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마음 턱 놓고 간다

시인은 길을 찾지 못한다. 그래서 무작정 길을 나선다. 시인은 "사찰 앞 연못"을 찾아 자연 속에서 그 길을 찾아본다. 하지만 거기에도 길이 있을 수는 없다. 시인은 그것을 "이때 거북이가 가부좌를 풀고 / 발 빠르게 물속으로 사라진다"라고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거북이로 상징되는 어떤 돈의 길이 허망하게 머릿속에서 떠나버리는 느낌을 감각적으로 잘 표현한 대목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 사라져 버린 길이 바로 문이고 사고의 출구이며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이다. "문이 없는 문"이 가능한 것은 벽이 없기 때문이다. 벽으로 구획을 짓고 훌입문을 만들어야 우리는 모든 것이 자기 것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그 안에서 길을 잃고 갇히고 만다. 자연에서 길을 찾는 것도 어쩌면 자연을 자신의 관념으로 구획 짓는 것에 불과하다. 그 구획을 버리고 벽을 없애고 길을 지우고 바라볼 때 세상이 모두 완전한 문이 되는 것이다. 시인은 자연 속에서 방황하고 길을 잃다 이 큰 깨달음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