤과 서른 개의 낮으로 추억하는 여행의 마침표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행의 변수는 오직 나. 내 시간과 돈만 확보되면 여행은 언제든 가능하리라 여겼다. 그런 세상을 살았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길’이 막혔다. 내 잘못은 아니었다. 전 지구적인 팬데믹 현상으로, 가려고 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공동체에 폐를 끼칠 수 있고 여행 앞뒤로 ‘자가격리’를 이유로 소요될 시간은 생계를 위협할 수준이다. 그러니, 여행은 언감생심이 되었다. 이제 평화롭게 여행을 구상하고, 한가로이 다른 도시를 걷는 일은 아득히 멀어졌다. 언제가 가능하다고 예측하기도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책을 냈다. 아니, 이런 상황이니 여행책을 썼다.
언제든 가능할 때의 여행은 어쩌면 ‘완전한 여행’이었다. 다녀온 곳은 재빨리 온점을 찍고, 다녀올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시 떠날 날을 희망하며, 그간 저자가 다녀온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네팔 그리고 남미를 추억하는 지금에서야 그 ‘불완전한 여행’의 온점을 찍기 위한 저자 자신의 위로이자, 여행을 그리워하는 그리고 언제든 떠날 수 있었던 그때를 기억하는 많은 이를 위한 다독임이다. 언제가 떠날 수 있는 그때를 위해 여행에 대한 지난 기억을 연료 삼아 곱씹으며 버티자고, 언젠간 떠날 수 있을 테니 여행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게 하자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언젠가 걸었던 길을, 언젠가 올려보았던 밤하늘의 별을 떠올리며 앞으로 떠나게 될 여행을 상상하며 희망할 것이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 여행이다
이 책은 2020년 이전에 수년간 홀로, 일부는 둘이 떠난 여행지에서의 일을 비교적 최근에 기록하며 반추했다. 외로워지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저자는 혼자 떠난 길에서 사람을 만났고, 둘이 떠난 길에서 혼자가 아니어도 좋을 수 있음을 배웠다. 여행 정보와 감상이 가득한 책이라기보다는 길에서 만나게 된 또 다른 나, 철저히 이방인으로 만난 그곳의 사람들, 그 어떤 감상도 허용하지 않는 타국의 밤하늘을 보며 느낀 저자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자유롭게 떠날 수 없게 되어서야 느낀 진짜 떠난다는 것의 의미를 떠올리며 여행을 사무치게 그리워하기로 했다. 다시 떠날 수 있게 될 날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여행지에서의 밤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사뭇 감성적으로 만드는 마력이 있다. 낮에 걸었던 길, 만난 사람들, 낯선 풍경들을 숙소에서 되새기는 그 시간은 어쩌면, 내가 오롯이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일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떠나기를 원하고, 여행을 희구하는 걸지도 모른다. 일상이 쉬이 허락하지 않는 그 한때를 찾아 먼 나라, 이국의 도시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얻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온전히 누리고 싶어서 말이다. 이 책은 서른 개의 밤과 서른 개의 낮으로 기억하는, 개인적이고 내밀한 여행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행서이기도, 아니기도 한
언젠가 떠날 당신과 나를 위한 다짐
저자는 이 책을 여행책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각자 여행책에 대한 정의가 다를 수 있지만 이 책에는 여행 정보가 가득 담기지도, 저자가 여행자나 모험가도 아니어서다. 이 책이 여행책이라고 한다면 진정한 여행자들이 쓴 책에 실례가 될지 모른다는 노파심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책은 여행에 관한 책이므로, 여행책이다. 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생각하지 못했을, 쓰지 못했을 내용이 수두룩하다. 그렇기에 ‘여행책은 아닙니다만’, 여행책이다.
동시에 이 책은 저자 자신을 위한 책이다. 차갑게 식어버린 잿더미 안에서 미약하게나마 빛을 내며 최선을 다해 타고 있는 여행에 대한 마음을 향한 부채질이자, 여행에 관한 그동안의 기억을 조각내어 장작으로 던져 주고 다시 큰 모닥불로 불길을 살리고 싶은 욕심이, 평소라면 꿈도 꾸지 않았을 글을 쓰게 했다. 팬데믹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평소 여행 생각이 없던 사람도 여행을 꿈꾸게 만들었다. 이 책은 언젠가 반드시 떠나게 될 그 날을 기다리며 당신만의 여행을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그 여행지에서 이 책의 한 구절쯤 떠올리기를 감히 희망하며 당신과 나, 우리의 끝나지 않을 여행을 응원한다고 말한다.
작가 소개
남기형
연기자演技者, ‘영화나 연극 따위에서 전문적으로 연기를 하는 사람.’ 이 정의처럼 나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다. 연기는 갈수록 더욱 호기심을 동하게 하는 것이기에 사람들이 내게 직업을 물으면 배우라고 소개하는 편이다.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creator, ‘Arirang은 고양이들 내가 주인’이라는 유튜브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구독자들에게는 ‘큰 고양이’ 등으로 불리지만, 엄연히 인간의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호기심好奇心, 나를 정의하는 말을 고른다면 바로 이 단어일 듯하다. 거의 모든 행동의 원동력이자 책을 쓰고, 여행을 갔다 돌아오고, 유튜브를 하고, 무언가 끊임없이 배우게 하는 것들의 본질. 내가 죽는 날은 물리적으로 생명이 다하는 날이라기보다, 호기심이 사라진 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쉬지 않고 늘 무언가 하고 산다. 극단 사람들과 함께 일 년에 몇 편씩 극을 올려 무대에 서고, 영화를 찍으며, 1인 미디어 활동을 한다. 틈나는 대로 책을 읽으며 여행을 떠나는 것이 삶의 낙이다. 예상치 못한 복병으로, 두 가지 삶의 낙 중 하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므로 그 시간을 추억하고 그곳의 사람을 반추하며 그 기억으로 당분간 위안 삼아 버텨보자고 결심했다. 이 책은 그렇게 썼다. 개인적인 여행의 기억이지만, 여행을 갈망하는 많은 사람에게 언젠가 반드시, 다시 떠나게 될 날을, 그간의 기억을 버팀목으로 기꺼이 기다리자고 감히 제안한다.
목 차
밤_프롤로그
part 1 ○ 밤 night
밤 01_아이슬란드, 자정, 오로라
밤 02_기다림이 행복이 될 수 있음을
밤 03_이방인에게, 신의 축복을
밤 04_칠흑 같은 밤에도 길을 찾아 달린다
밤 05_어쨌든, 친구가 있으니까
밤 06_별 헤는 밤
밤 07_때로 위로는 음악처럼
밤 08_‘셀카’ 말고, 셀프 ‘우쭐’
밤 09_그것의 쓰임
밤 10_침이 고인다
밤 11_사막의 밤 추위를 이기는 힘
밤 12_떠나온 사람, 머무는 사람
밤 13_남의 밥상에 숟가락 얹기
밤 14_공항에서 밤을 지새운다면 ― 이것은 실전
밤 15_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 했던가
밤 16_백야와 혐오 사이
밤 17_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는 순간
밤 18_strike, 스트라이크
밤 19_항구에 밤이 찾아와서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밤 20_나를 위해 웃을 수 있는 시간
밤 21_나와 너, 모두에게 같은 잣대이기를
밤 22_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걸 다 가지고 있다
밤 23_죽음을 긍정하며 삶을 받아들인다
밤 24_친구의 나이
밤 25_남의 고뿔보다 내 손톱 밑 가시가 더 아프다
밤 26_외로움과 공포는 단짝 친구
밤 27_색즉시공 공즉시색
밤 28_무제
밤 29_아미고, 남미
밤 30_부치지 않는 편지
낮_프롤로그
part 2 ○ 낮 day
낮 01_사막이 적막하다는 건 내 편견이었다
낮 02_여행의 프롤로그
낮 03_인종, 오해…?
낮 04_혼자가 좋지만 혼자는 외로워
낮 05_사념思念을 내려놓을 곳 한 군데쯤은
낮 06_여행에서 무의미한 시간은 없다
낮 07_기꺼이 인정하는 기쁜 패배감
낮 08_산티아고 역사상 최대 시위, 그 현장에서
낮 09_슈퍼히어로의 고충
낮 10_얻어먹은 밥, 사 먹은 밥, 해 먹은 밥
낮 11_같은 잠자리에서 다른 꿈을 꾼다, 同床異夢
낮 12_길 위에서 만난 인연
낮 13_Life On Earth
낮 14_무제
낮 15_그냥, 저런 형
낮 16_그 무엇도 아닌 그 책
낮 17_나만의 여행 의식
낮 18_불행한 행복론
낮 19_무제
낮 20_불안이 나를 잠식할 때
낮 21_여행이 시작되는 순간
낮 22_떠나는 이유
낮 23_커피를 가장 맛있게 마시는 방법
낮 24_솔푸드,일까나?
낮 25_집착할 수밖에 없잖아 1
낮 26_집착할 수밖에 없잖아 2
낮 27_이방인 사진사
낮 28_인류 공통의 감정
낮 29_별의 구성 요소
낮 30_GOING MY WAY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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