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내 등을 떠미네

고객평점
저자한기봉
출판사항디오네, 발행일:2021/06/07
형태사항p.319 46판:19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57746958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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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언론인 출신 저자의 첫 감성 에세이
이 책은 평생 언론계에서 뾰족하게 세상을 바라봤던 사람이 아재의 나이에 한 남자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가장이자, 선량한 시민으로 돌아와 세상과 유려하게 수작하는 감성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비로소 온전하게 자기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앞을 머뭇거리고, 옆을 두리번거리고, 뒤를 기웃거리며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결국 자신의 천적은 자기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글은 내면의 끊임없는 기척이자 얼룩이자 곡비이자 숨비소리라고 표현했다. 그가 스스럼없이 내뱉은 독백은 희로애락을 견디며 살아온 이 시대 중년의 보편적 정서와 성찰이 담긴 연대의 손짓이기도 하다.
저자는 짧은 호흡으로 이루어진 60여 개의 글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상사에 대한 단상, 생활 속의 사적 경험, 주변 사람과 사물과의 관계, 가족, 남자와 여자, 젊음과 늙음, 세월과 계절, 자유와 구속, 시와 노래, 그리고 코로나 시대에 관한 생각까지 관심사는 다양하게 펼쳐진다. 세상살이에 얽힌 단상을 풀어낼 때는 지적인 호기심으로 가득하고, 권위와 인습에서 비롯된 문제를 언급할 때는 뾰족하기도 하다. 그러다가도 가족과 시, 그리고 떠나간 봄날과 11월의 소멸을 이야기할 때는 한없이 쓸쓸하고 감성적이다. 피할 수 없는 슬픔 앞에서는 짐짓 무덤덤하며, 일상의 소소한 기쁨 앞에서는 사사롭고 부드럽다.
얼핏 결이 달라 보이는 이 다양한 이야기에는 공통적으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책에는 세상사에 관심을 두고 자기 내면을 성찰하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힘이 담겨 있다.


아픈 청춘과 슬픈 중년에게 전하는 공감과 위로
책은 저자가 천착하는 주제에 따라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뉜다.
1장은 <삶에 수작 걸다>라는 제목에 걸맞게 독자에게 술 한 잔 건네듯 은근히 다가가는 장이다. 예사롭게 여겼던 것에 살며시 딴지 놓으며 낯설게 환기하고, 더러는 불편할 수 있는 무거운 주제를 자연스럽게 풀어놓으며 흥미를 끌어당긴다.
2장의 <아픈 청춘, 아직도 청춘>에서는 청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았다. 이 시대의 아픈 청춘에게 건네는 위로 속에 쓴소리를 양념처럼 풀었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자신의 청춘을 떠올리며 써 내려갔기에 진득한 애정이 담겼다. 청춘을 지났어도 여전히 마음은 늙지 않아 슬픈 이 시대 중년과도 진솔하게 공감한다.
3장 <불현듯, 새삼스럽게>에서는 살아오며 느끼고 문득 깨달은 것을 털어놓는다. 대체로 쓸쓸했던 날에 찾아온 순간의 반짝이는 성찰, 무언가에 설레고 열광했던 한때, 삶과 죽음에 대한 각성, 우연히 본 기사, 운명처럼 조우한 한 줄의 시, 보도블록 틈새에서 마주친 제비꽃처럼, 그 순간들은 매우 사소하지만 메시지는 새삼스럽다.
4장의 제목은 조지훈의 시 「낙화」에서 영감을 얻은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이다. 멈출 수 없는 시간의 흐름과 사라지거나 스러지는 것에 대한 연민을 담담이 풀어놓는다. 인생의 봄날은 지났지만 정신은 여전히 수선한 중년의 마음이 애잔하다. 저자가 좋아했던 영화의 대사와 노랫말과 시를 함께 보는 즐거움도 있다.
마지막 5장인 <혼자는 외롭고 둘은 그립다>에서는 중년의 나이에 맞닥뜨리는 아주 솔직하면서도 절실한 감정을 엿볼 수 있다.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과 삶의 전환점에서 맞이한 어쩔 수 없는 변화, 그래서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이야기한다. 슬픔을 품은 담담한 어조는 읽는 이에게 차분한 위안을 전한다.


보통의 일상에서 건져 올린 특별한 각성
책에는 「노벰버 엘레지」라는 제목의 글이 있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1월’에 관한 단상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11월은 1년 중 가장 푸대접을 받는 달이라고 한다. 앞에 붙은 10월처럼 들뜨거나 화려하지도 못하고 뒤에 이어지는 12월처럼 부산하거나 유의미하지도 않은, 그래서 징검다리 같은 통과의례적 달이라고 한다. 11월이 정말 그렇다면, 우리 인생의 많은 날은 11월과 같지 않을까? 화려하고 유의미한 날보다는 대수롭지 않고 기억에 남지 않는 날이 일상다반사다. 저자가 11월을 견디는 것처럼 많은 날을 그렇게 살아 내야 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11월의 늦은 저녁을 좋아한다고 했다. 서늘하고 쓸쓸하게 견뎌야 하는 11월은 어쩌면 다가오는 날에 대한 기대가 가장 커지는 달인지도 모른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얘기처럼. 어찌 되었든 세월은 우리를 계속해서 떠밀어 어딘가로 나아가게 한다. 마치 11월의 쓸쓸한 바람이 등을 떠미는 것처럼 말이다.
흔히 말하는 드라마틱한 인생은 이 책에 없다. 하지만 보통 사람의 삶도 세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각자의 지난한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하나로 정의하거나 정리할 수 없는 무수한 삶의 순간과 변화무쌍한 감정을 담은 이 책은 우리 인생의 축소판 문집이기도 하다. 저자는 말한다. 어쨌든 살아 내야 한다고. 제비꽃은 제비꽃대로 피면 되고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면 된다고. 눈이 오면 눈길을 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가면 된다고.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라고.  

작가 소개

한기봉
한국일보에서 사주팔자에 없던 기자 노릇을 30년간 하며 여러 부류의 인간과 세상 요지경을 봤다. 팩트보다 맥락, 사실보다 진실, 보이는 것보다 숨어 있는 걸 보려는 습성이 생겼다. 보수냐 진보냐 물으면 그냥 무책임하게 휴머니스트라고 대답한다. 체질적으로 권력과 권위와 인습과 가부장적인 걸 싫어한다. 비가 오면 양철 지붕 아래 선술집에서 노가리 뜯으며 소주를 마시는 걸 좋아한다. 시와 그림과 가요를 사랑하는데 18번은 <낭만에 대하여>다. 어디선가 본 ‘눈부시게 자유롭게, 처절하게 고독하게’란 구절을 좌우명으로 삼으려 했으나 세상살이가 그리 녹록지 않아 포기했다. 신문사 퇴직 후에도 열심히 밥벌이를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국가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는 공직에 복무했고, 언론중재위원과 신문윤리위원을 하면서 언론에 쓴소리 좀 했고, 국민대에서 저널리즘과 글쓰기를 가르쳤다. 신문 등 이곳저곳에 어쭙잖은 칼럼을 쓰고 있다. 생각은 많으나 별 대책 없는 중년의 사내다.

 

목 차

넋두리

1장 삶에 수작 걸다
 연필을 깎으며
 엄마와 어머니
How Old Is Old?
‘오빠’가 그리 좋은가?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나의 판타스틱 장례식
 앉느냐 서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약속 시간 15분 전
 맛집 유감
 언제 밥이나 한번 먹자는 말
 유혹의 자유를 허하라
 수작, 개수작
 신성일의 유언

2장 아픈 청춘, 아직도 청춘
 아모르 파티
 이 시대 청년 문학, 자소설
 집밥
“영미!”
워라밸이라는 것
N분의 1
엄마의 휴대폰
 세계 월경의 날
 전쟁과 젖꼭지 중 무엇이 더 위험한가?
내 키는 루저였지만
 염색, 할까요? 말까요?
결혼은 미친 짓이다?
나이키의 뚱뚱한 마네킹
 출근길 옷장 앞에 선 그대에게
 줄 때가 더 행복한 법이다
 내 청춘의 아이돌, 알랭 들롱
 봄 술, 낮술

3장 불현듯, 새삼스럽게
 굿바이 쌍문동
 한국식 부고 유감
No Fake News Here!
프렌치 시크
 오늘도 딸의 보초를 서다
 어린 왕자 별자리에 바침
 해 달 별 눈 비 봄 길 꽃 싹 꿈 밥 똥
 블현듯 떠나 보니
 결국 나의 천적은 나였던 것이다
 평양냉면이 뭐길래
 귀빠진 날에
 제비꽃에 대하여

4장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노래도 늙는구나
 봄날은 간다 1
봄날은 간다 2
발아, 고맙다
 나이도 스펙이다
 삼식이를 위한 변명
 사나이를 위하여
 응답하라, 공중전화
 아날로그의 반격
 김유정역에서
 노벰버 엘레지

5장 혼자는 외롭고 둘은 그립다
 밤은 선생이요, 책은 도끼다
2020년 장마, 종로에서
 우리의 가장 외로운 가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 못해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것
 명함을 정리하며
 아내의 잔소리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말 일이다
 정지의 힘
 코로나 시대의 사랑
 나의 나타샤에게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처럼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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