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고향을 훌쩍 떠나온 지가 어언 40년이 넘었다.
연전에 집안에 무슨 일이 있어 살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뒤 뜨락에 무성했던 대나무 숲은 이미 꽃이 피어서 대밭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미 황폐해졌으며 어머니의 섬세하신 손길로 가꾸시던 텃밭은 잡초투성이의 쓸쓸함으로 먼지만 풀풀 날리고 있었다.
세월이 사람의 외양에만 자리한 게 아니라 집안에서 풍기는 허름한 세간살이며 집 주위의 풍광을 볼 때 거기에도 세월의 풍화작용은 진행이 되었나 라면서 발길을 돌린 적이 있다.

세월.
흐르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 중략 -
내 마음은 평생을 그 자리인데
네 몸은 한순간에 멀리 가 있다.
‘정 성수 님의 시에서’

언제나 마음을 두었던 그리움은 어느새 파리한 흔적만 남기고 저 멀리 몸은 떠나간 텅 빈 가슴을 중언부언 글로 드러낸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형제들과는 살을 부대끼며 이웃들과는 정을 나누며 마을을 이루고 살아왔다.
볼 것도 누릴 것도 그리 넉넉지 아니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미래에 대한 부푼 호기심이 충만했으며 다가오는 아침이 언제나 싱그러웠다.
우리들 세대의 정서는 적어도 그랬다.
사람이 소중한 것을 알고 꿈을 일구어왔으며 공동체의 일원인 것을 자랑으로 새기면서 살아왔다.
무심히 흐르는 강물에 이야기를 건넸으며 길가의 피어나는 꽃 한송이에게도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었다.
이것은 생명에 대한 외경이요 우주의 원리이다.
오늘날 더불어 살아가기를 바라는 모든 이들과 이 글을 나누며 이야기를 즐기고 싶다.
끝으로 졸고를 열독해 주신 ‘임 작가의 수필 산책’ 밴드에 친구분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