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대부분의 소리는 금세 피었다가 지지만, 어떤 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기억과 마음에 뿌리내린다. 때때로 그 소리는 우리의 안에서 되살아나 우리를 울리기도 한다. 한번 작동하면 저절로 연주되는 오르골처럼.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쓰는 산문집, ‘문예단행본 도마뱀’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나를 울리는 소리』가 출간되었다. ‘나를 울리는 소리’는 책의 제목이자 여기 실린 17편의 글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오감(五感) 중에서 왜 하필 소리, 즉 청각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을까. 청각은 우리가 최초이자 최후로 느끼는 감각이다. 청각기관은 다른 감각기관보다 먼저 발달하고, 가장 늦게 닫힌다. 또한 귀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늘 열려 있다. 우리는 온갖 소리에 둘러싸여 살며,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죽음의 순간까지 듣는 일을 멈출 수 없다. 한 사람의 생애란 곧 그가 들은 소리의 역사인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들은 셀 수 없이 많은 소리 중에서도 아직까지 귓속을 울리는 특별한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싱어송라이터 다린, 록밴드 블랙홀의 주상균,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의 글에서는 음악인답게 소리에 예민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구현우, 김안, 박은정, 손미, 이현호, 조병준 시인의 글은 소리의 울림이 어떻게 마음의 울림으로 번지는지를 섬세한 필치로 보여준다. 김인숙, 박상, 이주란, 정진영 작가의 글에는 우리를 슬며시 미소 짓게 하는 위트와 재치가 있다. 철학자, 작곡가, 비평가, 미학자, 기타리스트라는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람혼 최정우의 글은 ‘울림’이 ‘울음’으로, 또 그 울림과 울음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선 ‘공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사유한다. 권효현, 이현철, 정이재의 글은 방송, 영화, 연극 등 각자가 몸담고 있는 현장의 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문예단행본 도마뱀’ 시리즈는 매 계절 새로운 주제와 새로운 필자들로 독자를 찾아가는 잡지이자 단행본이다. 잡지로서의 연속성과 단행본으로서의 독립성을 함께 가져감으로써 꾸준히 그리고 늘 새롭게 독자와 만나려는 시도이다. 이전까지는 책의 주제와 제목이 각기 달랐지만, 이번 호만큼은 주제가 그대로 제목이 되었다. 독자에게 ‘나를 울리는 소리’를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소리처럼, 눈길을 끄는 제목이 아니더라도 저 울림과 소리가 독자에게 닿을 것이라고 믿는다. 여기에 실린 글들이 모쪼록 읽는 이에게 눈으로 듣는 소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소리가 마음까지 울린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작가 소개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가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방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지낸다. 누가누가 더 오래 누워 있나 내기라도 하는 듯이.
목 차
야옹야옹 / 이현호
저기 사람이 있다 / 다린
아, 이게 무슨 소리니 / 박상
소공녀 / 권효현
소리, 반복, 일상, 망각 / 김안
주란아 / 이주란
악흥의 한때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 박은정
울음과 울림 / 람혼 최정우
빗속의 빗소리 / 구현우
나를 둘러싼 상자가 허물어질 때 / 말로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면 / 정진영
홍콩느와르 키드의 생애 / 이현철
Path5 / 손미
나를 울리는 소리 / 주상균
경계선 너머 / 정이재
소리 없는 초록빛 관종을 보기 위한 알림 / 김인숙
나를 울린 소리들 / 조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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