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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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김진영
출판사항한길사, 발행일:2021/03/10
형태사항p.281 46판:20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5668588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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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사랑의 역설
왜 우리는 언제나 너무 늦게 사랑하는 걸까


철학자 김진영이 말하는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가 삶에서 경험한 사랑은 고귀하고 진실하며 언제나 숭고한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빈자리를 통해서 드러나게 되는 역설적인 사랑이다. 그의 아포리즘에서는 아우에 대한 진심 어린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어느 날 아우가 갑작스럽게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김진영은 억누를 수 없는 슬픔을 마주한다. 추석이 되어도 앞마당의 붉고 푸른 대추를 딸 사람이 없어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고 아우의 환영이 햇빛 아래에서 금방이라도 말을 건넬 듯하다. 그는 빈 의자를 바라볼 때도 그저 사물로써의 의자가 아닌 의자 너머의 아우를 추억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내가 아니라 물건이 더 아프게 그를 기억한다”며 먹먹함을 전해준다. 아우에 대한 생각은 꿈에서조차 그를 떠나지 않으며 사물을 바라볼 때 그리움은 더욱 간절해진다.


패러독스


가슴은 빙하.
물고기 한 마리 살지 못한다.
머리는 사막.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한다.
그러나 묘한 일.
이럴 때 나는
사랑을 확신한다.


김진영의 아내 김주영은 “「패러독스」의 한 구절처럼 아우를 잃은 그의 가슴은 빙하 그 자체”였을 거라고 그때를 회상한다. 그러나 김진영은 “그때 사랑을 확신”했다면서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아우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담아 아포리즘을 완성했다.
그를 짓누르는 아우에 대한 생각은 오래된 외투 같다. 너무 오래되고 낡고 무겁지만 차마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그에게 아우는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풀 수 없는 캄캄한 비밀이 되어버렸다. 때때로 우리는 이미 지니고 있는 것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그 소중함을 간과한다. 김진영은 우리가 가졌던 것을 잃었을 때 비로소 그 빈자리를 경험하게 되며 그것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되는 사랑의 역설을 통감한다. 사랑의 대상은 영원히 붙들어놓을 수 없지만 사랑의 흔적은 지울수록 더욱 또렷해져 우리 마음에 오래도록 머문다. 우리는 늘 에두르고 감추며 사랑을 숨기려 하지만 사랑은 끊임없이 우리를 습격한다. 그렇기에 그의 말처럼 사랑의 시간은 자꾸만 뒤로 가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 다가온 사랑
삶은 왜 그렇게 불완전하고 신산스러운 걸까


김진영의 아포리즘이 특별한 이유는 인간의 아름다운 면모를 찰나의 순간에 포착해 사진처럼 한 폭의 글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그가 마주한 혹독한 경험은 우아한 문장으로 탄생한다. 독일에서 만난 친구 C는 오른쪽 폐의 일부분을 절제했다. 병원에서 지내는 C가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일은 가장 먼저 다가오는 무언가를 껴안는 것이다. 전이되지 않으면 완치 가능성이 70퍼센트라는 의사의 말이 무색하게 C는 수술을 마치고 요양병원으로 향한다. 김진영은 시립 요양소에서 어린 시절에 아픔을 겪고 밥 대신 초콜릿만 먹다가 300킬로그램이 되어 움직일 수 없게 된 스무 살 환자 카티를 만나기도 한다. 그는 카티의 거대한 몸은 초콜릿이 아닌 침묵 때문이라고 믿는다. 카티는 초콜릿만 먹기 시작하면서 실어증 환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카티를 보살펴주고 병실을 나갈 때 늘 인사를 건네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묵직한 침묵뿐이다.


우리는 허파로만 숨을 쉬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상처라는 아가미로 더 많이 산소를 마시는지 모릅니다._「상처」 중에서


사람들은 저렇게 아름답고 완벽한 물건을 만드는데 삶은 왜 그렇게 불완전하고 신산스러운 걸까._「백화점」 중에서


김진영에게 죽음은 삶의 어디에서나 존재하며 예상치 못하는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을 덮친다. 그렇기에 그의 삶은 한없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그러나 그는 혹독한 현실에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그는 병상에서도 공부를 놓지 않고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C를 위해 김밥을 쌌고, 침묵의 무게만큼 묵직한 카티의 상처를 돌보면서 병실을 나설 때 바람처럼 불어오던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 따스한 시선 덕분에 그들의 죽음은 삶 속에 있을 수 있었다. 우리 도처에 죽음과 불안이 널려 있다고 해서 모든 인생이 우울하고 불온한 것은 아니다. 불우한 상황에서도 인간이 지닌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김진영의 시선은 한없이 따뜻하다.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혀주는 김진영의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이 아포리즘은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철학자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일
꿈속을 헤매는 불면의 밤과 멜랑콜리


불면과 멜랑콜리는 『사랑의 기억』에서 중요한 주제다. 이 두 주제는 철학자 김진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우리는 이를 통해 그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는 깨어 있을 때 막을 수 없는 어떤 신호처럼 멜랑콜리를 마주한다. 궁금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귀를 기울이지만 자꾸만 가라앉는 우울의 침강을 막을 수 없다. 불안과 우울을 끌어안고 잠드는 밤이면 어김없이 알 수 없는 난폭한 꿈과 마주하게 된다. 꿈과 현실의 경계는 늘 위태롭기만 하다. 그는 꿈에서 번뜩이며 자신을 돌아보는 수많은 눈을 발견하는가 하면 자기 자신을 칼로 찔러 죽이기도 한다. 현실과 꿈을 넘나들 때 오래도록 억압된 우울과 절망이 어느 순간 끔찍한 발작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처럼 그는 꿈에서도 불안을 안고 살아야 했다.


나는 늘 내 자리를 되찾은 것처럼 편안하다. 편안함은 내게 불안과 안도감의 균형이다. 불면은 언제나 꼭 그만큼의 거리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꼭 그만큼의 거리, 그건 내 경우 불면의 패러독스 안에서만 확인되는 그런 거리다.
_「꼭 그만큼의 거리」 중에서


꿈속에서조차 불안한 장면에 시달리는 그는 늘 쉽게 잠들 수 없다. 그 기나긴 밤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생각은 “나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김진영은 이 절박한 물음 속에서 해답을 찾는다. 삶에서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추구하며 불안과 공존하는 것이다. 그에게 편안함은 “불안과 안도감의 균형”이기에 불면 뒤에 가려진 행복 또한 그만큼의 거리를 유지해야만 찾아오는 것이다. 이 또한 불면의 역설 속에서만 확인되는 거리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김진영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사랑의 기억』은 잠 못 드는 밤 책장을 천천히 넘기며 읽는 우리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시적인 문장으로 가슴을 울리는 아포리즘
사랑은 이미 시작되었다


김진영은 건축물처럼 단단하고 정제된 언어로 담담하게 삶을 성찰했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우리는 의미가 불분명하거나 부자연스러운 문장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의 언어적 사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사 하나까지 주의 깊게 읽어야 할지 모른다. 의미 없는 문장의 단순한 나열이 아닌 섬세한 구조에 배어 있는 깊은 사유는 그의 단상을 더욱 견고하게 한다. 아름다운 문장의 향연 속에서 인물들은 생생하게 움직이고 철학과 문학을 아우르는 그의 심미적인 감각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렇기에 김진영은 “가장 마지막에 꿈꾸기 시작하는 사람” 즉 진정한 의미의 작가다.
김진영은 정제된 언어로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의 기억』에는 인간을 사랑하고야 말겠다는 김진영의 강렬한 의지가 담겨 있다. 삶은 시간에 침잠되어 잊히지만 세밀한 기억의 순간들은 우리와 함께 호흡한다.


“사랑이라는 말이 너무 난무해서 이 시대에는 더 이상 사랑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고 또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김진영은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늘 진정한 사랑을 발견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사랑을 기억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우리는 온몸으로 사랑을 거부하려 하지만 사랑은 어느새 우리 삶에 들어와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용기로 끌어안는 일은 모든 불안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어준다. 세상 안에서 또 다른 세상을 꿈꾸고 사유하는 사람, 김진영! 우리는 이 책으로 철학자 김진영을 추억하고 사랑을 기억할 것이다. 그 사람이 언제나 그립다.  

작가 소개

김진영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과 그중에서도 아도르노와 베냐민의 철학과 미학을 전공으로 공부했으며 그 교양의 바탕 위에서 롤랑 바르트를 비롯한 프랑스 후기 구조주의를 함께 공부했다.
특히 소설과 사진, 음악 등 여러 영역의 미적 현상들을 다양한 이론의 도움을 받아 자본주의 문화와 삶이 갇혀 있는 신화성을 드러내고 해체하는 일에 오랜 지적 관심을 두었다. 시민적 비판정신의 부재가 이 시대의 모든 부당한 권력들을 횡행케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믿으며 『한겨레』 『현대시학』 등의 신문·잡지에 칼럼을 기고했다.
대표작으로는 『아침의 피아노』 『이별의 푸가』 『낯선 기억들』 『상처로 숨 쉬는 법』이 있고, 번역서 『애도 일기』, 강의록 『희망은 과거에서 온다』 『철학자 김진영의 전복적 소설 읽기』 등이 있다. 홍익대학교, 서울예술대학교, 중앙대학교, 한양대학교 등에서 예술과 철학에 관한 강의를 했으며, (사)철학아카데미를 비롯한 여러 인문학 기관에서 철학과 미학을 주제로 강의했다. (사)철학아카데미 대표를 지냈다.

 

목 차

1 왜 우리는 늦게 사랑하는 걸까
 꿈꾸는 멜랑콜리
 아우를 위하여
 빈 의자
 다시 독일로
 어젯밤 꿈 1
소음
 삶
 흔적
 착각
 위로
 거울의 뒤편
 불면
 사랑의 습격
 사진 1
오래 기다리기
 어떤 지도
 행복한 동시성
 어디서 왔니
 세월
 아우라
 조찬담화
 헤겔과 마리화나
 섀도 복싱
 밤의 카페
 즐거운 졸병
 샴푸 냄새
 아마존의 연꽃

2 그 봄날의 이별
 추억의 밖
 장밋빛 인생
 결심
 변증법
 데자뷔 1
레드 와인
 기억 1
내 마음의 동물원
 해체주의자
 데자뷔 2
인텔리겐차
 첫사랑
 사로잡히기
 행복한 귀양
 거대한 말語
야유
 그곳
 불구경
 망각
 미움
 어떤 행보
 정밀검사
 진실
 햇살
 그곳으로 1
오이포리
 그 사이

3 오래된 착각
 응시
 오래된 착각
 소포클레스
 전조
 포옹 1
밀실 공포증
 생각
 낙타 1
어젯밤 꿈 2
브레이크
 신기루
 그리고 몇 사람은 혼자서 왔다
 행복한 죽음
 멂과 가까움
 어젯밤 꿈 3
카메라의 눈
 귀족
 추억의 늪
 뒷모습
 그 세상
 김밥
 상 블레지엥
 그들만의 언어
 초저녁 침대
 꿈의 반란
 냉소
 아득함
 패닉

4 또 다른 세상을 꿈꾸는 사람
 넝마주이
 귀여운 여인
 수석
 오래된 외투
 신호
 광대
 풍경
 히스테리 1
동물
 니르바나
 백화점
 기억 2
기억 3
패러독스
 세상
 헛소리
 거미줄
 낙타 2
스노비즘 1
아토피
 새벽의 악몽
 이중감정
 단순함
 멜로디
 알레르기
 사랑
 배꼽에 대한 명상

5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그립다
 꼭 그만큼의 거리
 낮은 소리
 히스테리 2
거울
 노인학
 적
 피곤
 기도
 포트레이트
 행복의 운명
 그곳으로 2
기억 4
슈샤인 보이
 막차
 스노비즘 2
명품 1
얼굴
 이상한 에코
 감정의 패배
 사라지는 것들
 연
 핑크 플로이드
 미로 게임
 새벽
 예감
 양심
 구토
TV 토론
 보석
 고독
 비전향 장기수

6 기억 너머에 대한 기억
 두 사랑
 데카당스
 화이트 노이즈 1
클로즈업
 욕망의 발견
 선택
 고래 아가리
 주방세제
 신세대
 멂
 클론
 명쾌함
 어떤 곳
 화이트 노이즈 2
명품 2
멜랑콜리 1
일루전
 사진 2
노동과 에로스
 소유의 정신
 시간의 침대
 고래잡이
 멜랑콜리 2
거꾸로 읽기
 바닥짐
 불협화음
 작가
 탈무드

7 안타깝지 않은 걸음으로
 정류장에서
 곱게 늙기
 희망
 상처
 비밀
 스승들
 포옹 2
손님
 소망 없는 행복
 밤 카페에서
 지붕
 입김
K 교수
 투포환
 샤먼
 그 어디에도 없는 곳
 깨어나기
 봄
 느낌
 먼지
 붉은 기억
 빛들의 상형문자
 메두사
 잔인한 미풍
 카프카의 욕망
 울림
 나비 한 마리

4년의 시간에 담겨진 그의 생각들
| 남편 김진영을 기억하며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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