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없이 사랑했던 사람들과
죽는 날까지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있다.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었던 가치와 황금 같은 기억들.
정염과 고독의 시간이 지난 후 그는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과연 내가 아는 모든 것은 그것을 사랑했기에
알게 된 것들인가.
성찰과 각성이 일으킨 사유의 불꽃,
이제 그 빛의 따뜻한 경계 안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문체 미학의 대가, 소설가 한수산의 아름다운 세계가 펼쳐진다.
한수산 산문집
<우리가 떠나온 아침과 저녁>
-한수산 지음
‘내가 아는 모든 것은 그것을 사랑했기 때문에 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말이다. ‘작가의 말’, 맨 첫 문장으로 등장하는 이 말은 소설가 한수산이 지난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대륙의 시간을 건너 노년이라는 간이역에 이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인 듯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꿈꾸었던 여행지는, 청춘의 진혼곡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은 세 곳. 미켈란젤로의 조각이 있는 이탈리아의 피렌체와 테너시 윌리엄스가 살았던 미국 플로리다주의 키웨스트 그리고 화가 폴 고갱이 묻힌 히바오아섬의 갈보리 묘지다. ‘언제쯤’ ‘꼭 이곳만은’이라는 단서를 붙이며 그리워했던 곳이다.’
27년의 작가 혼을 불살라 일제의 강제징용 문제와 역사 왜곡을 고발한 소설 <군함도>의 작가 한수산의 독백이다. 살벌한 역사의 전쟁터에서 이제 막 귀향한 군인처럼 드디어 우리는 문학의 본령으로 돌아온 그의 아름다운 문체를 만날 수 있다. 산문시처럼 투명한 문장과 깊은 사유의 언어로 다시 독자를 찾아온 소설가 한수산. 더 향기롭고 그윽해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은 하룻밤 사이 머리칼이 하얗게 새버린 콜베 신부가 돼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말대로 결코 짓밟혀서는 안 되는 인간으로서의 자존, 끝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찾아 헤맸던 꿈과 자유, 결코 물러설 수 없었던 그 모든 가치가 하나씩 붕괴되고 무너지는 것을 볼 때 그리고 더 이상 그것을 지킬 힘이 남아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될 때 우리의 존재는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서글퍼진다. 이제는 그리움도 아픔이 된다는 소설가 한수산의 고백 앞에서 더욱 처연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다. 오랜만에 만나는 한수산의 산문집 <우리가 떠나온 아침과 저녁>을 통해 독자는 그가 잠시 열어두었다는 마음속 다락방으로의 아름다운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1946년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자랐다. 경희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사월의 끝」이 당선되고 1973년 한국일보 장편소설 공모에 <해빙기의 아침>이 입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부초> <유민> <푸른 수첩> <말 탄 자는 지나가다> <욕망의 거리> <군함도> 등이 있다. 오늘의작가상, 현대문학상,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목 차
작가의 말
사랑했기에 알게 된 것들
1장
내가 아는 모든 것은
그것을 사랑했기 때문에 안다
· 어제 꿈꾸던 세 곳으로의 여행
· 추억이라는 이름의 전차
· 강물을 맞이하는 시간
· 그것을 사랑했기에
· 화가 오수환과 가을을 가다
2장
나와 만나 우리가 되어
· 딸이 떠난 방
· 이호 바닷가에 서서
· 재즈 페스티벌에서 돌아오며
· 아들과 함께
· 우리들의 12월, 그날
· 나의 첫 강아지, 봉봉이
· 달이 뜨면 가리라
3장
사랑의 기억으로
· 고맙습니다, 독자여
· 치악산의 얼음물은 녹아 흐르고
· 영원한 담임, 뚝지
· 글은 쓰는 게 아니다, 고치는 것이다
· 오동나무도 날아다닌다
4장
저무는 숲에 눈은 내리고
· 자작나무를 심었던 그때
· 이루어지지 않는 꿈도 있기에
· 격투기와 테니스
· 한해살이 꽃을 심는 마음
· 늙은 마음으로 나무를 심으며
· 잠 못 이루는 깻잎을 위하여
5장
잘 있어, 그리고 고마웠어
· 담배에게
· 술에게
· 물 위에 쓰는 편지, 레티치아 수녀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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