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불을 지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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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박소언
출판사항문학의전당, 발행일:2021/04/28
형태사항p.123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5896512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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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탈/은폐(隱蔽)의 뜨거움과 차가움


2015년 《심상》으로 등단한 박소언 시인의 첫 시집 『당신에게 불을 지펴야겠다』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38로 출간되었다. 등단 전후로 〈동서문학상〉, 〈김장생신인문학상〉, 〈백교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이미 작품의 우수성을 높게 평가받은 바 있는 박소언 시인은 감각적인 문체를 바탕으로 추상적 관념이나 개념에 휩쓸리지 않고 비유적 사물, 즉 객관적 상관물을 적절하게 선택해서 자신의 시적 특성을 풍요롭게 가꾸어 놓았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현실과 맞닥뜨린다는 점이 이 시집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 해설 엿보기


모든 부정적인 통계적 사건과 사실을 덮어두고, 방향과 결과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현대의 우리는 인류 역사상 자기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존재다. 우리는 우리의 ‘욕망과 능력’의 규모를 측정하고 그것을 실현할 ‘기술과 체계’의 힘을 매번 확인한다. 심지어 그 길의 끝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최종 파멸’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무의식의 차원에서는 여전히 ‘본능과 본성’을 오롯이 가려내지 못하고, 다른 말로 ‘소유와 존재’를 뒤바꾼 일상의 경험에 만족하고 만다. 그런 경험치에서 ‘해찰’은 쉽게 부정된다. 성취도로 계산할 수 없는 모든 것에 대해 적대적인 것이 바로 지금?여기 삶의 양태이고 정상적 사고이기 때문이다.
박소언 시인은 위의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나름의 ‘해찰’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시작(詩作)이란 결국 인생과 현실에 대한 오해나 무지를 계기로 하지 않고, 자신의 시적 지향이라는 빛에 의해 역(逆)으로 밝혀가는 것임을 작품을 통해 구체적으로 증명한다.


그 남자 엉덩이에 꽃망울이 부풀었다
외진 곳에 불뚝 피어난 뾰루지 하나
엉덩이에 뿔이라도 난 걸까
킥킥대며 나오는 웃음을 참아본다
거울 앞에 서서 뒤를 자꾸만 돌아보며
어린 식솔 운운하며 탓을 한다
통통히 여문 그 남자의 뾰루지
끙끙 앓으며 다문 입은 아닐까
수발들다 염증 난 싫증 같은 건 아닐까
뿔뚝뿔뚝 꽃으로 타올라
군불을 지핀 방처럼 따뜻하다
통증이 깊어져 뿌리라도 내리면
끈끈한 고약이라도 붙여줄까
뽀얀 살 등에 티 나게 부어올라
살갑게 맞닿아 비비던 저 노란빛
종자 같은 종기로 단단해지기까지
아무도 몰래 얼마나 손이 갔을까
호호 불어 성난 뿔을 달래주니
라라라 콧노래 부르며 헛말을 내뱉는다
금장 같은 훈장인 거지
튀어나온 남자의 흔적이 얄밉게
몽환의 노을처럼 빛나고 있다
사는 동안 꽃이 되라는 듯
붉은 외로움이야말로 그 남자의 섬
근육질을 먹고 두꺼워진 뾰루지가 아니던가
-「그 남자의 뿔」 전문


의도했건 하지 않았든, 시인은 창작의 각 시기에 따라 거기에 중심이 되는 ‘상징(어)’을 채택하거나 형성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일상의 평범한 어휘가 시의 중심 상징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어쩌면 한 시인의 시세계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위의 인용 작품의 경우에는 ‘뾰루지 → 뿔’의 성격 변화가 바로 그런 길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뾰루지’는 “뾰족하게 부어오른 작은 부스럼”이라는 사전 정의처럼 신체 변화의 시각적 증상이다. 굳이 의학적 전문 지식이 없어도 그 형태와 발생 지점을 보고 나름대로 원인을 유추하는 비교적 가벼운 병증이다. 이런 사정은 작품의 도입부에도 나타난다. “그 남자 엉덩이에 꽃망울이 부풀었다/외진 곳에 불뚝 피어난 뾰루지 하나/엉덩이에 뿔이라도 난 걸까”에서 ‘뾰루지’는 그 외형적 유사성으로 인해 ‘꽃망울’과 ‘뿔’로 비유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그냥 ‘뾰루지’ 즉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어떤 가벼운 병증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야기는 곧 반전(反轉)한다. 뾰루지가 생겨난 원인을 “어린 식솔 운운하며 탓”을 하는 ‘남자’와 “수발들다 염증 난 싫증 같은 건 아닐까” 생각하는 시인의 대화(?)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탓’은 말(언어)의 표면, 즉 지시된 것 이상의 의미를 찾아서는 안 되는 ‘외연(denotation)’일 뿐이고, 시인의 속말(“끙끙 앓으며 다문 입”)은 지시된 표면이 아니라 함축한 의미를 밝혀야만 하는 ‘내포(connotation)’라는 점에서 이 대화는 진정한 의미의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는 없다. 대화 상태에서 말 건네기가 오고 가는 동안 의미가 자연스럽게 흐르기보다는 외연의 과장(“라라라 콧노래 부르며 헛말을 내뱉는다/금장 같은 훈장인 거지”)과 내포의 심화(“사는 동안 꽃이 되라는 듯/붉은 외로움이야말로 그 남자의 섬”)가 단계적으로 드러날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인은 자신이 직접 목격한 시각적 사실에서 출발하여 그것이 생성되기까지 이면에 쌓여온 어떤 진실과 마주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스스로 발명해낸다. 그것이 이 작품의 제목이 ‘그 남자의 뾰루지’가 아니고 ‘그 남자의 뿔’인 이유다. 또한, 시인의 시적 지향이 겨냥하는 바를 대상의 크기나 온도, 친소(親疏)를 떠나 한결같이 ‘탈/은폐’라는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백인덕(시인)  

작가 소개

박소언
충남 금산에서 태어나 2015년 《심상》으로 등단했다. 〈동서문학상〉, 〈김장생신인문학상〉, 〈백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동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 차

제1부

 공 13
쪽방 14
그가 16
벽화 17
그 남자의 뿔 18
부부 20
물고기자리 22
섬 24
소통 25
배웅 26
상자 멀미 28
꽁초 29
각(角) 30
느리게 가는 상점 32

제2부

 외출의 꿈 35
완(碗) 36
어머니의 마중물 38
얼음꽃 40
밥 42
리옹 43
붉은 스웨터 44
망초꽃 46
고팽이 48
최후의 만찬 50
팔이 아프다 52
백모란 54
누에의 방 56
아버지의 손 58

제3부

 연못 61
금강을 바라보며 62
바다를 깁는 여인 64
홍시 66
봄봄 67
가시의 힘 68
가을 산 70
바다로 가는 계단 72
하얀 리본 74
꽃무릇 75
잃어버린 봄날 76
저수지 78
천태산 은행나무 80
질경이 82
불두화 84

제4부

 그 여자의 눈 87
따뜻한 알 88
돗통시 90
명품을 찾아서 92
문어의 꿈 94
실을 감는 부부 96
속과 속 사이 98
젖줄 여행 100
청풍 102
영정을 만나다 103
이총(耳塚) 104
혼불에 물들다 106
잃어버린 여자 108
퍼즐게임 110

해설
 탈은폐(隱蔽)의 뜨거움과 차가움 / 백인덕(시인) 111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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